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으니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히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혼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알맞은' 사람의 진정한 표지는 상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조화성은 사랑의 서과물이지 전제 조건이 아니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은행나무, p.283-284)
사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대단한 책은 아니다. 책을 쭉 읽었지만 보통이 에세이로 된 부분만 봐도 된다. 매우 보통스러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완성도를 따져 보았을 때 보통이지만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을 성찰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많은 사람이 형사물 드라마를 좋아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범죄자는 사라져 버리고 형사들은 범인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한다. 형사들이나 피해자들이 범인에 의해 위협을 받지만 우리의 멋진 형사들은 범인을 체포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앤딩 크레딧을 날리며 대부분의 드라마가 끝이 난다. 사실 현실에서 정작 중요한 부분은 범인이 재판을 받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청자는 지루한 재판 과정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는 재판 과정을 싹 빼버리고 범죄자가 잡히는 부분만을 보여준다. 흥미롭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러브 스토리도 똑같다. 우리는 친구의 연애 이야기나 결혼 이야기를 들을 때 관심은 어떻게 둘이 운명의 연인이 되었느냐에만 관심이 쏠린다.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썸을 타고, 어떻게 고백을 하는 것만 관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썸타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설렘을 주기 때문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쉽게 쓸 말을 괜히 어렵게 써놓았고 현학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가치가 있다면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부분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사랑이 현실이 되는 결혼 생활의 미묘한 감정을 다루기 때문이다.
'낭만적 사랑' 그대의 이름은 바로 연애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은행나무, p.30)
예전에 런던 타임즈에서 돈을 걸며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런던에서 스코트랜드까지 제일 빨리 가는 방법을 대답한 독자에게 상금을 준다고 하였다. 수없이 많은 영국인이 답을 보냈다. 그 중 상금을 받았던 답이 있었는데 매우 기발했다. 그 답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 답은 많은 영국인의 눈물샘을 적셨다. 이 답은 현실성 있는 답이다. 대한민국에서 연애를 시작하면 많은 커플이 남산 타워로 올라간다. 나는 지금 남산 타워를 올라가면 힘들어 죽겠는데 연애를 막 시작한 커플은 전혀 힘들지도 않아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연애를 막 시작한 커플들의 눈에는 이 세상이 놀랍고 신비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지나가는 비둘기도 아름다워 보이고, 옆에서 신경질 내는 직장 상사의 그 음성도 사랑의 노래로 들리게 만든다. 연애는 짜릿하다. 서로 처음 만남을 가지고, 썸을 타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부분이라 상큼하다. 책에서 라비와 커스틴도 그러하다. 서로 호감을 보이고 스킨십도 하고 섹스도 하며 사랑을 나눈다. 둘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서 만남을 가진다. 우리가 연애를 하다보면 많은 남녀의 대답은 비슷하다. 나에게 없는 것을 이 사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끌린다는 것이다.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은 자신을 구원할 메시아처럼 보이며 신적인 존재로 우리는 착각을 하곤한다. 나의 괴로운 삶을... 외로운 삶을 구원해줄 사람 그 사람의 이름은 바로 사랑하는 이여......
