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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Jan 31. 2017

인공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남자 도리언 그레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었던 존재이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나의 모습이다.     -오스카 와일드-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바질 호월드라는 화가가 18세의 도리언 그레이에 흠모를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려준다. 이때, 바질의 친구 헨리 워튼 경이 찾아 오는데 그곳에서 도리언 그레이와 헨리는 친구가 된다. 헨리는 도리언을 쾌락의 길로 인도하는 존재였다. 도리언은 헨리의 말에 이끌려 자신의 젊음에 대해 지각하게 되고 자신이 영원히 늙지 않고 초상화가 늙었으면 하는 소원을 빈다. 그리고 그 소원이 현실이 된다.  그 후, 도리언 그레이는 시빌 베인이라는 배우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에 빠져 연기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시빌 베인은 멋진 연기를 보이지 못해 도리언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리하여 도리언은 그녀에게 모욕을 하며 그녀를 내친다. 그리고 시빌 베인은 자살을 한다. 이 사건 이후 도리언 그레이는 타락의 길에 빠지며 심지어 바질과 시빌 베인의 동생 제임스 베인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점점 일그러져 가는 초상화를 보면서 그 초상화에 칼을 꽂지만 그 초상화는 다시 젊음을 되찾고 흉측한 모습으로 가슴에 칼이 꽂힌 도리언 그레이만 쓰려져 있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가 바라보는 미란 무엇인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볼 때,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미란 무엇인가 이다. 서문을 읽어보면서 와일드가 취하는 미의 관점은 유미주의이다. 와일드의 유미주의는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나온 미적 판단에 근거를 둔다. 칸트는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것을 취미판단이라고 하였다. 취미판단에서 취미는 일종의 '아름다움의 적당한 선을 판단하다'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세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무관심성이다. 예컨데, 남성팬이 여성 아이돌을 좋아할 때, 아름다움 그 자체 때문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 아이돌의 성적 매력이나 꾸며진 이미지 때문에 좋아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성적 매력이나 꾸며진 이미지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니다. 칸트는 성적 매력이나 꾸며진 이미지와 같은 이해관계를 모두 제거하는 것을 무관심성이라고 하였다. 두 번째는 주관적 보편성이다. 모든 사람은 이상형이 다르다.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각기 다른 이상형이 비슷한 형태로 묶이는 것도 있다. 칸트는 주관적인 취향이 보편적으로 묶일 수 있다고 보았다. 주관적 보편성이 없다면 수많은 이상형의 카테고리가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얼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공통감 때문이다. 공통감은 일종의 공통이 가지고 있는 센스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적없는 합목적성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좋아해야해!'라는 목적이나 요구를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길을 가다가 장미꽃의 아름다움에 끌린다. 칸트의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아무 이유없이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런 취향을 타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보편화가 가능하며, 보편화 때문에 모두가 한 가지 미를 공유할 수 있다.


칸트는 아름다움을 두 가지로 쪼겠다. 그것은 바로 미와 숭고이다. 미는 속된 말로 아름다운 것을 의미한다. 숭고라는 것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사이다'라고 말하며 느끼는 감정말이다. 숭고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괴롭고 절망스러울 때가 있다. 숭고의 아름다움은 오이디푸스왕이 비극에 빠지고, 안티고네가 죽고, 맥베스가 죽는 것과 같이 한 인간이 운명에 파멸하는 모습을 바라 볼 때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칸트와 오스카 와일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미와 숭고가 함께 보여지는 것이다.


