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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l 01. 2022

달리기와 문학에 대한 하루키 회고록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학사상




재작년 이맘때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속 깊은 열망을 알아차리던 때였다. 김연수 작가의 <시절 일기>읽던 중에 작가에 대한 현실감을 갖게 하는 문장에서 움찔 놀랐다. '한 권 이상의 책을 펴낸 소설가에게 재능에 대해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들에게 재능은 이미 오래전에, 한 권의 책으로 소진돼버렸으니까. 재능은 데뷔할 때만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체력이 필요할 뿐이다.'(p.52-53)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일이든 일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지만 일정 부분  현실감은 있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어쩌면 나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위에 떠 있는 우아한 백조를 바라보다가 물 밑에서 수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는 백조의 실체를 알았을 때의 느낌이었다. 동경하지만 숨은 노력은 하기 싫어하는 얄팍한 마음이 들켜버린 것 같아 내심 부끄러웠다. 가뜩이나 저질 체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나에게 '글쓰기=체력'이라는 공식이 벽으로 느껴졌다.



굳이 글을 쓰는 일이 아니더라도 체력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 건이다.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 어떤 일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빼빼 말랐다'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다가 적정 체중이 된 지 몇 년 안된 까닭에 나는 그동안 운동을 멀리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나잇살이 뱃살로 몰빵 하는 바람에 집 자전거를 타고, 짬짬이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산책로를 걷다가 내 옆을 지나쳐 뛰어가는 사람을 보면 나도 뛰고 싶다는 열망이 차올랐다. 하지만 마음뿐 뛰지 못했다. 언젠가 5분 정도 따라 뛰었다가 근육이 뭉쳐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다. 게다가 소심한 성격이라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까닭이다.



그러던 차에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을 접하고 궁금증이 일었다. 달리기라는 행위를 축으로 한 전업 작가의 '회고록'이라는 부분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달리기와 문학, 문학과 달리기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일 년 가까이 '하루키 연대기'라는 책모임을 하며 <양을 쫒는 모험> <노르웨이의 숲> <댄스 댄스 댄스> 등의 대작을 감탄하며 읽었는데, 소설을 써 내려가는 힘의 원천이 이 책 속에 담겨있지는 않을까 설레었다.




매일 달리며

전업 소설가살기


막 전업 소설가가 된 내가 맨 처음 직면한 심각했던 문제는 건강의 유지였다. 본래 주의하지 않으면 살이 찌는 체질이다. 지금까지는 매일매일 격렬한 육체노동을 해왔기 때문에 저체중의 안전 상태로 머물러 있었지만, 아침부터 밤중까지 책상에 앉아서 원고를 쓰는 생활을 하게 되자 체력이 점정 떨어지고, 체중은 불어났다... (중략)... 본격적으로 매일 달리게 된 것은 <양을 쫓는 모험>을 쓰고 난 얼마 후부터였다고 생각한다. 전업 소설가로서 살아가자고 결심한 전후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p.59)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삶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p.229)




만약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작가(그리고 러너)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p.258-259)




아티스트는 작품으로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다. 예술 작품 뒤에 숨겨진 아티스트의 실제 삶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화장실도 가지 않을 거 같은 신비감을 준다. 출간작이 없는 브런치 작가의 눈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전업 작가는 방탄소년단만큼이나 신비롭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구상하고 흡입력 있게 완결해낼 수 있을까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업 작가로, 러너로 균형 있게 두 발을 땅에 딛고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하루키 작가가 너무나 친숙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으로 다가온다. 여느 직업과 다름없이 삶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그에게서 올바른 삶의 태도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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