낭만적 연애가 가능하게 된 것은 19세기부터였다. 남녀 모두 이성적 존재로 자격을 획득하며, 주체성을 가지기 시작한 때부터다. 주체성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이 완벽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신이 아니며 불완전하다. 라비와 커스틴이 서로 만남을 가진 것도 자신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런 사랑은 일종의 이기적인 사랑이다. 왜냐하면 남을 통해서 자신이 완벽해지는 것을 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이기적인 사랑은 낭만적 사랑이라는 콩깍지에 씌이고 만다. 즉, 인간은 연애를 할 때 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어떤 미래를 살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혼' 전쟁의 서막
협상을 위한 인내심이 없으면 비통해진다. 원인도 잊은 채 화가 나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는 쪽은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끈태려고만 하고, 잔소리를 듣는 쪽은 자신의 반발이 합리적 반론이나 그도 아니면 가엾고 용서받을 만한 성격상의 결함에서 나온 것임을 더는 설명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양 당사자는 그들에게 똑같이 지루하기만 한 이 문제가 그냥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은행나무, p.79)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제목은 잘 지었다. 다만, 제목이 임팩트가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혼은 낭만적 사랑의 콩깍지가 없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며, 낭만적 연애가 현실이 되는 시기다. 결혼을 하면 많은 사람이 부부싸움을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부부사움을 하나하나 들어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한 문제로 시작된다. 칫솔을 어떻게 놓을 것이냐, 밥을 먹을 때 어떻게 먹는가 등 사소한 문제로 남녀는 싸움을 시작한다. 사실, 이런 일은 당연한 것이다. 남녀가 연애를 할 때는 적어도 서로에 대해서 가식의 가면을 쓴다. 잘 안 씻어도 잘 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처럼 말이다. 낭만적 연애를 힘있게 만드는 것은 양파 같은 매력이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연애의 본질처럼 보인다. 만약에 연애 초기에 나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이 실망을 하거나 흥미를 잃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이미 그 시기를 지났다. 이제는 서로 다른 역사의 충돌이다. 자라온 배경, 만났던 사람, 친구와 같은 외적인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은 결혼을 하면 남녀 사이에 '협상'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협상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보통은 결혼을 냉철하게 바라본 것이다. 아무리 진보적인 사람이라도 인간의 내면을 현미경으로 바라보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 결혼을 하면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게 되고 그동안 나의 삶의 패턴과 상대의 패턴이 부딛히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쟁탈전을 벌인다고 서로 악을 내며 싸우는 것은 조금 괴로워 보인다. 그래서 보통은 소통하고 서로의 존재 양식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지킬 것은 지키라고 한다.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많은 아줌마 페널이 자신의 남편을 보고 아이라고 흉을 본다. 나는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남자는 자존심이 쌔고 잘못한지 알지만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삶의 부조리를 가끔 만든다. 커플이나 부부나 누구나 징징댄다. 회사에서 터지면 징징대고, 친구와 싸워도 징징대고, 차를 긁어도 징징댄다. 많은 사람이 이런 부조리를 겪는다. 징징대는 이유는 그 사람이 이해심이 많고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징징대는 것이 처음에는 들어줄만 하지만 나중에는 괴로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징징댐은 상대를 믿고 사랑한다는 믿음의 증표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사랑이 결혼의 시기에 놓이게 되면 일종의 십자가를 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또 다른 사랑' 자식 사랑
아이들은 결국 나이가 몇 배나 많은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선생이 되어 - 그들의 철저한 의존성, 자기중심주의, 연약함을 통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랑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이 사랑은 상호 호혜를 강렬히 원하지도 성급하게 후회하지도 않고, 타인을 위해 자아를 초월하는 것만을 진정한 목표로 한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은행나무, p146)
아직 나는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지만 많은 사람이 말하기 자식을 낳으면 그렇게 이쁘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녀는 새로운 사랑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다. 아이가 생기면 인류애적 사랑을 하게 된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깨물고 눈물을 흘리고 괴롭혀도 애정어린 눈길로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가 커서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리고 있어도 짜증이 나지만 그것을 참는다. 침대에 누워서 옷을 뱀 허물처럼 벗어 놓고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야, 네도 네 같은 아들 키우면서 고생 좀 해라' 라고 말이다. 끔찍한 말이다. 어머니는 나 같이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신 것이다. 나는 나 같은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부모는 여기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배운다. 하지만 부모는 또 다른 사랑을 배운다. 그것은 바로 끊어내는 사랑이다. 우리는 가끔 사랑하기 때문에 끊어내야 하는 것이 있다. 아이가 게임을 계속 하고 싶어하는데 그때는 사랑하기 때문에 쓴 소리를 해야한다. 이처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랑을 끊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두 사랑의 공통점은 아이를 존재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두 사랑이 함께 굴러가야 한다. 요즘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을 보면 무조건적인 사랑은 잘 하는데 끊어내는 사랑은 잘 못하는 것 같다. 둘 중 하나라도 망하게 된다면 그 사랑은 소유적 사랑이 되버린다. 자식이라는 존재는 부모의 사랑을 한 단계 상승시켜주는 스승같은 존재다.
