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상’으로 느끼는 홍콩의 아침
‘크로아상’으로 느끼는 홍콩의 아침
누구에게나 어떤 단어와 함께 연상되는 여행지가 있을 것이다. 홍콩 하면 대부분 ‘딤섬’, ‘주윤발’, ‘밀크티’, ‘에그타르트’ 등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2019년 여름 이후 나에게 ‘크로아상’은 홍콩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해 홍콩에서의 2번째 날 아침은 그곳을 다녀오기 전과 후에 홍콩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달라질 수 있음을 경험했던 순간이었다.
그날 아침 나의 여행메이트 하지와 나는 홍콩 디즈니랜드로 가기 위해 호텔에서 나와 사이잉푼역을 가던 중이었다. 본격적으로 길을 나서기 전, 우리는 그저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우연히 역 앞에 있던 카페를 들렸다. 카페는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창가 쪽 자리가 다행히 비어있어 우린 앉을 수 있었다. 그 카페엔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와 소시지롤도 있었으나, 우린 따듯한 라떼와 잘 어울릴 것 같은 크로아상과 뺑 오 쇼콜라를 주문했다.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주문한 메뉴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곳의 크로아상은 달랐다. 이렇게까지 크로아상에 감동까지 받은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촉촉했던 크로아상과 뺑 오 쇼콜라는 적당히 올라간 크레마로 인해 풍미가 더해진 라때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내 옆에 함께 있던 하지도 ‘맛있다.“를 연발했던 것으로 보아 이 친구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싶어서 난 그때 흥이 더 올랐던 것 같다.
이날 이후 지금까지도 나와 하지는 크로아상을 보면 홍콩을 이야기한다. 그 이유에는 그 시간 라떼와 함께 곁들인 크로아상의 맛이 제일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곳의 분위기도 분명 한몫했던 것 같다. 그날 카페 안은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보단 동네 산책을 나온 것 같은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커피 주문을 하는 주인을 익숙하게 기다리는 반려견과 정성스럽게 메뉴를 준비하는 카폐 사장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페 안을 메우는 여유로움에 우리도 함께 홍콩에서의 아침을 여유롭게 즐겼던 것 같다. 우리가 스치듯 만난 그 시간, 그 공간, 그 맛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나에게 깊이 남아있다. 앞으로도 어떤 단어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날 설레게 할지 기대가 된다. 제 2의 ’크로아상‘을 찾아 지금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