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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n 15. 2022

인생이라는 4차원 항해 일지 '자기 역사'의 탐험

다치바나 다카시,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바다출판사, 2018


자기 역사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여러 가지 에피소드의 연속으로, 자기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로 표현하는 것이다.(62page)



오늘은 불현듯 책장에서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이라는 책을 꺼내 펼쳐보았다. '자기 역사', '에피소드의 연속', '이야기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밑줄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주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다녀온 이후 지나온 내 삶의 흔적들이 기억 속에서 요동치는 중이었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전학 온 이후 39년 만의 만남이었다.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 서울. 경기 지역에 사는 동창들이 스무 명 넘게 모였다. 언젠가 내 인생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보 싶은 마음갖고 있 터였다. 그 이야기의 시작점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학 오던 날에 멈춰 있다. 뜻하지 않게 동창 모임에 나가 유년시절의 에피소드가 되살아나면서 '자기 역사'대한 관심깊어졌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이 개설한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의 내용을 정리한 기록이다. 일본의 릿쿄대학에서 2008년에 시니어 세대를 위해 개설한 독특한 교육 과정으로, ‘자기 역사를 실제로 쓰는’ 것이 강의의 주된 목적이었다.  세부 내용으로 제1장 자기 역사란 무엇인가, 제2장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 제3장 무엇을 쓸 것인가?로 구성하였고, 수강생들이 직접 쓴 '자기 역사' 실제 사례와 '자기 역사 연표' 등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 이해를 도왔다.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1964년 도교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문예춘추에 입사해 1966년까지 일했다. 그 후 1967년 도쿄 대학교 문학부 철학과에 입학했다. 1979년 <일본 공산당 연구>를 발표하여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1983년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으로 폭넓고 새로운 저널리즘을 확립"한 공로로 문예춘추가 수여하는 제31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고, 1998년에는 제1회 시바료타로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죽음은 두렵지 않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등이 있다.




책 속의 문장 1

인생이라는 4차원 항해 일지


인간의 인생은 모두 4차원 시공(공간축+시간축) 상에서 이동한 역사이다. 인간은 모두 '어느 날', '어느 장소'에서 태어난다. 탄생점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나서 일생 동안 4차원 시공의 시간축 위와 공간축 위를 이동하면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머지않아 명운이 다하였을 때 인간은 4차원 시공 상의 어느 한 점(어느 날, 어느 장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사멸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의 일생은 탄생점에서 출발하여 사멸점으로 향해 가는 길고 긴 4차원 시공 상의 항해와 같다. 자기 역사는 이러한 여정의 항해 일지인 셈이다. (71쪽)




책 속의 문장 2

정화,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큰 효용


(전략)... 나는 독신으로 지금 쓰고 있는 자기 역사를 남겨줄 아이도 없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인생을 찬찬히 뒤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자기 역사를 써 내려가면서 싫어했던 것, 괴로웠던 것이 조금씩 정화되면서 모든 일이 그리운 추억으로 자리해 갔다.

마지막 구절에 매우 좋은 표현이 담겨 있다. 싫어했던 것이나 괴로웠던 것을 자기 역사로 써 내려가면서 "조금씩 정화되면서 모든 일이 그리운 추억으로 자리해 갔다"라는 부분 말이다. 자기 역사를 쓰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큰 효용이라고 할 수 있다. (78-79쪽)




책 속의 문장 3

자기 역사 진정한 독자는 자기 자신


"자기 역사를 쓸 때마다 자신의 생각이 변화한다"라는 말은 다른 수강생들도 종종 했던 말이다. 정말이지 "자기 역사는 마성을 가진 요물"이다. 자기 역사는 아무리 써도 다 쓰지 못한 느낌이 들어 좀처럼 만족스럽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드물다.
나는 그가 쓴 "한 사람의 자기 역사는 그 인생을 살아낸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라는 대목을 정말 좋아한다. 자기 역사의 진정한 독자는 자녀도 아니고 손자 손녀는 더더욱 아니다. 결국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 '자기 역사'이다. (280-281쪽)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리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한번 더 살 수 있다(시절 일기, 김연수, 20p)'라는 말이다. 캐서린 맨스필드가 말한 '자기 이해'의 뜻이다. 지인 중에, 자신이 생각한 대로 감정을 전달하지 못 안타까워하던 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분의 감정 표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라얘기했다. 나 또한 SNS에 나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글을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 에피소드를 음미하고 곱씹으며 나 자신을 좀 더 깊이 알아가는 중이다. 이렇듯 메모, 일기, 에세이, 자서전 등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내적 성장을 거듭한다. 나아가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4차원 항해 일지를 쓰는 것이다. 내가 지나온 삶의 4차원 시공상의 항해를 탐험하, 온전히 자기 자신과 만나 자기를 이해하는 일이다. 자기 이해를 통한 자기 정화로 건강해진 개개인의 역사가 모여 세계의 역사가 된다. 자기 역사를 돌아보고 자기 이해를 통해 내적 성장을 거듭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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