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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May 31. 2022

문명세계 저편 월든 호수

핸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2016


 나는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살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이웃도 1마일 정도 나가야 만날 수 있는 외진 곳인데, 거기서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육체노동으로 생활을 꾸려 나갔다.(p.9)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작 <월든> 등장하는  호숫가 풍경이다. 소로는 친구이자 멘토인 랠프 월도 에머슨이 소유한 월든 호숫가 땅에 손수 오두막을 짓고, 1845년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독립적이고 실험적 생활을 한다.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그는 자연 속에서 단순하게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경험을 <월든>에 성찰 에세이로 담아낸. 그의 실험 보고적인 삶은 자연 예찬을 넘어 문명사회의 그릇된 사고방식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물질만능주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출간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으나, 20세기 환경운동의 원천으로 재발견되며 수필 문학사에서 유례없는 독특한 책으로 자리 잡는.




<월든 WALDEN>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1817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주관이 강해 집단적인 것을 싫어했고, 자연 관찰을 취미로 삼은 부모의 영향을 받아 숲에서 홀로 산책하며 사색하는 것을 즐겼다.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소로는 졸업 연설에서 주 1일 노동, 6일 휴식을 주장하는 등 평생을 지배한 변혁적 사상을 대학 졸업 시점에 이미 확립했다. 그는 잠시 교사 생활을 한 뒤 목수, 석공, 조경, 토지 측량 등 시간제로 일하며 대부분 시간을 산책과 독서, 글쓰기에 할애했다.




집의 주인인가?

집이 나의 주인인가?


소로는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거나 임대하게 되면서 '부유해지기는 커녕 더 빈곤해진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집의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집이 그의 주인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지적처럼 온전히 집의 주인이 되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내가 집의 주인인가? 집이 나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 '영끌 대출'에 30년은 족히 저당 잡혀 다. 원래 꿈꾸던 삶이 무엇이었을까. 좋은 집이 주는 안락함 위에 가치 있는 삶의 목표를 얹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만 무게 중심이 안락함을 보전하는 일로 쏠린다.


대다수 사람들이 마침내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현대식 주택을 소유하거나 임대하게 되었다고 치자.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주택도 개선되어 왔지만,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집만큼 개선되지 않았다. 문명은 궁궐 같은 집을 창조했지만, 저택에 걸맞은 기품을 지닌 인간을 창조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문명인이 야만인보다 더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저 구질구질한 생활필수품을 장만하고 안락하게 살기 위해서 평생 일해야 한다면, 문명인이 야만인보다 더 좋은 집에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p.43)




최소한의 조건만을 갖춘

깨어 있는 삶


소로는 '깨어 있는 삶'경험하기 위해  속으로 들어간다. 2년 동안 최소한의 조건만을 갖춘 채 실험적인 삶을 살며 문명세계에 투쟁한다. 삶이 아닌 것들을 모두 쳐내고 깊이 있는 삶을 경험한다. 문명세계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그의 삶은 넘쳐나는 물질의 풍요 속에 둔감해진 나의 정신을 일깨운다. 집안 곳곳에 자리 잡은 물건들이 내 삶에 진짜 필요한 것들인물음표를 던진. 한동안  비워내고 나눔 했던 공간에 새로운 물건들이 들어앉아 있다. 머릿속이 온갖 잡동사니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삶의 기술적인 사실만을 직면하고 거기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내가 숨을 거둘 때 깨어 있는 삶을 살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은 정말로 소중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체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깊이 있는 삶을 통해 삶의 정수를 모두 빨아들이고, 굵직한 낫질로 삶이 아닌 모든 것들은 짧게 베어버림으로써 삶을 극한으로 몰아세워, 최소한의 조건만 갖춘 강인한 스파르타식 삶을 살고 싶었다. (p.105-106)





<월든>은 160년 전에 쓰인 책인데도 현실적인 삶과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삶의 성찰을 돕는다. 저자 통렬한 문명세계 비판에 두 손 두 발 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유와 욕망의 덫에서 허우적거리며 둔감해진 나의 내면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뼈를 때리는 세찬 바람이 <월든>을 읽는 내내 가슴속을 휩쓴다. 남들도 다들 이렇게 살아, 내 안의 자조적인 목소리에 삐~~~ 경종이 울린다. 매일  2-3킬로 뱃살 빼는 일사활을 걸면서 정작 내면의 다이어트는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오늘은 뒷산에 올라 사색하며, 내 삶을 구속하고 있는 것들을 알아차리고 걷어내는 일을 해보리라 마음먹는다. 끝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싶거나 삶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너의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라.
그러면 너의 마음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천 개의 지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리라. 그 지역들을 여행하고 자신의 세계에 통달한 전문가가 되어라.(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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