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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Feb 02. 2022

쉼, 명절증후군 없이 보내는 설 연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 연휴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집콕이다.

서울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명절 연휴에 '귀경길' 체험할 일이 없었다. 결혼하고 안양, 안산에서 살았던 4년 동안 상계동으로 시댁 가는 길이 가장 먼 거리였다. 그 후 서대문구로 이사와 친정부모님과 위아래층에 살았다. 시어머니가 남양주 별내에 사셨는데, 남편의 형제 중에 우리가 제일 먼 거리에 살았다.


사람은 각자 환경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먼 거리가 아닌데도, 아이가 어릴 때라 명절 전날부터 명절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고된 시간이었다. 남편은 고향 친구들이랑 시댁 식구들하고 어떻게든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했다. 나와 아들을 시댁에 내려놓고 친구들이랑 밤늦게까지 놀다 새벽에 돌아오는 남편이 피로감을 보탰다. 명절 연휴는 남편을 위한 날이었다.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나는 명절이면 낯선 마을에 내던져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하며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 마을에서 외지인이었다.


코로나 이후 우리 집 연휴 풍경도 바뀌었다.

결혼 후 몇 해가 지났을까. 명절 전날 큰집에 모여 음식 준비하던 문화가 큰 형님의 제안으로 바뀌었다. 며느리 넷이 전, 나물, 과일 등 각자 맡은 음식을 준비해와, 당일 아침 큰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처음엔 명절 전날 가족이 다 함께 모여 지지고 볶는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며 서운해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두해 지나니 그런 마음도 없어지고 명절증후군이 하루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코로나 이후 변화가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분으로 산소에서 차례를 지내고 있다. 작년 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가족 모임이 더욱 간소화됐다. 이렇게 지나온 시댁의 역사를 글로 풀어낸다면 장편드라마가 될까. 아들이 어느 해 명절엔가 외가와 친가 어른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외가 쪽은 다정다감한데 친가 쪽은 카리스마 넘친다'라고. 아직까지는 시댁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기 조심스럽다. 어느 집인들 사연 없는 집이 있을까.


이번 연휴는 집에서 책을 벗 삼고 있다.

일요일에 남편이 형제들과 산소에 미리 다녀왔다. 우리 집은 설날 아침, 떡국 대신 비빔국수로 한 살 더 먹었다. 비빔국수는 남편이 즐겨 만드는 최애 요리 메뉴다. 설 연휴도 일상의 연속일 뿐이다. 식사를 하고 옆 동네 사시는 친정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연로하셔서 신경 쓰실까 봐 식사 시간을 피해 갔다. 미리 다녀간 오빠네 식구들이 음식을 준비해왔다고 내놓은 간식이 식사처럼 돼버렸다.


그 와중에도 남편 회사에 확진자가 나왔다.

남편은 설 연휴 전날과 연휴 중에 두 번이나 코로나 검사를 했다. 다행히 두 번 다 음성이 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 아침 일찍 남편은 형들하고 낚시를 갔다. 명절증후군 없이 보내는 설 연휴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늘은 집에서 밀린 책을 읽으며 '쉼'을 낚는다. 지난 한 달, 지난 일 년, 쉼 없이 내 인생의 '쉼'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던 시간들을 돌아보고 있다. 2022년을 어떻게 살아볼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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