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해,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자음과모음,2022
전 그 애들 모두에게 공부를 시킬 거에요
답지를 뒤져 보아도 정답은 3번이었다. 멍청한 놈들! 검수도 하지 않고 이딴 문제집을 팔아먹다니.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실랑이하던 게 떠올라 다시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는 교복 앞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과감하게 빨간 줄을 주욱 그었다. 한 권, 두권, 세 권까지. 책장에 꽂힌 모든 문제집에 빨간 칠을 해 놓아야만 했던, 그 정도의 분노였다. 그때였다.
(...)
"교복을 보아하니...... 요 앞 여고로구나?
"망했다. 나는 할머니의 주름투성이 손을 본능적으로 움켜잡으며 말했다.
"세 권 다 살게요!"
할머니는 내 가슴 주머니에 붙은 명찰을 응시했다.(p.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