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체를 바꿔 볼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명조체는 내 진짜 손글씨랑 비슷해 정감이 간다.
물론 연필을 쓰던 시절. 엄마의 말대로 볼펜을 주로 쓰다 보니 나의 머리, 꼬리가 있던 명조체는 사라진 지 오래다.
내가 생각하는 책 읽기가 가장 좋은 곳은 버스 안이다. 그것도 출근버스 안.
중고서점에서 산 책은 출근버스 안의 모습과 참 닮아 있다. 중고서점의 책은 누군가에게 읽혀졌고 새것이 아니다. 버스 안의 사람들도 누군가에게 어쩔 수 없이 이끌려가고 있어 새것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출근버스 제일 뒷자리 오른쪽 구석은 내 차지다. 집이 버스종점과 가까워 늘 앉아서 책 읽을 여유를 부릴 수가 있다. 약간의 소음은 책 읽기에 좋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아침 라디오는 풍미를 더한다. 때론 수십 명이 탄 버스는 버스 굴러가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버스가 정차했을 때 나의 책 읽기도 잠시 멈춘다. 그 숨 막히는 시간에 도저히 책을 읽어 내려가지 못하겠다.
집중력이 없어 책이 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을 읽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책 읽는 누군가가 멋져 보여 따라한 걸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꼭 다시 읽는데 내 기억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들은 기억으로 읽는 기분이다. 좋은 문장들을 놓쳤고 그 문장들은 다시 읽을 때야만 들어온다.
책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한번 봐서 알 수는 없는 것 같다.
책도 사람도 가까이 두고 늘 보고 좋은 문장을 찾고 좋은 사람을 찾는다.
세상에 안 좋은 책은 없고 안 좋은 사람은 없다. 다만 내가 깊이 읽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