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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n 25. 2021

연애 세포를 깨워볼까요?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 옮김

사랑하는 사람의 속내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오해하고 다투고 이별하며 아파하는 감정을 겪지 않아도 될까? '냉정과 열정 사이' 빨강(Rosso), 파랑(Blu) 두 권의 책 읽으며 생각했다. 연애 시절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태우던 순간이 떠올랐다. 오해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감정의 줄타기 끝에 결혼을 해도 마음을 알아차리긴 여전히 어렵. 그러고 보면 연애 시절의 미숙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가타 쥰세이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 눈동자도, 그 목소리도, 불현듯  고독의 그림자가 어린 그 웃음 진 얼굴도, 만약 어딘가에서 쥰세이가 죽는다면, 나는 아마 알 수 있으리라. 아무리 먼 곳이라도, 두 번 다시 만나는 일이 없어도...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아오이가 그날 밤의 일을 완전히 잊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해도...

           냉정과 열정 사이 Blu,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녀 주인공 아오이와 쥰세이의 연애 이야기다. 아오이와 쥰세이는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에 걸맞은 예술적이고 이색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아오이는 보석을 디자인하고, 쥰세이는 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을 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 빨강(Rosso)은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흔들리는 감정을 묘사했고, 파랑(Blu)은 남자 주인공 쥰세이의 감정을 묘사했다. 빨강(Rosso)을 쓴 에쿠니 가오리 작가와 파랑(Blu)을 쓴 츠지 히토나리 두 작가가 이 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는 듯한 연재 형식으로 썼다. 출판사의 제안이 아닌 두 작가의 아이디어로 의기투합해서 두 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오이와 쥰세이의 가슴에는 헤어진 옛사랑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현재 사랑하는 연인이 각자 따로 있지만 마음속 깊이 사랑을 주지 못한다. 서른 살 되는 해,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고 장난처럼 나누었던 오래 전의 약속을 기억하며 산다. 아오이와 쥰세이는 결국 현재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태리 두오모로 달려간다.


첫사랑은 어설프다. 서툴다. 그래서 애달프다. 먼지 쌓인 그리움의 옷을 입는다. 나의 첫사랑도 어설프고 서툴러서 짧은 만남으로 끝이 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집으로, 막 사귀기 시작한 남자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그날따라 안 좋은 일이 있던 나는 살갑게 전화를 받지 못했다. 어색함이 감도는 가운데 짧게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연락을 잇지 못한 채 어설픈 이별을 맞이했.


젊은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빤하다. 사랑하고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고 오해 속에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되는 스토리다.  옆에는 짝사랑으로 그치는 슬픈 남녀 써브 주인공이 있다. 그런데도 왜 읽힐까? 젊은 날 누구라도 경험하며 지나가는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냉정과 열정을 오가며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연애 세포는 나이가 들어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가끔은 추억의 앨범을 꺼내보연애 세포를 깨우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 ''냉정과 열정 사이' 빨강(Rosso) 한 권의 책을 창가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 또 한 권의 책 파랑(Blu) 마을 도서관 의자에 앉아 오후 내내 읽었다. 아름다운 청춘 멜로드라마 한 편을 읽은 느낌이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오아시스처럼 달콤하고 달달한 연애 소설이다. 지금 10대와 20대 30대를 지나며 사랑에 목마름이 있는 청춘남녀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처럼 두 번째 스물다섯을 맞이한 사람이 가볍게 읽기에도 좋을 책이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감정의 밀당을 하 연에 세포를 깨운다. 지구의 반이 남자와 여자이면서, 영원한 미스터리이자 끝나지 않은 과제, 서로 다름의 의미를 생각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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