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 이야기를 안 한다.
"그냥 받아 적어!"
2007년 어느 학교의 한 교실에서 한 남자가 외치는 소리였다. "13명의 아이가 거리를 돌진하는 이 시의 분위기는 불안감을 조성하며..." 남자가 큰 소리를 내어 교사용 문학교과서를 읽자, 교실 내에 많은 학생들이 그것을 놓일까봐 빠르게 그의 말을 적어 내려간다. 문학용 교과서를 읽던 남자는 수업 시간 내내 문학 해설서를 읽어 주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여백이 없을 정도로 남자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었다. 그 남자는 한 학교의 문학 선생님이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기 2분 전 학생들은 급식실로 달려가려고 교과서를 덮어 버리고, 뒷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은 교실의 뒷 문을 반 쯤 열고 종이 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 내가 불러준거 시험에 나오니까! 많이 보도록해라" 그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종은 울렸고 학생들은 13명의 아해처럼 급식실로 질주를 하였다. 2007년의 아주 단편적인 기억이지만 나는 이렇게 문학을 배웠다. 선생님이 어떤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라고 하면 동그라미를 치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선생님이 불러주면 줄줄 받아 적었다. 매 번 문학 시험을 보면 시험 공부는 너무 괴로웠다. 너무나 외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이런 것이 문학 공부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의문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점수를 잘 받으려면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그냥 외워야 점수가 잘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 나이가 들어서 윤동주의 '서시'를 읽다보면 나는 시의 내적 논리로 보았을 때 아무리 봐도 애국은 전혀 도출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윤동주의 '서시'에서는 식민지 시기의 시인의 고뇌가 너무나 잘 도출이 되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불러주셨으니까 말이다.
나는 문학하고 친해지게 된 것이 몇 년 안 되었다. 5년에서 6년 정도? 솔직히 문학은 정말 재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암기해야 하니까 말이다. 내가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아마도 대학교에 와서 어떤 문학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강사 선생님이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에 관한 강의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원래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책 읽기는 정말 싫어했다. 왜냐하면 재미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보들레르가 나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그동안 시들에서 볼 수 없는 사고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과 악이 이분법적으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선과 악이 어쩌면 한 끗 차이일 것이라는 단서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호기심과 더불어 나는 대학교 때 방황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술 먹고 기억을 잃고 친구들하고 클럽에가서 새벽까지 술을 퍼마시며 놀다가 집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하고 클럽에서 미친듯이 놀다가 허무함을 느꼈었다. '내가 왜 살지'라는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이 철학적이기 보다는 매우 당연히 나오는 생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클럽에서 술을 진탕 먹고 죽어라 춤을 추다 보면 사람이 에너지가 빠지게 된다. 사람이 에너지가 빠지게 된 다는 것은 마치 핸드폰의 베터리가 0%로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즉, 사람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쓰고 나면 죽음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왜 살지"라는 질문은 술을 먹어서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해있고 에너지가 다 빠져서 인생의 허무감을 일시적으로 느껴서 한 고민이다. 여하튼 그리하여 나는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해서 공부는 하기 싫고 책이나 읽어보자라는 심산을 가졌다.
그래서 온갖 허세를 가지고 카페에 앉아서 얇은 책을 한 권 읽었는데 그것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당연히 나는 프란츠 카프카의 짧은 소설 '변신'을 읽고 이해 못했다. 그냥 '사회 속에서 개인의 위기' 정도로 주제를 딱 적어 놓았던 것 같다. 지금 보면 많이 부끄럽지만 당연히 아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한 번에 매우 매우 어려운 소설을 이해할까? 내가 문학에 대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글을 쓰게 된 방법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먼저 책을 여려 권을 읽고, 대학교에서 문학에 대한 교양과목을 쫌 듣고, 에버노트에다가 내가 배운 것을 잊어버릴까봐 정리해두다 그것들 쌓여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 줄로 간단하게 써 놓았지만 저런 일련의 과정은 간단하지가 않고 인내심과 흥미와 교육적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뉴스 기사를 쭉 보다보면 한국인들은 책을 잘 안 읽는다고 기사를 써놓고 책을 읽으면 좋은 효용성을 쭉 나열해 놓는다. 매우 매우 동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의 함정이 하나 있다면 한국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원인을 전혀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특히나 문학 책을 읽으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읽냐? 내가 솔직히 초중고에서 배운 것은 외우는 문학이었는데 갑자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책 읽기를 많이 해야 한다니 이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를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문학을 외우면서 공부해서 그렇고 두번째는 문학을 읽을 때 그것을 해석하는 코드를 배우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의 교육에 대해서 욕을 하자면 삼 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수능 시험 잘 보게 하는 교육'으로 모든 것이 환원이 된다. 수능 시험에서 시험을 잘 보려면 짧은 시간 내에 답을 찾는 방법을 연습하고 그 방법을 체화하여 실수를 줄여 나가야 하는 시험이다. 즉,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답을 정확하게 고르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로, 한국의 수능시험을 준비하는데에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곧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는 결과로 귀결이 된다. 그런데 문학이나 비문학을 읽을 때 우리는 사고를 해야한다.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에서 배우는 문학이나 비문학은 시험을 위한 문학이나 비문학 공부이지 나중에 우리가 글을 읽을 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은 쉽지가 않다. 공교육에서 가르쳐 주지를 않는데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당연히 교육제도를 뜯어 고치는 것인데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편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바로 내가 혼자 책을 읽어야 한다.
두번째 문제점은 비문학은 덜하지만 문학은 해석하는데 진입장벽이 은근히 높다. 우리가 문학을 얕잡아 보는 것은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인식할 때부터 책은 근처에 많이 있다. 부모님들은 동화책을 사다 주거나 세계문학전집을 아이들에게 사준다. 그런데 나는 어릴 때 그 책들 두 페이지 읽고 접어 버리고 만화책을 보았다. 여하튼 책이라는 매체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친근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문학을 읽는 것이 쉬운 일로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10장 정도를 정독하다보면 사람들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눈을 감는다. 사람들이 눈을 감는 이유는 책이 재미가 없어서 인데 거기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도구들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전시회에 가서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미술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림은 그림이다. '오 예쁘다'라며 초스피드로 그림을 쑥쑥 지나가는데 미술학도들은 한 그림을 보면서 그림과 대화하는 진기한 모습을 보았다. 나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눈에는 보이는 그림의 코드라는 것이 있다. 즉, 그들은 그림을 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 번은 학교에서 미술 강의를 듣고 무식하지만 그림을 보러갔다. 예전에 초스피도를 전시회를 나왔던 나와 비교할 때 그림 속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조금씩 눈에 밟혔다. 내가 미술관에서 겪은 이런 경험은 문학에도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여기서 우리가 문학책을 읽기로 결심하겠다면 문학책을 찢어 버릴 수 있는 도구들이 필요한 것이다.
문학 책을 이해하는 몇 가지 도구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그런 것은 없다. 왜냐하면 그 도구들은 머리에 있는 것들이라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도구들이라는 것은 일종에 책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보면서 터득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해석하는 법을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런 작업들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문뜩 침대에 누워있다가 든 생각은 몇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 속에서 다양한 주제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당연히 고르는 책들은 내가 재밌게 읽은 책이니 조금이 아니라 쫌 주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그것을 달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잘 봐두면 좋을 것 같다. 자신만의 생각하는 방법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문학을 해석하는 도구들이다. 그 도구들을 한 번 볼까요?
당신이 포기한 문학 읽기를 구원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