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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l 05. 2021

연명치료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올봄에 시어머니가 여든여섯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셨다. 벌써 3개월이 지난 일이다. 지금도 주말이면 남편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시어머니 전화로 착각될 때가 있다. 전화기 너머로 아들한테 '언제 오니?'라고 물으시는 것만 같다. '지난주에 다녀왔잖아요. 매주 어떻게 가요? 이번 주는 일이 있으니까 담주에 갈게요.' 남편은 어머니를 달래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며 한결같은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는 아들 넷에 막내딸까지 5남매번갈아 들리는 데도 자식들한테 자주 전화했다. 막상 찾아오면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언제 가니, 빨리 가라'라고 하셨다. 아파트 노인정에서 친구를 사귈 법도 한데 집에 있는 걸 워낙 좋아해서, 막내딸이 어머니한테 붙여준 별명이 집순이었다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어머니는 3년 전에 요양원 생활을 시작했다. 요양원에서도 친구를 사귀지 않고 오직 자식들한테 번갈아가며 전화하는 낙으로 살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이후 면회가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게 요양원에서 3년 정도 생활하다가 임종 두 달 전에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요양병원에서 임종 2주 전에 고비를 한 번 넘겼다. 그날 병원에서 자식들에게 연락이 왔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남편은 형제들하고 얘기를 나눈 후 연명치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에 사인을 했다. 고비를 넘긴 어머니 얼굴을 뵙고 잠시 마음을  놓았는데, 2주 후 주님 부르심을 받고 하늘나라에 가셨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요양병원에서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장례식을 치르기까지 생과 사를 넘는 과정을 지켜봤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라도 질병과 나이 듦의 길로 접어든다.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는 일만큼 큰일이 또 있을까. 결혼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큰일이었다. 장례식날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를 추모했다. 어느 집인들 사연 없는 집이 있겠냐만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장례 방식부터 사십구재까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또 조율해야 했다. 아들 넷인 집에 하나밖에 없는 손자로 태어난 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주 자리를 함께 하며 남편에게 힘이 돼줬. 남편은 장례식을 마치고 겉으로 보기에 담담해 보였다. 지난 몇 년 간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고 주기적으로 병원 케어해드리면서 마음을 다해서일까. 어머니 살아생전에 이혼하고 힘들게 자립하며 마음 아프게 한 막내딸이 가장 서럽게 울었다.


장례를 마치고 남편하고 웰다잉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었다.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미리 나눌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우리는 연명치료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 장례 방식은 화장 후에 추모공원에 안치하지 않고 나라에서 지정하는 곳(바다 또는 산)에 뿌리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아들에게도 우리의 의사를 전달했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상주 노릇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아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생과 사를 는 마지막 숙제를 미리 준비해놓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연명치료]
치료 효과 없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행하는 의료 행위를 이르는 말. 심폐소생술, 인공호흡,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행위가 환자에게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에서는 2016년 연명의료 결정법이 공표되었다. 법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때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임종과정의 말기에 해당하여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해당 질병으로는 암과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등이 있다. 치료 중단을 원하는 환자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며, 이 서류는 환자가 의식이 없을 경우 환자의 의견으로 판단되어 치료가 중단될 수 있다.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생명의 연장을 위한 특정 치료 방법 여부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서면으로 밝힌 공적 문서. 의학적 치료에 관한 의사 결정 능력이 있을 때 자신의 연명치료에 대한 의향을 미리 남겨, 죽음을 앞두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2016년 2월 3일 공포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약칭 '연명의료 결정법')에 의해 법제화되었다.

-다음백과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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