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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n 08. 2022

몸밥, 마음밥 드셨나요?

이서영, <마음밥>, 솔아북스, 2017


몸밥을 먹어 건강한 몸을 만들듯 마음밥을 먹어야 마음도 튼튼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마음밥은 바로 책.
음악, 그림, 소설, 철학, 사회학, 명상, 종교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이 책 속에서 잠자고 있다. (10-11쪽)



지혜를 살찌우는 <마음밥> 책을 선물 받았다. 찰지고 윤기  '밥'이 공기에 소복이 담겨 뒤집힌 채로 나를 응시한다. 왜 거꾸로일까? 반전이 있는 걸까? 궁금증이 일어 책장을 넘기는 마음이 즐겁다. 오늘은 뭘 먹을지 하루 세끼 몸밥을 고민하며, 정작 마음밥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산다. '몸밥을 먹어 건강한 몸을 만들듯 마음밥을 먹어야 마음도 튼튼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 책 속의 문장이 허한 마음을 파고든다. '마음밥은 바로 책'이라는 데에 백배 공감한다. 가까운 곳에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마음밥, 책이 있는데 주 1권의 책을 꾸역꾸역 소화해내고 있다. 일일 일독 일만 권의 숲을 지나는 중인 이서영 작가의 <마음밥>을 읽으며 '꾸역꾸역' 읽는 게 아니라 몸밥처럼 '맛있게' 읽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마음밥>의 저자 이서영 님은 북카페 <책 읽어주는 여자> 대표이자 작가이며 칼럼니스트이다. 2012년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실타래>로 등단했다. cj전북방송 <인문의 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일 일독 일만 권의 숲을 지나는 중이다. 저서로는 <세잔, 장자를 만나다>, <사랑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음악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등이 있으며, 인문학, 교육, 심리,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마음밥> 통찰, 각성, 포용에 대한 세부 내용으로 반전을 꿈꾸는 행복 인문학 산책이다. 뒤집어진 몸밥의 표지 사진처럼 생각의 패턴을 바꿔볼 수 있도록 내 안의 질문거리를 담아낸다. 마음밥은 잊은 채 몸밥 챙기느라 마음이 허기진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 마음+밥, 일용할 양식에 몸과 마음을 비유하여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가 너무나 명확하고 참신하게 다가온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맛보기




통찰


인간은 성공하기 위해 태어났다,

실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고통은 무언가 낯설고 두려운 것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익숙함을 선호하고 낯선 것은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이 두려움을 읽을 줄 알게 되면 두려움은 자신의 부피를 줄이기 시작하다가 이내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다. 두려움의 강도가 클 때 우리는 이것을 고통으로 인식한다... (중략)... 고통은 결국 내가 삶에 눈뜨는 과정이다. 삶에 눈뜨게 되면 어둠에 익숙해지는 눈길처럼 고통을 어둠으로 인식하지 않고 어둠에 익숙해진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와 객관을 확보하게 된다. 말하자면 삶에 여유로운 시선을 지닌 사람은 이미 그 어두운 길을 걸어온 사람인 것이다.
- 고통은 왜 힘이 드는가, (62-63쪽)




각성


운 좋은 사람을 나일강에 던져보라, 그러면 그는 입에 물고기를 물고 나올 것이다.

- 이집트 속담


정신을 다독이고 건강하고 튼튼하게 할 마음밥은 먹지 않고 늘 몸밥만 배부르게 먹고 또 먹고 목으로 손을 집어넣어 토하고 다시 먹는 비만의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목을 매고 요요를 경험하면서도 다시 다이어트에 미친 듯 몰입하는 세상에 우리가 산다. 마음 성형은 생각해본 적 없으나 늘 몸뚱이 성형은 쌍꺼풀까지도 바꿔야만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미몽의 세상을 깨울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뎅 .  뎅 . 뎅
- 마음이, 생각이, 나의 삶을 안내하는 바로미터란다, (94쪽)




포용


삶의 커다란 비극은 인간이 필멸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를 멈춘다는 데 있다.

- 서머셋 몸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 관계를 형성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때로 능력이 출중하거나 운이 좋아 삶의 때를 만나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나의 덕일 수는 없다. 내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나를 지지해주고 기다려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이것은 받은 자의 당연한 의무다. 하늘 아래 엄연히 내 것이라고 말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 모두 나누는 것이다. 적게 가진 자는 적게 나누고 많이 가진 자는 많이 나누는 것, 이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 노블리스 오블리스를 실천하는 이 시대 물질의 소통을 생각하며, (166-167쪽)





몸밥으로 몸살찌우고 빼느라 허우적거리는 일상을 보내다가, 참신한 내용의 <마음밥> 책을 읽고 마음사뿐해졌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기쁠 때도 힘들 때도 내 마음을 살찌우는 양식이 책이었다는 걸 상기했다. 책 속의 문장가뭄에 단비 내리듯 내 마음속에서 기억되며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우곤 하던 순간들도 떠올랐다. 몸도 마음도 밥심으로 산다. 몸밥이 배고플 때 그 가치를 발휘하듯 마음밥은 고통의 순간에 발휘한다. 내 인생이 흔들릴 때마다 붙들어주책 속의 한 줄, '성공의 크기는 실패의 크기'라는 문장이 내 마음밥에 담겨 나와 함께 호흡한다. 늘 가까이에서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몸밥'처럼 '마음밥' 아주 가까이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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