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리 오코너> 세계문학단편선 12, 현대문학, 2014
할머니는 플로리다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는 테네시 주 동부의 친척들을 보고 싶어서, 베일리의 마음을 바꾸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베일리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할머니의 외아들이었다. 그는 식탁 앞 자기 의자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저널>의 주황색 스포츠 섹션을 읽고 있었다. “이걸 보렴, 베일리. 이걸 읽어 봐.” 할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앙상한 골반을 짚고 서서 다른 손으로는 아들의 벗어진 머리에 신문을 대고 흔들었다. “자칭 ‘부적응자’라는 친구가 연방 교도소를 탈출해서 플로리다 쪽으로 갔대. 이자가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여기 다 나와 있으니 읽어 봐. 나라면 아이들을 데리고, 탈옥한 범죄자와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 거야. 그런 건 내 양심에 맞는 일이 아니야.”(p.163)
마침내 할머니가 한 말은 “예수님, 예수님”이었다. 그것은 예수님이 당신을 도와줄 거라는 뜻이었지만, 그 말투는 한탄하는 것 같았다.
“그래요.” 부적응자가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말했다. “예수님이 모든 것을 흔들었어요. 그 사람도 나하고 똑같았어요. 다른 점이라면 그 사람은 범죄를 안 저질렀고 나는 저지른 증거가 있다는 것뿐이에요. 나한테는 서류가 있으니까요. 물론 사람들은 나한테 서류를 보여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서명을 합니다. 오래전에 나는 말했어요. 서명을 만들어서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서명을 하고 사본을 보관하라고요. 그러면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범죄를 처벌에 부치고 또 그 둘이 잘 맞는지 확인하고 결국 자기가 올바른 취급을 받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내게 부적응자Misfit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내가 저지른 잘못하고 내가 받은 벌하고 계산을 맞출 수가 없거든요.”(p.181-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