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3월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이번 달도 잘 살아냈는가.”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이 반복의 시간들이 나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피곤한 날도 있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하루들이 모여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매달 마지막 주가 되면 나에게 작은 선물을 건넨다.
“잘했다, 이번 달도.”
예전의 나는 ‘갖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더 많이 일했고, 더 바쁘게 살았다.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두세 개씩 하면서라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물건을 통해 나를 채우려고 했던 것 같다. 무언가를 가지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았고,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가진 것이 많아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훨씬 적은 것을 원한다. 그렇다고 부족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정도의 여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진짜 여유는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덜 필요로 하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원하는 것이다.”
_ 에픽테토스
그래서일까. 막상 나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니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까.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까. 아니면 소소하게 자동차를 꾸밀 작은 물건을 하나 사볼까. 하나를 정하지 못한 채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는 순간조차도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선물을 ‘고르는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또 다른 선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결과에만 집중한다. 무엇을 샀는지, 얼마짜리인지,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설레는 마음. 고르는 즐거움.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는 만족감. 그것이야말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진짜 선물이다.
“인생의 기쁨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에 있다.”
_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래서 나는 오늘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려고 한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루 종일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보내는 이 시간을 선물로 삼아도 괜찮다고. 그 설렘을 충분히 느끼고, 그 기분을 오래 붙잡고, 나를 위해 천천히 하루를 보내는 것. 그것도 아주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으니까.
이번 달의 나는 잘 해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더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한다. 급하게 정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즐기고, 조금 더 천천히 선택해도 괜찮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선물은 이미 이 순간, 이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르니까. 나에게 주는 선물은 결국, 나를 인정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