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레비(こもれび)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by Min

'코모레비'는 일본어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말한다. 얼마 전 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를 통해 이 단어를 알게 되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데, 그 일상에 코모레비를 필름 카메라로 찍는 것도 포함된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진을 찍는 것이 의아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충만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주인공이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일상이 잔잔하게 반복되면 그저 어제와 똑같은 날이라고 지루하게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오늘은 어제와 또 다른 날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하는 글귀는 멋있게 느끼면서, 매일 같은 코모레비를 찍는다고 의아하게 느꼈던 것이 좀 쑥스러웠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행복을 '강도'가 아닌 '빈도'라고 말한다. 특별한 이벤트로만 가득했으면 좋겠고, 그저 그런 똑같은 일상은 하루 날렸다고 생각하는 내 작은 호수에 이 영화는 작은 돌을 던졌다.


그 누구보다 내 삶의 문장에는 느낌표가 많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주 떠나고, 그만큼 더 많이 떠남을 계획하였다. 나중에는 그 행위 자체를 어떤 영감의 원천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일상의 쉼표 속에서 조우한 순간들이 실은 더 끈끈하게 내 곁에 남아있다. 단골 사장님과의 안부 인사, 익숙한 골목에서 가끔 나를 기다리는 회색빛 냥이, 벗과의 대화, 익숙한 공간에서의 무엇. '코모레비'와 같은 특별한 순간은 저 멀리가 아닌 익숙하고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인공이 저녁마다 한 잔씩 마시던 투명한 음료를 검색해 본다. 얼음 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헨드릭스 진으로 만든 술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오늘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한 잔 만들어 볼까. 별거 없을 줄 알았던 이 녀석도 실은 마셔보면 꽤 센 술이었다. 물처럼 생겼다고 방심했다니, 벌게진 얼굴로 그저 픽 하고 웃는다.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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