초상화와 바질 홀워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바질이 그린 초상화는 마치 도리언 그레이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이며 거울이다. 바질은 초상화를 그리면서 자신의 혼을 다해 작품을 완성시켰다. 그 작품에는 혼이 들어가게 되었다. 초상화와 도리언 그레이의 모습은 독일의 낭만주의에서 시도했던 더블 이미지와 닮았다. 우리가 잘 아는 도플갱어가 더블이다. 독일의 낭만주의는 자신과  자신의 싸움을 중시했고 싸움 이후 초월을 갈망했다. 자신과 자신이 싸우는 것은 두 자아가 나뉘어진 모습이다. 바로 '도덕적인 자아'와 '욕망의 자아'는 서로 갈등을 하며 싸운다. 도리언의 초상화는 도덕적인 자아를 표현한 것이고 걸어다니는 도리언은 욕망하는 자아다. 두 자아의 싸움은 치열하다. 결과는 두 가지인데 한 쪽이 다른 쪽을 제거하면 모두가 파멸하게 되고, 도덕적 자아가 욕망하는 자아를 설득하면 양심을 고쳐먹게 된다. 바질은 아름다움 그 자체를 숭배하는 순수한 사람이다. 그가 아름다움을 최상위의 가치로 두지만 바질은 사회와 도덕의 절차를 따랐다. 바질을 유지무의자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바질은 자연에게서 준 자연미를 최고의 가치로 두었다. 그는 사회가 용인하는 선 안에서 예술을 했다. 이런 도덕적 마음 덕분에 바질은 도리언의 타락한 모습을 양심의 소리를 들려 주었다. 그러나 정신 못차린 도리언이 바질을 죽이면서 도리언은 예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제거한 것이다. 그러나 바질이 죽어서도 도리언의 눈에 나타나는 것은 그가 도리언의 죄책감을 형상화한다고 볼 수 있겠다.



노란책과 헨리 워튼 경


헨리 워튼 경은 순수하고 나약했던 도리언을 쾌락의 길로 빠트리는 인물이다. 그는 예술보다는 사회와 도덕의 규범을 파괴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는 사람을 이용하고, 도리언 그레이를 자신의 유희를 위해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헨리는 도리언에게 젊음에 대한 욕망을 불태우게 만든 장본인이다. 바질 홀워드에게 초상화가 있었다면, 헨리 워튼과 대용되는 물건은 바로 미스테리한 노란 책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그 책의 제목을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지만 이 책이 무엇인지 유추를 해볼 수 있다. 프랑스 작가가 썼고 내용이 없고 실험적인 책..... 그것은 바로 조리스-카를 위즈망스가 쓴 <거꾸로>이다. <거꾸로>의 내용을 이해하면 헨리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거꾸로>의 주인공은 데 제쎙트이다. 그는 귀족문화에 질려서 시골로 내려가고 그곳에서 자신의 인공 낙원을 만든다. 인공 낙원에서 책의 제목처럼 그는 모든 것을 거꾸로 한다. 그는 아침을 오후 5시에 먹으며, 사람들과 다른 시간체계를 가진다. 피아노 건반을 치면 술이 튀어 나오고, 거북이를 도금해서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기행을 저지른다. 위즈망스가 데 제셍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자연질서를 부정하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를 바꾸는 것이 자연이 아닌 개인으로 보았다. 위즈망스는 개인과 이상 그리고 자율성이 최고의 가치이며 지나친 나르시스트의 면모를 보인다. 데 제셍트의 집은 데 제셍트 자신이며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즈망스의 책을 보고 헨리와 도리언이 좋아했던 것은 기존의 질서를 무너트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름다움이 인공적인 것을 사랑했다. 인공적인 아름다움은 퇴폐적 아름다움이며 창녀의 아름다움이다. 창녀는 짙은 화장을 하며 드레스를 입어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헨리와 도리언 위즈망스의 아름다움의 가치는 바로 인공적인 아름다움이었다.


현실의 사랑을 갈구한 여인 시빌 베인


시빌 베인의 세상은 언제나 연극 뿐이었다. 그녀는 누구를 연기하든 언제나 완벽한 연기를 하였다. 시빌 베인과 도리언이 사랑에 빠진 것은 핀트가 안 맞았던 것이다. 시빌 베인은 진정으로 도리언을 사랑했다. 도리언이 그 무엇이어서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도리언의 존재를 사랑했다. 하지만 도리언은 달랐다. 도리언은 시빌 베인이 연기한 오필리어와 줄리엣에 반했던 것이다. 앞에서 말했던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한 것이다. 시빌 베인 또한 이미지를 파는 여자다. 시빌 베인은 연기를 통해서 오필리어의 이미지와 줄리엣의 이미지를 팔았기 때문이다. 위즈망스는 퇴폐미가 창녀의 영역에서 극장까지 확장이 된다고 생각했다. 도리언이 사랑한 여자는 시빌 베인이 아니었다. 바로 줄리엣과 오필리어였다. 도리언은 인공적인 여성을 사랑했지만 그 여성들은 절대로 소유할 수 없는 존재였다. 시빌 베인은 도리언과 존재와 존재의 사랑으로 보았다. 그러나 도리언은 그런 시빌의 마음을 짓밟았다. 도리언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했다. 충격을 받았던 시빌 베인이 자살을 하고 그림은 흉축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시빌 베인이 죽고 나서 도리언의 자아는 두 개로 나위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스카 와일드가 되고 싶어했던 남자 도리언 그레이


