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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n 21. 2021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마흔의 용기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마흔.

40.

불혹(不惑).


마흔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이 듦을 마음 편히 즐겁게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까? 사람 나이 마흔을 달리 이르는 말로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논어 위정(爲政編) 편의 문구에서 유래된 말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산다'는 건 다시 말해 '나이를 먹는다'라는 거다. 나이 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노화와 질병과 마주할 때 한탄하거나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자신과 어울리며 살 것인가.




기시미 이치로는 <마흔에게>라는 책에서 '지금을 사는' 행복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흔을 향해 가고 있거나 마흔이 지난 사람들에게 나이 듦과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나이 들어가는 삶을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나이 듦과 간병 등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통찰력 있게 풀어낸다.


<마흔에게>를 쓴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의 일인자이자 철학자이다. 그의 저서 <미움받을 용기>는 국내에서만 150만 부 판매됐고,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심리학 열풍을 몰고 왔다.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그는 심장에 대체 혈관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잠시 심장을 멈춰야 했던 경험은 그에게 '나이 듦'에 관한 한 권의 책, <마흔에게>를 집필하게 했다.


기시미 이치로가 마음으로 쓴 <마흔에게>를 읽으며 나의 마흔을 떠올렸다. 나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심하게 앓았다. 30대에 목표하고 성공을 향해 달렸던 일의 결과는 참담했다. 빚을 떠안고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내가 일할 수 있게 외손주를 돌봐주던 친정 엄마는 뇌경색 진단을 받고 큰 수술을 여러 번 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자식들과 손주들의 이름을 바꿔 부르던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일과 가정에 불어닥친 세파로 나는 휘청거렸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 없었다. 아픈 엄마와 남편과 아들이 힘든 마음을 붙들어 주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삶을 재정비해나갔다. 성공이라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에 충실했다. 더디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점차 경제적인 안정을 찾았다. 다행히 엄마도 건강을 회복하고 노년의 건강을 유지하며 사신다.


돌아보면 내 인생을 달리 보기 시작한 나이가 마흔이었다. 물욕에 사로잡혔던  마음을 내려놓고 나만의 중심을 잡아갔다. 사람들과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나만의 속도를 되새기며 감정을 조절했다. 무엇보다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인생의 쓴맛, 단맛이 잘 버무려져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된 걸까?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축적해온 것을 전부 집약하여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 어떤 평가를 받든 개의치 않고 배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시절보다 사물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마흔에게> 34-35page



나이 듦은 많은 강점과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 예로 나는 3년 전, 학점은행제 사이버 강의에 등록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취미 수준으시작하다 보니 한 학기에 한 과목을 수강하기도 하고 최대 여덟 과목까지 수강하기도 다.  F학점을 면하는 게 최소한의 목표다. 그래서 성적 스트레스가 다.




<마흔에게> 책을 덮으며 내 삶을 돌아봤다. 나는 지금  인생의 어디쯤에 와 있을까? 소설가 박완서 님이 얘기한 요즘 나이 계산법으로 내 나이에 0.7을 곱해보았다. 30대 중반이다. 또 한 번의 마흔이라는 나이가 다가오고 있.


<마흔에게>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나이 든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용기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아주 조금 바꾸는 용기'라고 한다. 이제 나이 듦이 두렵지 않다.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지혜 삼아 춤을 추듯,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분들과 요즘 나이 계산법으로 또 한 번의 마흔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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