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오해는 때로 아주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도 생긴다. 아무 일도 없던 듯 평온하던 관계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설어지고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어색함이 스며들고, 말 한마디가 무거운 침묵이 되는 순간. 나는 그런 경험을 최근에 했다. 내가 누군가를 오해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오해했던 일이었다.
그 친구는 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사이였다. 약속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면 만나고, 시원한 바람 부는 날이면 소주 한 잔 나누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사람.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줄어들고, 만남도 뜸해졌지만 그리 이상하게 여기진 않았다. 사람 사이엔 거리도 필요하니까. 그런데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을 때, 그 인사는 너무 낯설고 어색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나에게 서운한 게 있다면 말해달라고.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 대화에서만큼은 마음을 털어놓자고 진지하게 말했다. 결국 친구는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내 얘기를 들었고,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나에게 확인하지도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와는 거리를 두는 게 맞겠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이 아팠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오해받고, 그 오해조차 나에게 털어놓지 않고 멀어졌다는 사실이 야속하고 슬펐다. 하지만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말해줘서 고마워. 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게. 하지만 아쉽고 실망스러운 건, 네가 나에게 직접 묻지 않았다는 거야. 나는 늘 너를 믿었고, 다른 이들이 너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해도 흘려들었어. 그게 진짜 너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사람은 완전히 같을 수 없어. 나는 어떤 관계든 60%만 통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나머지는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이어가게 하니까.
그러니 오늘 하루만 다시 생각해 봐. 정말 마음이 떠났다면, 내일부터 우리 보지 말자. 하지만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연락해. 그리고 소주 한 잔 하자."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아팠지만, 감정보다 진심을 전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있다. 사람 많은 곳에서, 특히 관계가 복잡한 모임 속에서는 말 한마디가 오해가 되고, 오해는 진실처럼 자라난다. 그리고 어느새 누군가와 마음의 거리를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오해를 그냥 두지 않으려 한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최소한 통화라도 하려 한다. 그래야 마음이 덜 상하고, 혹시라도 놓칠 수 있는 관계를 지킬 수 있으니까.
오해는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직접 묻고 들어야 한다. 침묵 속에서 상상만 키우는 것은 결국 마음을 다치게 하고, 소중한 인연을 놓치게 만든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그래서 때로 이해할 수 없고,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모든 사람이 내 편일 수는 없지만,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나의 진심을 믿고 이해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말하는 용기와 듣는 마음이다. 오해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는 관계가 진짜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