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돌의 책 글 여행 Mar 11. 2023

소심한 사람들의 소심한 복수 이야기

이도해,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자음과모음,2022




전 그 애들 모두에게 공부를 시킬 거에요




이도해 장편소설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제12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꿈꾸는 십 대를 위한 이야기 책에 수여하는 열두 번째 수상으로, <시간을 파는 상점> <오즈의 의류수거함> <소리를 삼킨 소년> <식스팩> 등이 앞서 수상한 바 있다. 저자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도 말과 글이 서툴러, 작가라고 불리기 부끄럽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글은 반드시 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비밀 복수 모임 'AA'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어느 날 문제집에 잘못 기재된 정답 때문에 시험문제를 틀리고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실랑이를 벌인다. 그러고는 '미미 책방'으로 가 문제집을 펼쳐 해당 문제에 빨간 줄을 주욱 그으며 분풀이를 한다. 그런데 책방 주인 '미미' 할머니가 옆에 서 지켜보고 있다. 할머니는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주인공에게 "그렇게 쉽게 사과하면 안 되는"(p.11) 거라고 대답한다. 심지어 교복의 명찰까지 떼어주며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진다.



답지를 뒤져 보아도 정답은 3번이었다. 멍청한 놈들! 검수도 하지 않고 이딴 문제집을 팔아먹다니.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실랑이하던 게 떠올라 다시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는 교복 앞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과감하게 빨간 줄을 주욱 그었다. 한 권, 두권, 세 권까지. 책장에 꽂힌 모든 문제집에 빨간 칠을 해 놓아야만 했던, 그 정도의 분노였다. 그때였다.  
(...)
"교복을 보아하니...... 요 앞 여고로구나?
"망했다. 나는 할머니의 주름투성이 손을 본능적으로 움켜잡으며 말했다.
"세 권 다 살게요!"
할머니는 내 가슴 주머니에 붙은 명찰을 응시했다.(p.10-11)



주인공은 과거의 악몽과도 같은 상처를 잊기 위해 성적에 집착한다. 우등생이 되어 엄마와 '아이돌' 오빠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던 어느  문제집 사건으로 제안을 가장한 협박(!)을 받고, 서점 2층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소심한 복수를 계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듣게 다. 이에 자극받은 주인공은 당장 복수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자신을 괴롭히는 '고명경 패거리'에게 소심한 복수를 시작한다. 반 애들 모두에게 공부를 시키겠다고 다짐하는데...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누군가 선동해서 반 아이들 전체가 자신을 괴롭힌다면 어떤 기분일까. '괴롭힘'의 문제는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 책은 주인공을 비롯해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소심한 복수'이야기다. 폭넓은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군의 독서 모임 멤버들이 제각각 겪는 세상 속 부침과 소심한 복수에 공감하며 응원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학교생활스트레스 받는 청소년들에 힐링 소설로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식이 뒤집히는 결정적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