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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Jun 16. 2017

Late Spring in Europe

유럽도 사계절이 뚜렷한 곳이다. 다만 건조하고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여름에도 밤에는 쌀쌀하다. 

유럽은 봄에 여행하기가 가장 좋다. 해도 적당히 길고 -겨울에는 5시, 여름에는 10시에 해가진다.

꽃도 만개하기 때문에 여행객들로 붐빈다. 이번 봄, 참 바쁘게도 다녔나 보다.


이번 봄, 내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사진이다. 피곤함에 이끌려 온 호텔에서 늦은 밤 맥주 하나와 샌드위치로 하루를 정리했다. 맥주를 먹다가 쇼파에 앉아서 자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춘곤증인가.


이번 봄엔 스페인에 두 번 다녀왔다. 스페인이야 말로 봄에 가장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나라마다 어울리는 계절이 있다. 봄은 스페인, 여름은 남프랑스, 가을은 프랑스 파리, 겨울은 스위스다. 특히 봄의 세비야는 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마드리드에서 세비야 가는 길엔 난 늘 당당하다. 

"세비야 가시면 무조건 좋아하실 거예요."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감히 겁도 없이. 정말 위험한 발언이지만 그 기대감에 반하지 않을 모습을 갖춘 도시임에 틀림없다. 싱그러운 햇살에, 불어오는 강바람에, 길거리마다 보라색 꽃이 만연하다. 이번에는 운이 좋게 페리아 축제 기간에 맞춰가서 사람들은 저마다 전통복장을 입고 거리에 나와 또 한 번 세비야를 꾸며주었다. 또 그라나다에서는 알함브라의 궁전의 여름궁전이 특별하다. 이슬람 왕조가 가장 원했던 물이 솟구치고 있는 사이에 꽃들은 그 물을 머금고 새로 피어나고 있었다. 막 만개한 꽃들은 이슬람 사원의 사치보다 더 사치스러워 보였다.


파리에 갔을 때는 베르사유 궁전 근처에 장에 들렀다. 다시 봄이 오니 내가 좋아하는 납작 복숭아가 다시 나왔다. 시장은 가벼운 복장의 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했고 선거 포스터를 나누어주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사람들을 피해서 온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사람들을 구경했다. 유럽여행 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들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이란 걸 분명하게 알고 있다. 따뜻한 봄바람이라고 하긴 다소 썰렁했지만 프랑스 사람처럼 스카프만 했어도 봄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렇게 에펠탑 앞 잔디에 앉아 푸릇푸릇 자라는 잔디를 짓눌렀다.


스위스는 아직 추웠다. 파리에서 밤에 너무 추워 들어간 옷집에서 100유로란 거금을 들이기가 아까워 참았다가 스위스에서 내내 팔짱을 풀지 못했다. 그래도 나무들은 초록색 옷으로 다 갈아입었고 스위스를 가득 담은 맥주는 여전히 맛있었다. 점심에 산에 가지 않아 시간이 남았고 창문을 열어두고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잤다. 물론 너무 추워서 닫았다.


그렇게 베니스로 와서 구름 아래 , 바다 위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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