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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Oct 05. 2016

세익스피어가 사랑한 비극1 : 맥베스

그의 문제는 바로 끝없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었다.

'인생이란 그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뿐, 무대 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우쭐대고 걸으며  투덜거리지만, 곧바로 잊히는 가련한 배우. 그것은 바보 천치가 지껄이는 이야기다.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맥베스 p264 팽귄북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기존의 그리스 시대의 비극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리스시대의 비극은 운명이 모든 것을 지배를 했었다. 그리스 시대의 비극은 귀족이나 영웅 같은 인물이 운명에 저항을 하지만 그 운명에 패배함으로 사람들은 그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고대 그리스시대의 비극은 운명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은 인간이 파멸하는 것은 같지만 인간의 파멸이라는 것은 개인의 결함 때문에 비극이 벌어지게 된다. 4대 비극의 모든 인물이 그런 경함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이번에 다룰 맥베스의 결함은 바로 끝없는 욕망의 추구였다. 이번 소설에서 읽을 때 즐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찌질했던 맥베스가 점점 악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바로 이 비극의 즐거움이다. 맥베스는 원래 스코트랜드의 영주였다. 하지만 그가 세명의 마녀를 만나고 그녀들에게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홀로 고민에 빠진다.



악의 씨앗을 키우는 여인 레이디 맥베스


'저 까마귀까지도 덩컨 왕이 내 성벽 아래로 죽으러 들어온다고 저렇게 목이 쉬도록 울어대는구나. 오너라, 살인의 음모를 도모하는 악령들아, 내게서 여자의 기질을 거두어 가고, 내게 무시무시하도록 잔인한 마음을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가득 채워주거라! (p142)


인간에게는 누구나 마음 속에 악이 존재한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잘 다룬 것이 바로 <다크나이트>에서 나온 악당 투페이스 하비이다. 투페이스 하비의 경우 고담시의 정의로운 검사였지만 그녀의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그는 고담의 빛의 기사에서 악당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무리 선하게 행동을 하려고 하더라도 그 마음 속에는 어둠이 있고 방아쇠들이 당겨지면 그 악은 겉잡을 수가 없다. <맥베스>도 악이 광기로 변하는 남자이다. 마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맥베스는 왕을 시해할까 고민을 한다. 맥베스는 솔직히 이야기해서 작품 초판에 보면 너무 여리고 찐따같다. 하지만 그의 결심을 굳히는 여성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의 부인 레이디 맥베스였다. 작품 초반에서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보다 더 잔혹한 인물로 묘사가 된다. 왕을 시해할까 고민하는 맥베스를 집요하게 쪼는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의 연약함을 건드린다. 맥베스는 장군이지만 그에게 여자인 자신보다 못하다고 비꼬기도 하고 겁쟁이라고 계속 당금질을 한다. 맥베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왕을 시해하기에 이른다. 인간의 연약한 면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연약한 부분을 건드리게 되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분노를 하게 된다. 그 연약한 부분을 계속 건드리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락하게 되거나 자포자기하게 되는 것이다. 



세 마녀의 예언과 왕이 될 남자 멕배스


'잔인하게, 대담하게, 흔들림 없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는 맥베스를 해치지 못하리다.' (p219)


<맥베스>에서는 초자연적인 것들이 많이 나타난다. 그녀들은 맥베스에게 왕이 될 것이라고 하기도 예언하고 그대로 이루어 진다. 또한 마녀들은 망령들을 소환해서 맥베스가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는 맥베스를 해치지 못하리다'라고 예언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여자에게서 태어나다'라는 것이 넘어가긴 쉽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여자에게서 태어난다는 것은 여자의 음부를 통해서 나온다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나온 인간은 그 누구도 맥베스를 제거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맥베스>를 읽을 때 중요한 것은 초자연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갈등으로 극이 끌려간다. 맥베스나 레이디 맥베스는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인물들이다. 왕이라는 것은 정통성과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하늘의 축복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맥베스는 그 정통성을 제거하고 살인을 함으로 자신이 왕이 된다. 그와 그의 부인은 계속 자연의 질서를 무너트리려고 한다. 즉,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 그리고 세 마녀들은 자연적인 것을 파괴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세익피어는 극 중의 인물들의 입을 빌리며 '자연에 어긋나는 행동은 사나운 근심서리를 준다'라는 말을 통해서 자연의 법칙을 절대 어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시기에 존재론적 관점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연과 우주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결정이 곧 자연과 우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세익스피어가 말하고 싶던 것은 맥베스가 그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서 자연적인 법칙을 깨면서 그 결정은 다른 존재들과 우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기의 왕이자 허무의 왕 맥베스


맥베스는 왕위에 오르자 자신의 비밀을 알 던 신하들을 죽이고 자신을 배신할 만한 영주들을 제거하려고 한다. 왕을 시해하기 이전에 찌질했던 맥베스는 왕이 되자 누군가가 자신을 죽일까봐 망상을 보거나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아직도 맥베스의 모습은 괴물로 변태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는 그의 손에 피를 뭍힐수록 그의 마음 속에는 그의 마음과 양심이라는 것이 점점 사리지는 것이 보인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그의 모든 마음을 버리게 된다. 그렇지만 독한 여자였던 레이디 맥베스는 공포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잠을 자면서 계속 속죄를 하려고 한다. 점점 마음이 약해지는 레이디 맥세브와 달리 맥베스는 레이디 맥베스의 악을 뚸어 넘는다. 그가 영주들과 전쟁을 하려고 할 때 그녀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받는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말을 내뱉는다.


'인생이란 그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뿐, 무대 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우쭐대고 걸으며  투덜거리지만, 곧바로 잊히는 가련한 배우. 그것은 바보 천치가 지껄이는 이야기다.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맥베스 p264 팽귄북스)


대사를 음미하자면 살벌하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모든 것을 저버리는 남자가 인생은 허무하다고 하니 무서운 것이다. 인간이 허무함을 느낄 때 인간이라는 존재는 공포감을 느끼지 못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자신의 존재나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살아있으니까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맥베스는 그를 다독이고 도와주던 레이디 맥베스의 죽음에 대해서 실소를 날릴 뿐이다. 그리고 그는 영주 맥더프가 싸움을 한다.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맥베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맥더프와 싸움을 하다가 죽는다. 그리고 맥더프가 맥베스를 죽인다. 그런데 그동안에 <맥베스>에서는 예언이 적중했고 운명의 힘이 강했다. 그런데 앞에 트릭이 있었다. 마녀들이 예언을 할 때 여자의 음부를 통해서 나온 사람들은 맥베스를 죽이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맥더프는 그의 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제왕절개를 통해서 나왔다. 즉, 예언을 피해가면서 맥더프는 자연적으로 출산한 인물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나온 인물이다. 그리하여 맥베스를 죽일 수 있었다. 이렇게도 생각될 수 있고 또는 맥베스는 허무주의자였기 때문에 죽었다. 허무주의자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들의 관점에서 인생에서 사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맥더프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그가 자신의 목숨을 가히 여겼다면 그는 자신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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