사랑은 '의지' 그 자체이자 연습이다.
중요한 여러 분야에서 파트너가 우리보다 더 현명하고 합리적이라고 성숙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배우기를 바라야 하고, 그들에게 지적당하는 것을 인내해야 한다. 또한 다른 순간에는 최고의 교사로서 모범을 보이고,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방도 알리라 지레짐작하지 않고 우리의 제안을 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미 완벽한 경우에나 서로 가르친다는 개념에 애정이 없다고 일축해버릴 수 있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은행나무, p283)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쭉 읽으면서 느낀 것은 알랭 드 보통이 소설은 별로지만 그가 써놓은 에세이의 통찰력은 날카롭다. 우리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사랑은 의지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단점이 우리를 분노하게 할 수 있다. 그 단점에 분노한다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상대를 존재로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할 수 없는 그 단점을 사랑하려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단점이나 차이점을 의지로 사랑한다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룩할 수 없다. 의지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 노력은 바로 성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일상의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 점검을 한다. 상대를 존재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성자의 경지에 올라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이상을 놓여서는 안된다. 사랑에 대한 성찰은 절대로 혼자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 고민을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홀로하는 사랑 고민은 짝사랑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사랑에 대해서 고민했다. 사랑은 인내이며 상대의 최우선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실패하지 않는 이유는 나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익을 구하기 때문이다. 정말 이 세상에 그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상대의 유익을 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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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목차입니다!!!!!!!!!
오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어쩌면 어제였나, 나는 모르겠다.
서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12 압구정동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중입니다
22 강남대성학원 : 답을 잘 찍는 사람이야말로 승자다
30 N타워 : 나는 죽지만… 너는 살아… 왜냐하면…
38 신촌 : 아프니까 왜 청춘이냐
46 강남역 : 아침에는 영어 학원으로
54 경복궁 : 설현은 안중근 의사를 몰라서 눈물을 흘렸어
61 대학로 : 김제동의 농담
68 한국은행 : IMF 이후 한국에 등장한 근대적 인간들
75 KBS 방송국 : 셀카 찍는 사람들의 고독
83 광화문 교보문고 : 1년에 한권도 읽기 힘든 당신에게
서울 속의 우리에 관하여
94 강남역 : 무차별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102 K-Star Road : 대중들은 아이돌을 고르느라 샤샤샤
109 종로 3가 : 어느 개저씨의 죽음
116 잠실 롯데월드 : 헬리콥터 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124 쉑쉑버거 강남역점 : 힐링사회의 그늘
132 청담동 유흥업소들 : 강남패치와 희생양
140 홍익대학교 : 홍대 앞에 나타난 거대한 일베 조각상
147 서울시립미술관 : 이게 미술이냐
153 선릉역 : 결국엔 무엇이 남을까
162 광화문 광장 :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을 보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174 서울대학교 : 대학은 학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181 구룡마을 : 인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나라
188 삼성동 한전 부지 :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195 JTBC 방송국 : 직업으로서의 기자, 소명으로서의 기자
202 여의도 국회 의사당 : 시인이 정치인이 되는 사회
209 여의도 증권가 :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217 서초동 사랑의 교회 : 사랑의 그 무게
225 서초동 대법원 : 나의 위선의 가면이 진실된 가면이 되길
232 신림동 : 국민을 광인이라고 배제시키지 말라
240 서울시청 앞 광장 : 나에겐…… 우리에겐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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