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꽤 덥다. 이번 유럽에서는 바람이 차가웠다. 하지만 연일 한국에서 넘어오는 소식에서는 '덥다'라는 이야기뿐이다. 한국에 오니 날이 꽤 덥다는 걸 실감한다. 귓가에 울리는 매미소리 대신 아직까진 모기소리가 더하지만 곧 매미소리를 듣게 될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봄의 끝에서 유럽에 있었다. 화창하게 피어있던 꽃들은 이제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고 산 높이 있는 나무들은 이제야 꽃을 피운다. 봄 냄새보다는 여름의 냄새가 가득하다. 나도 이제 봄은 가려하고 여름이 오려한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른을 앞두고. 돌이켜보니 나의 봄은 벚꽃 가득했고 잘 차려진 봄 밥상 같았다. 누군가의 입맛을 돋우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런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이제 내 인생의 봄은 가고 여름은 온다. 여름을 잘 버티면 또 가을이 오겠지. 얼마나 긴 여름이 될지 모르겠고 아직 봄이 가지 않았을지 모르나 나는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한다. 봄에 입었던 옷들을 정리하고 여름옷을 꺼내보고 또 새 옷을 사러 간다. 누구에게나 봄은 좋지만 봄이 가야 여름이 오고 여름을 지나야 가을, 겨울이 온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온다. 내 인생의 봄. 너무 많은걸 얻었다.
봄의 끝에서, 여름의 시작에서 나는 방황하고 그 방황을 즐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