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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Nov 20. 2016

찢어진 심장으로 모두가 그렇게 광장에 모였다.

우리는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친다.


어제 광화문 집회에는 아버지와 참여를 했다. 저번 주에는 친구와 집회를 참여했다. 종로 3가에서 내려서 종각을 지나 광화문에 다달았을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었다. 함성을 지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함성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광화문에서 저 멀리까지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시민들의 이 함성 소리를 들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그 함성 소리에는 사람들의 눈물과 슬픔, 상처받은 마음의 울음소리가 들렸었다. 왜 그토록 사람들은 자신속의 울분을 내뱉고 있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스트레스 풀기용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단순한 스트레스 풀기였다면 나는 집회가 이렇게 오래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람들이 눈물 흘리고 분노하는 것은 바로 사회의 정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바로 공권력의 사유화이다. 사실 그동안에 많은 정치인들의 게이트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의 삶에 확 느껴진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화여대 사건이었다. 한국에서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면 군대와 대학입시이다. 유승준이 군입대를 회피하자 그는 대한민국에서 추방을 당했던 것을 기억해보면 한국인들에게 이 둘은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 되었던 것은 바로 정유라의 이대 불법 입학 의혹이었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해서 공정한 평가로 대학에 가는 이 시점에서 공권력의 힘으로 한 학생이 이화여대에 말을 잘 탄다고 입학을 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정유라 때문에 떨어진 두 명의 학생들의 문제이자 국민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었다. 대학에 가기 위해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다. 공정한 원칙을 믿으며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의 노력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화여대에 떨어진 두 학생들, 지금 대학입학을 기다리는 고등학생들과 그 학부모들, 재수와 삼수를 하는 학생들, 열심히 노력한 취업 준비생들과 같은 모두가 낙담하였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인생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은 무슨 희망이 있을까? 특히나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시대이고 자본주의의 시대인데 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권력의 사유화를 통해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인 노력에 따른 보상도 무너져 버렸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


저번 주에 친구와 참여를 했을 때 친구는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사회적 명분을 두고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아무리 이기적인 생각으로 보아도 자신의 이익이 침해 받았는데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권리를 포기한다고 생각해'라고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자신의 꿈이 모두 무너졌다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 세대의 분노는 지금까지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 놓은 나라를 무너트리는 권력에 대한 분노이고, 386세대는 자신들이 이룩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분노이고, 청년들은 정의가 무너져 공정한 경쟁이 무너진 사회에 대한 분노이며, 고등학생들의 분노는 대학 입시의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이다. 모두가 이룩해 놓았던 꿈이나 꿈꾸는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찢어진 심장으로 나와 광화문으로 달려나갔다.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다. 모두가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광장으로 나온다. 저번 주 집회에세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데 민노총의 행렬이 지나갔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을 해보니 그것이 민주주의다. 어수선하고 다양한 아픔을 가지고 광장에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인 것이다.



가끔 광화문 광장에서 평화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병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분석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누구나 이 사건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이 무슨 실효성이 있나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평화를 깨고 쇠파이프와 불타는 화염병을 들고 청와대로 처들어가자는 생각인 것 같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상대방이 더럽고 치사한 방법으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과 똑같이 맞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은 많고 다양한 생각으로 모였지만 촛불 집회를 촛불 집회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평화집회이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배트맨을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 배트맨을 죽이는 것보다 배트맨을 더 괴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배트맨의 신념을 무너트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커는 계속 배트맨이 자신을 죽이기를 원하고 고담의 선량한 시민들이 죄수들을 폭발시켜서 인간의 타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우리가 폭력시위를 한다면 촛불 집회의 정체성은 사라지게 된다. 우리가 그렇게 목놓아 부르는 민주주의는 명분을 잃어 버린다. 그들과 왜 우리는 똑같아 지려고 하는가? 그들과 똑같이 되어 폭력을 가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렇다면 국회에서 싸움하는 사람들과 국민들이 무엇이 다른가?


이번 사건에서 우려되는 점이 하나 있다. 나는 이번 사건에 세월호 사건과 너무도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그 당시 기억나는 것은 유병언을 잡아서 죽이자였다. 마치, 유병언이 세월호 사건의 절대적 원인으로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유병언은 시체로 돌아왔고, 해경은 해체되었고, 안행부 (지금의 행안부)는 박살이 나버렸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시스템적이었다. 시스템의 악이 있었던 것이다. 컨트롤 타워가 없었고, 대통령이 서면보고만 받았고,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법규에 묶여 몸을 사렸다. 세월호가 규정에 맞지 않아도 통과시켜준 정부의 관리들이 모두 모여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유병언만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사람들 모두는 처벌을 받아야하고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순실과 같은 사람들이 나오게 된 시스템을 우리는 바꿔야 한다. 시스템의 악이 지금 우리의 눈 앞에 나왔다. 그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의 거대한 위기이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에 기회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부패했던 정치권과 사법계와 시스템의 악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던, 시스템이 바꾸지 않으면 또 다른 최순실이 등장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이번에 우리가 광장에 나온 것은 그동안 썩어 문들어진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제는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을 뽑아서는 안 된다. 정말로 우리는 우리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우리의 대표를 뽑아야 한다. 그런 사람을 많이 뽑고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민주의식이었다.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민주의식을 함양하면서 행진을 했다. 여기서 우리는 광장에서만 민주적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치, 일요일에만 그리스도인이 되는 선데이 크리스천처럼 말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마음 하나 하나에 촛불을 품고 있다. 바로 민주의식이라는 촛불 말이다. 그 촛불을 간직해서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도 민주시민으로 살아야 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약자들을 돕고 잘못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들 말이다. 시민들의 찢어진 심장에 피어나는 꽃들을 잘 지켜야 한다. 그래서 지금 절망해서 술만 먹고 클럽에 가고 투표를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민주의식의 꽃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 왜냐고?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은 국가는 전체주의 국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의 권리를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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