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거야
벗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혼자 몰래 설렐 때, 함께한 여행의 사진을 보며 슬며시 웃음 짓게 될 때, 좋아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은 무엇을 간직할 때. 이렇게 소중한 순간들을 그냥 두기 아까워서 편집하고 다듬는 것이 즐겁다. 특히 그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노래는 바로 이 글의 제목인 이세계의 '낭만, 젊음, 사랑'이다. 낭만, 젊음, 사랑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것이고, 그 끝이 어떨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괜찮을 거라는 가사가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뜨겁게 한다. 그러고 보면 세 가지 모두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이다.
오늘은 편집할 거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무심코 이 노래를 틀었다. 전화를 하면 문학동네 시 한 편을 읽어주는 이벤트 덕분일 것이다. 비 오는 창문을 바라보며 전화를 걸었는데, 신용목 시인의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가 차분히 흘러나왔다. 소설과 에세이는 많이도 찾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거리를 두었던 시라는 장르가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편견이었을 것이다. 노래를 들을 때도 음보다는 가사를 음미하는 편인 내가 시를 멀리할 이유가 없었다.
<비도 오지 않는데 빗소리 참 좋다 말하며 빗소리처럼 끓는 찌개 속에 숟가락을 담근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내 마음 한편에 앉았다. 장마가 지나고 좀 맑아지면 빗소리 참 좋다 하며 찌개를 끓여봐야겠다. 그날은 그간 낭만을 그렇게 찾아 헤매면서도 가까이에 있는 너를 알아보지 못했다며, 시에게 화해의 악수를 정식으로 청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