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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Jan 23. 2017

16년 겨울을 마무리하며

17년을 맞이하며

운이 좋아 2016년 마지막을, 2017년 처음을 유럽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이야기하면 모두들 부러워한다. 하나같이 '부럽다, 멋지다, 좋겠다' 등등의 반응

하지만 연말이라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야함에 시간에 쫓기고 휴일이 많은 덕에 기차시간은 뒤죽박죽이고,

가게 문은 굳건히 닫아있다. 그래도. 그래도 부러워함에 틀림없다.


2년전에도 유럽에서 새해를 맞았다. 역시나 캔슬되어 버린 열차 덕에 어렵게어렵게 숙소로 돌아와 지쳐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내가가진 물건들로 새해선물을 했다. (받고도 좋아할 물건이 아니었다.)

이젠 그런 열정도 없는걸까? 그래도 한국에서도 하지 않는 새해행사에도 참여해본 터였다. 올해는 더 부지런해 지길 바라면서.


(사진은 아이폰 7+로 찍었습니다.)

파리의 에펠탑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 열일(?) 하는 에펠탑. 겨울이라고 회전목마 앞에 있는 가짜 눈으로 덮힌 트리가 귀엽게 느껴졌다.

거리마다 트리가 있었고 아주 크고 멋진 트리들도 있었지만 베르사유가의 뒷골목에 있는 이 트리는 내가 유일하게 지우지 않는 트리사진이다. 실은 혼자 아웃포커스 연습을 죽도로 했던 곳이기도 하다.

샹젤리제 거리에는 크리스마켓이 열려있었다. 이 맘 때쯤 내가 좋아하는 베를린에서 안좋은 소식이 들려와 마켓을 즐기자니 참 마음이 여러므로 복잡했었다. 다시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길..


파리에서 추운몸을 이끌고 바르셀로나로 가니 역시 스페인이었다. 16도 정도 되는 좋은날씨에 야자수라. 

1월에 스페인에 9일정도 더 머물게 되었었는데 평균 16도였다. 이곳에는 산타가 어떤복장을 하고 올까?

크리스마스도 겹친지라 산타의 복장이 문득 궁금해졌다.


스위스는 늘 춥지만 이번에는 눈이 많이 안왔다고 했다. 매년 12월 쯤가면 인터라켄의 중심 회에마테공원에는 하얗게 눈이 쌓여있었다. 그래도 날이 추웠는지 나무는 앙상하고 그 앙상한 나무사이로 하늘은 더 파랗게 보였다. 

눈은 안와도 춥디 추운 이 스위스를 버틸 수 있게 해준 나의 음식들. 호텔 발코니에 앉아 패팅둘러입고 깍두기 듬뿍넣어 먹은 라면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사실 봄,여름,가을,겨울 가리지 않고 갈 때마다 하는 행동이긴 하다.

다행히도 날씨가 계속 좋아서 융프라우 정상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융프라우 정상 트래킹길을 걸을 수 있었다. 눈이 쌓이고 쌓여 몇만년이 쌓였는지 하얀눈벽이 떨어져 나간 곳에는 하늘색깔 눈이 있었고 자연앞에 나는 다시한번 작아졌다. 


새해는 운 좋게 로마에서 맞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집근처도 안나가고 티비도 안본다. 한번씩 술먹다가 어쩌다보니 새해를 맞게되면 술집에서 카운터다운을 하던게 다였다. 그런데 로마에서 새해맞이라니.

한국에서도 안해보던걸 로마에서 하는지라 호텔에 물어물어 찾아가니 콜로세움 앞에는 사람이 없어 대전차경기장으로 향했다. "꽈뜨로, 뜨레, 두에 , 우노 !!" 에 맞춰 폭죽을 예상했지만 폭죽은 콜로세움과 성베르로성당에서만.. 찬란한 불빛과 한국에서 파는 1000원짜리 폭죽 몇백개만 보고 돌아왔다. 그래도 의미는 있을테지.


로마에서 비엔나로 가는 야간열차 안. 밤새 이불을 꽁꽁싸매고 깼다 잤다를 반복했다. 새벽에 나와보니 복도 창문은 꽁꽁얼어있다. 드디어 비엔나로 가는구나. 이불돌돌 싸매고 잠을 청했지만 아침에는 또 다른 선물을 주는 구간이다.

하얀눈과 동화같은 집들은 추위도 싹가시게 한다. 다만 창문너머로 바라볼때만이다.


비엔나는 늘 추운곳이지만 이번에는 사람들 한명한명 입김을 뿜고 다니는게 인상적이었다. 따뜻한 햇살에 비춰 그 입김은 더 따뜻하게 보였다.

마지막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라하에서 먹는 소주한잔. 이날의 안주는 짬뽕이었다. 

여행내내 고생했던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 겨울의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겨울마다 생각날 것을 생각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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