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평전>, 돌베개, 2019
선생은 감옥 20년을 전후로 각각 27년여의 세월을 사셨습니다. 전반 27년은 일관되게 제도권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살았고, 감옥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후반 27년은 성공회대를 중심으로 '선생'으로 사셨습니다. 감옥도 대학이라고 하시니, 결국 평생 학교에서 사신 셈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평생 거치신 학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서문 중에서
훈습, 학습, 각성의 과정은 변증법적이다. 유년 시절 할아버지 사랑방에서 배운 붓글씨와 동양 고전은 주어진 조건이었다. 어린 시절의 문화적 경험은 평생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보고 듣고 배운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마련이다.
쇠귀는 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통해 기존의 인식틀을 재구성한다. 감옥에서의 면벽 명상과 인간관계를 실천하는 과정은 머리에 각인된 훈습과 학습된 세계를 넘어서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쇠귀는 훈습된 성리학적 세계관을 기본 바탕으로, 대학 시절에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과 인간해방론을 체계적으로 학습했고, 감옥에서 훈습된 것과 학습한 것을 성찰하며 여러 부류의 사람과 만나면서 새로운 ‘성찰적 관계론’을 형성한다.(p.188-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