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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Apr 09. 2022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 할까?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김재훈&서정욱 공저, 카시오페아, 2021



철학책 모임에서 <만화로 보는 3분 철학>을 읽었다. 철학에 만화책이라는 옷을 입혀서인지 조금은 가볍게 읽혔다. 그럼에도 '철학'이라는 생각의 바다는 깊고 넓었다. 두 권의 책 중 1권은 ‘세상의 원리'를 밝히려 애쓰며 근대 철학의 태동을 연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한다.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한 번쯤 들어본 철학자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2권은 신앙을 학문으로 정비했던 중세 철학자들과 긴 암흑의 시대를 지나 현대 사회의 밑바탕을 그려낸 근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한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등 이들의 사상과 영향, 계보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앞으로 나올 3권은 고대와 중세, 근대를 지나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이 쉽고 재미있는 만화로 펼쳐진다.



이 책은 김재훈 님과 서정욱 님이 공저로 엮었다. 김재훈 님은 청소년기에 철학책을 처음 만났다.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러 인문학적 지식을 재미있는 만화로 옮기는 일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친애하는 20세기> <과학자들>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라이벌> 등이 있다. 서정욱 님은 계명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배재대학교 심리철학상담학과 철학교수로 재직한 후 현재는 배재대학교 명예교수를 맡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을 위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만화 서양철학사> 1, 2, 3권과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 등이 있다.




철학은 지혜의 학문이다. 영어로 필로소피(Philosophy),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Sophia)와 사랑한다는 뜻의 필리아(Philia)가 합쳐진 단어다. 한자로 쓰이는 철학(哲學)이라는 단어도 철(哲)이라는 글자에 ‘슬기롭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지혜롭다, 슬기롭다는 것이 당장 쓸모 있지는 않지만 보다 슬기로운 길을 알아가기에 적합한 태도의 학문이다. 그중에서 서양 고대 철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고대에서 시작된 철학적 질문들이 모든 학문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무엇에서 시작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불, 물, 공기 등 다양한 답이 나왔는데, 이것을 ‘자연철학’이라 부르고, 이 학문이 훗날 과학의 토대가 된다. 피타고라스와 같은 철학자들은 숫자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는 현대 수학의 바탕이 된다. 철학자들은 지금보다 발전한 것이 거의 없던 시대에 자유로운 두뇌를 사용해 존재론에 대해 사유하고 논리적인 사고의 체계를 잡았으며 도덕의 기초를 완성했다. 고대 서양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모든 학문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베이스가 되어준다.  



•피타고라스(Pythagoras)
가장 독특하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만물의 근원과 사물의 원리를 탐구한 철학자다. 이전의 철학자들이 현실세계의 물질에서 진리와 법칙을 찾으려고 했다면 추상적인 개념에 주목해서 진리를 탐구했다. 세상 만물의 근원에 대한 피타고라스만의 독특한 해답은 ‘수’였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무리수' 등으로 유명하다.
피타고라스의 사상이 철학사에서 중요한 점은 추상적인 개념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현상들보다 우월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런 관점은 이후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근대의 합리주의 철학과도 맥이 닿아 있다.
•디오게네스(Diogenes)
개 같은 삶, 개처럼 사는 것이 진정 자유롭고 현명한 인생이라고 한 철학자다. 집도 없이 포도주 통 속에서 살았다. 극단적인 금욕과 절제를 몸소 실천했다. 잠은 들고 다니는 통 속에서 자고 옷도 거의 입지 않은 채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마음껏 자유를 누렸다. 미친 소크라테스라는 평을 들었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알렉산드로스 왕이 디오게네스의 명성을 듣고 그를 찾아가 말을 건네자, 한낮에 일광욕을 즐기던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드로스 왕에게 옆으로 좀 비켜서 달라고 했다. 천하를 호령하던 알렉산드로스 왕도 디오게네스의 뻔뻔함에 그저 웃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 할까?



알고 보면 철학은 삶에 아주 가까이에 있다. '수'에 살고 '수'에 죽는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수학이라는 학문적 바탕에 기여한 것만으로도 위대한데, 음악에 '수'의 이론을 적용해 음악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카페에 앉아 들려오는 음악을 감상하며 문득 피타고라스가 떠오른다. 또 다른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난세에 금욕과 절제를 몸소 실천하며 세상을 풍자했고, 그밖에 수많은 철학자들이 세상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사유와 통찰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나는 왜 존재하는지?'(존재론 또는 형이상학), '아름답다는 건 뭘 기준으로 하는 걸까?'(미학), '우리가 보는 세계는 과연 진짜일까?'(인식론),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준이 있을까?'(윤리학) 등 철학적인 질문에서  답을 찾아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물질의 근원과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도 처음에는 자연철학에서 출발했다.


철학은 삶과 세상의 모든 것에 관한 물음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장이 사춘기 적 가슴 깊이 파고들었던 이유를  새삼 깨닫는다. 이처럼 철학은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본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게 한다. 삶에 무게를 덜어내고 마음의 중심을 잡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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