오스카 와일드가 되고 싶었던 존재는 바로 도리언 그레이였다. 도리언 그레이라는 존재는 처음 등장할 때 흰색과 함께 많이 등장한다. 도리언 그레이는 순수한 존재였다. 하지만, 바질과 헨리의 영향력이 추악한 도리언을 만들게 되었다. 바질과 헨리의 두 영향력은 도리언 그레이를 예술 그 자체로 탄생시켰다. 바질은 아름다움 그 자체를 숭상하지만 사회와 도덕에 잡혀 있었다. 즉 바질에게는 아름다움은 있었지만 숭고함이 없었다. 대신 그 숭고함을 가지게 만든 것은 바로 헨리였다. 헨리는 도리언 그레이를 꼬셔서 쾌락을 추구하고 타락하게 만들었다. 도리언 그레이는 귀족의 후예였기 때문에 숭고함을 끌어 올리기 딱이었다. 하지만 헨리에게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없었다. 바질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과 헨리의 쾌락이 만나 도리언은 예술 작품이 되었다. 도리언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극단까지 추구했다. 그러하며 높은 지위에 있던 도리언은 추락을 하면서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오스카 와일드가 따르는 미는 칸트가 말하는 미다. 칸트는 아름다움에 미와 숭고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도리언 그레이는 미와 숭고함을 모두 갖춘 최고의 예술이 되었던 것이다. 


아래는 목차입니다!!!!!!!!!


오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어쩌면 어제였나, 나는 모르겠다. 

서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12 압구정동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중입니다 
22 강남대성학원 : 답을 잘 찍는 사람이야말로 승자다 
30 N타워 : 나는 죽지만… 너는 살아… 왜냐하면… 
38 신촌 : 아프니까 왜 청춘이냐 
46 강남역 : 아침에는 영어 학원으로 
54 경복궁 : 설현은 안중근 의사를 몰라서 눈물을 흘렸어 
61 대학로 : 김제동의 농담 
68 한국은행 : IMF 이후 한국에 등장한 근대적 인간들 
75 KBS 방송국 : 셀카 찍는 사람들의 고독 
83 광화문 교보문고 : 1년에 한권도 읽기 힘든 당신에게 

서울 속의 우리에 관하여 
94 강남역 : 무차별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102 K-Star Road : 대중들은 아이돌을 고르느라 샤샤샤 
109 종로 3가 : 어느 개저씨의 죽음 
116 잠실 롯데월드 : 헬리콥터 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124 쉑쉑버거 강남역점 : 힐링사회의 그늘 
132 청담동 유흥업소들 : 강남패치와 희생양 
140 홍익대학교 : 홍대 앞에 나타난 거대한 일베 조각상 
147 서울시립미술관 : 이게 미술이냐 
153 선릉역 : 결국엔 무엇이 남을까 
162 광화문 광장 :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을 보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174 서울대학교 : 대학은 학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181 구룡마을 : 인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나라 
188 삼성동 한전 부지 :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195 JTBC 방송국 : 직업으로서의 기자, 소명으로서의 기자 
202 여의도 국회 의사당 : 시인이 정치인이 되는 사회 
209 여의도 증권가 :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217 서초동 사랑의 교회 : 사랑의 그 무게 
225 서초동 대법원 : 나의 위선의 가면이 진실된 가면이 되길 
232 신림동 : 국민을 광인이라고 배제시키지 말라 
240 서울시청 앞 광장 : 나에겐…… 우리에겐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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