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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un 28. 2021

인생 2막은 책과 함께

내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의 가치

우리 동네 주택가에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은 나만의 서재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집과 직장을 오가던 어느 날 나는 마을 산책에 나섰다. 골목을 이리저리 걷다가 도서관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 마치 교보문고 축소판을 보는 듯한 그 건물은 2006년에 지어졌으며, 2016년 대한민국 공공 건축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천정 높이까지 꽂힌 책들을 보며 애틋한 감정이 되살아났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처음 접한 학교 도서관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다.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빌려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숙제를 내주셨다. 수업이 끝나고 짝꿍이랑 학교 도서관에 처음으로 찾아갔다. 낡은 책장 사이에 빼곡히 꽂힌 책들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쭈뼛거리며 책장에서 동화책 몇 권을 골랐다. 그중에서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를 읽고 독후감을 제출했다. 미운 오리 새끼가 알고 보니 백조였다는 이야기가 그 당시엔 그토록 가슴 설레었다.


그 후 학창 시절을 지나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 도서관을 우리 집 서재처럼 드나들었다. 대학시절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격이  무난했던 마당 문고 시리즈를  읽었다. 그 외엔 대학 도서관 대출용했다.  당시 탐독했던 이문열, 이청준, 박경리 작가의 문학 작품추억 속에서 꿈틀거린다. 깊이 있는 삶의 흔적이 문장 속에 녹아들어 내 가슴속에 길을 내주었다. 30대, 40대 세파에 흔들리며 손 놓은 책들을 읽고 싶은 열망이 되살아났다. 


불과 2년 전의 일이었다. 그날 나는 여행 책모임과 낭독 책모임을 신청했다.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 스터디룸에서 진행하는 책모임에 동네 마실 가듯 드나들었다. 여행 책모임은 유럽, 인도, 남미 등 세계의 여행지를 순차별로 정해 각자 읽어온 후 이야기를 나누었고, 낭독 책 모임은 햄릿, 여자의 일생, 냉정과 열정 사이 등 문학작품을 함께 모인 자리에서 돌아가며 낭독했다. 스터디룸에 대여섯 명이 모여 앉아 책 이야기를 나누며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책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커뮤니티의 결속력은 쫄깃하고 견고했다.  동안 자기 계발서 중심으로 읽어 오던 독서 편식도 차츰 바뀌었다.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들이 열린다. 대게 사람들은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 - <헬렌 켈러>


그런데 6개월이 지날 무렵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서관 책모임이 중단된 것이다. 곧 재개되겠지,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보냈는데 한 해를 훌쩍 넘겼다.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하 못한 채 오프라인 모임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즐거움이 컸는데 안타까웠다. 


그즈음에 또 하나의 문이 열렸다. 코로나19는 오프라인 모임을 닫게 했지만 대신 온라인 모임의 문을 열었다. 직장생활과 함께  온라인 모임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지인의 소개로 온라인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각자 책을 읽고 온라인 줌(Zoom)으로 만나 독서토론을 하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을 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뚫고 늦은 밤에도 참여가 가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국경을 넘어 중국, 영국, 호주에서도 참여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상상할 수 없는 만남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비록 오프라인의 문이 닫혔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나만의 서재, 마을 도서관에 다녀왔다. 2년 전 낭독 책모임에서 읽었던 '냉정과 열정 사이' 빨강(Rosso)과 파랑(Blu) 두 권의 책을 빌려왔다. 온라인 문학 탐구 모임에서 조만간 독서 토론하게 될 책이다. 서울, 경기, 부여, 광주 그리고 북경에서 온라인 책모임에 참여한다. 다양한 관점으로 책 이야기를 나누생각의 폭을 넓히시간이 될 것이다.


어느덧 책을 옆구리에 끼고 본격적으로 탐독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우리 집 책장에도 책이 빼곡히 꽂히고 있다. 얼마 전에는 책장의 책 나눔을 했다. 책장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보내고 책을 고르게 했다. 직접 고른 책을 택배로 보내 주거나 직접 만나 전달했다. 평소에 책을 잘 읽던 이도 잘 안 읽던 이도 반겼다.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19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은 날들이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독후 활동을   온 덕분이다. 책을 읽고 사유하고 토론하고 SNS에 글을 남기며 나만의 루틴으로 지혜를 터득해간다. 나를 성장시키고 내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의 가치에 감사할 따름이다.  2막은 책과 함께 동행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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