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오제키, <우주를 듣는 소년>, 인플루엔셜, 2023
쉬잇…… 귀 기울여보라!
이건 나의 책이고, 지금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들리나?
하지만 들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사물들은 항상 말을 하지만, 당신의 귀가 적응이 되어 있지 않으면 듣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p 13)
책은 첫 문장이 제일 중요하다. 첫 조우의 순간, 독자가 첫 페이지를 펼쳐서 시작하는 문구를 읽을 때, 그건 마치 누군가와 처음 눈이 마주치거나 처음 손을 잡는 것과 같다. 우리도 그것을 느낀다. 책은 눈이나 손이 없다. 사실이다. 그러나 책과 독자가 서로를 위한 존재라면, 둘 다 그것을 안다. (p.125)
그 목소리는 너였어. 그렇지? 그것이 네가 내게 처음 말을 건 순간이었어. 나는 종이가 만들어내는 모든 소음 사이에서 네 목소리를 간신히 들을 수 있었지만, 네가 나머지 다른 목소리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어. 사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어. 난 네가 누구인지, 혹은 네가 무엇인지 몰랐어. 그저 네가 나의 것이라는 사실만 알 뿐이었지.
(p.371)
그래, 맞아, 베니. 우리는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했어. 네가 쓰러지려 할 때, 우리는 널 잡아주고 싶었지만, 재단기의 날이 가까이 있다는 걸 고려하지 못했어. 네가 베었을 때 우리는 속이 상했지. 사실은 우리 책들이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어쨌거나 우린 네가 우리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안도했지. 안도했고 행복하기도 했어. 왜냐하면 책이 그처럼 인간과 접촉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 거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이 부르는 것을 알아듣지도 못해. 다들 휴대전화를 확인하느라 바쁘지.
(p.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