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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an 18. 2022

내 삶에 영향을 준 한마디

작은 관심과 응원의 힘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은 강인해요.
당신의 움직임이 나에게 영감을 줘요.
어느 순간부터는 한나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더는 아름답지도 강인하지도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이따금 궁금했지만
그 결말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질문도 그만두었다.
 - 므레모사 <김초엽>




작은 관심과 응원의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 삶을 돌아보니 그랬다. 불현듯 떠오르는 추억의 한 장면이 있다.

그때 그 아이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친구의 목소리가 내 연약한 마음을 북돋는다.  


고등학교 3학년 가을이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모두 공부에 매진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 대열에서 이탈했다. 고 1 때 친구들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춘기 방황을 시작했고,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방황의 은둔처로 시를 끄적였고, 문예반 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3학년 몇 반이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는 날에는 친구랑 밖에 나가서 종종 시간을 보냈다. 그날도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청소시간에 돌아 슬그머니 복도를 서성거렸다. 그때 반 친구 한 명이 다가왔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는 아니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너 문창과 간다며?'


'문창과가 뭐야?'


그때만 해도 생소했던 전공이라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그 친구 덕분에 나는 문예창작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해엔 성적이 형편없어서 대입시험만 형식적으로 치렀고,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가느다란 희망의 빛이 나를 이끌어주었다. 다음 해 나는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세월이 흘렀다. 삶의 여러 갈래 길에서 이 길 저 길 다양한 선택을 하며 살아왔다. 다른 갈래의 길에서 마음이 지칠 때마다, 그 한마디가 불현듯 되살아났다. 잊히고 꺼져가는 내 꿈에 불을 지폈다. 내 삶에 영향을 준 따뜻한 한마디였다.


관심 칭찬, 응원 인생에 길을 내어준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 온기를 불어넣어 다.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주저하는 마음을 감싸 안아준다. 그 길의 끝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냥 걸어가 보기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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