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 <이스탄불>, 2008, 민음사
나는 이스탄불을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불완전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더미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 오르한 파묵
최근 100년간 이스탄불 음악에서 비애가 어떤 정신 상태로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나, 현대 터키 시에서 비애가 원형 단어로서뿐만아니라(마치 디완 시에서의 경구처럼) 어떤 감정, 삶에서의 실패, 의욕 결핍 그리고 번뇌를 설명하는 개념으로서 갖는 핵심적인 중요성을 단지 이 단어가 갖는 역사적이며 존경으로서의 의미만을 가지고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내 어린 시절의 이스탄불이 내게 불러일으킨 강렬한 비애의 감정의 원천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역사나 오스만 제국의 몰락이 가져온 결과뿐만 아니라, 이 역사가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이스탄불에서 비애는 음악의 중요한 분위기 기이며 시의 기본적인 단어일 뿐만 아니라, 인생관과 정신 상태 그리고 도시를 도시이게 만든 재료의 암시이다. 이 모든 특징을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에 비애는 도시가 자랑스럽게 흡수하거나, 흡수하려고 했던 정신 상태이다. 이러한 이유로 부정적인 만큼이나 긍정적으로 여겨진 감정이다.(p.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