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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Jul 04. 2016

뭇프다.

신조어 중에 웃프다 라는 말이 있다. 웃기면서도 슬프다는 말이다.

굉장히 짠한 장면이지만 웃긴 상황에 쓴다. 

웃프다의 대표적인 모습.


이 사진 하나로 전광렬님은 표정의 대명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웃프다'라는 단어를 생각하면서 나는 내 스스로의 단어를 하나 만들었다.

바로 '뭇프다' 무섭고도 슬플때 쓰는 말. 이 단어를 생각해 내게 된 계기가 있다.


난 출퇴근할 때 버스를 이용한다. 집에서 회사까지 20분정도 거리에 집이 종점이므로 늘 앉아서 갈 수 있다.

버스에서는 책을 읽는 편이지만 가끔 사람구경하면서 출퇴근 할때 도 있다. 

버스안에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노래를 듣거나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한다.

늘 퇴근하는길이면 서서 집에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 날은 내 앞에 앉은 여자가 굉장히 슬픈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흘끔흘끔 쳐다보게 되었다.

'무슨일이지.. 남자친구랑 헤어졌나..?' 혼잣말을 하며 버스 창문에 오버랩된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슬픔에 가득한 얼굴도 열심히 카톡으로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카톡을 대충봤지만 자신이 보낸 노란박스안에는 ㅋㅋㅋ란 단어가 가득했다. 저런 얼굴을 하고선 어떻게 저렇게 카톡세상 안에선 즐거울 수 있을까. 무섭고도 슬픈 상황이었다.


카톡에 상대방은 그 사람이 어떤 표정을 하고 어떤 모습일지도 모른채 ㅋㅋㅋ란 단어 앞에서 이 사람의 지금 현재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ㅋ란 모음하나로 기분을 풀려했는지 모르겠다. 무수히 날라가는 이모티콘으로 기분을 날려버리려 한걸까. 그사람은 내가 뒤에 앉아서 봤을 때도 축처진 어깨로 창가에 기대어 무언가를 보내고 있었다.


버스에 내려 집에가는 길에 참 무섭고도 슬펐다. 나도 그녀처럼 날 속이고 있을 때가 많았다.

기분이 안좋아 친구에게 연락했어도 ㅋ이란 글자하나면 사람들은 같이 웃어넘겨버린다. 내가 원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그냥 넘어간다. 그렇게 거기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래 다음에 만나면 소주한잔하자 ㅋㅋ' 란 마지막 메세지를 보내고 핸드폰을 아무데나 대충던져놓고 상념에 빠진다. 그녀뿐만 아니라 나. 그리고 또 누군가.


오늘은 그 때 그녀를 만나서 마주보고 앉아 소주한잔 기울여주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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