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바다출판사, 2018
자기 역사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여러 가지 에피소드의 연속으로, 자기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로 표현하는 것이다.(62page)
인간의 인생은 모두 4차원 시공(공간축+시간축) 상에서 이동한 역사이다. 인간은 모두 '어느 날', '어느 장소'에서 태어난다. 탄생점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나서 일생 동안 4차원 시공의 시간축 위와 공간축 위를 이동하면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머지않아 명운이 다하였을 때 인간은 4차원 시공 상의 어느 한 점(어느 날, 어느 장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사멸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의 일생은 탄생점에서 출발하여 사멸점으로 향해 가는 길고 긴 4차원 시공 상의 항해와 같다. 자기 역사는 이러한 여정의 항해 일지인 셈이다. (71쪽)
(전략)... 나는 독신으로 지금 쓰고 있는 자기 역사를 남겨줄 아이도 없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인생을 찬찬히 뒤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자기 역사를 써 내려가면서 싫어했던 것, 괴로웠던 것이 조금씩 정화되면서 모든 일이 그리운 추억으로 자리해 갔다.
마지막 구절에 매우 좋은 표현이 담겨 있다. 싫어했던 것이나 괴로웠던 것을 자기 역사로 써 내려가면서 "조금씩 정화되면서 모든 일이 그리운 추억으로 자리해 갔다"라는 부분 말이다. 자기 역사를 쓰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큰 효용이라고 할 수 있다. (78-79쪽)
"자기 역사를 쓸 때마다 자신의 생각이 변화한다"라는 말은 다른 수강생들도 종종 했던 말이다. 정말이지 "자기 역사는 마성을 가진 요물"이다. 자기 역사는 아무리 써도 다 쓰지 못한 느낌이 들어 좀처럼 만족스럽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드물다.
나는 그가 쓴 "한 사람의 자기 역사는 그 인생을 살아낸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라는 대목을 정말 좋아한다. 자기 역사의 진정한 독자는 자녀도 아니고 손자 손녀는 더더욱 아니다. 결국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 '자기 역사'이다. (280-2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