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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l 01. 2021

예술의 일상화로 일상이 예술되는 베짱이 심미안

<심미안 수업> 윤광준 지음

나는 시골 농가에서 13년을 자랐다. 그 기억엔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개미와 베짱이를 연상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당시 시골집에는 쌀이랑 고구마, 감자 등 곡식을 쟁여놓는 광(곳간)이 여러 개 있었다. 겨울이 오면 비축해둔 식량으로 한겨울을 버티며 이 집 저 집 모여 구들장에 엉덩이를 지지며 놀았다. 가끔은 방안 가득 동네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엄마가 장구를 치며 흥을 돋웠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밝은 달아~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고 흥에 겨워 춤을 추며 마을 잔치를 벌였다. 봄에서 가을까지 우린 개미처럼 살다, 겨울에는 베짱이가 되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개미와 베짱이의 위상도 달라졌다. 요즘엔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도 그 시절 개미의 삶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계절 내내 쉬지 않고 일 해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테니까. 그렇게 일하고 번 돈을 모아 저녁, 주말에 문화생활을 즐긴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일상의 생활용품을 쇼핑한다. 겨울에 굶주리며 개미에게 식량을 얻으러 다니던 베짱이가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켜 자산소득을 만든 것이다.

 

윤광준 작가가 쓴 <심미안 수업> 읽으며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생필품을 디자인의 옷을 입혀 상품화하는 베짱이 심미안이 부러웠다. '예술'이라는 분야를 일상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건 초등학교 때였다.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글쓰기 대회 등 예체능 대회가 열렸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들의 작품을 접하며 심미안을 키웠다. 이제는 일상의 모든 생필품이 디자인의 옷을 입고 생활 곳곳에서 상품 가치를 뽐낸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고 말리는 헤어 드라이기의 곡선미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낀다.  


'예술'의 사전적 의미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둔,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심미안'은 가치를 알아보는 능력,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이다. '예술' 작품은 '심미안'으로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통해 유용한 가치로 빛이 난다.

 


이제 예술의 일상화, 일상이 예술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예쁜 컵에 손길이

가고,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 마우스, 볼펜, 포스트잇 하나에도 심미안이 발동한다. 길을 걷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으면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심미안을 누리며 살아간다. 베짱이의 심미안이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은 이제 옛 시절이 되었다.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고, 운동선수가 되고, 글을 쓰고 재능이 예술이 되어 자산가치를 만든다.


베짱이의 예술 활동은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다양한 부가 가치를 만들어낸다.  또한 베짱이의 심미안을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의 재능을 예술로 상품화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자기 계발에 투자한다. 그 가능성의 문을 열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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