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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Apr 09. 2017

계속 실패하는 삶이 의미가 있을까?

<성> 프란츠 카프카


그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지만, 길은 길게 뻗어 있었다. 도로, 즉 마을의 큰길은 성이 있는 산으로 나 있지 않았다. 성이 있는 산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하다가, 마치 일부러 그런 듯 구부러져 버렸다. 성에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K는 이 길이 결국에는 성으로 접어들 거라는 기대를 계속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기대를 갖고 있기에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좀처럼 이 길을 단념하지 않은 건 피로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는 또한 마을이 한없이 기다랗게 뻗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가도 가도 작은 집들과 얼어붙은 유리창들과 논뿐,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드디어 그는 자꾸 자신을 끌어당기는 큰길에서 벗어나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눈이 더 깊이 쌓여 있어서, 쑥쑥 빠져 드는 발을 빼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몸에선 땀이 솟아났으며,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더니, 이제 더는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 (성, 팽귄북스, p.20-21)


우리는 종교적으로 보면 신이 존재하고 신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성의 원리에 따라 모든 세상이 정확하게 측정가능하고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프카는 이런 필연성의 삶에 썩소를 날린다. 그는 갈 수 없는 성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필연의 세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잔인하게 보여준다. 



갈 수 없는 성을 향한 K의 모험


'존경하는 귀하에게!

귀하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귀하는 영주의 성에 근무하도록 채용되었습니다. 귀하의 직속상관은 마을의 촌장입니다. 촌장이 귀하에게 업무와 보수 조건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제반 사항을 통지할 것이고, 귀하도 그에게 업무에 대해 보고할 의무를 갖게 될 겁니다. 그렇지만 본관도 귀하를 늘 지켜볼 겁니다. 이 서한의 전달자인 바르나바스는 귀하의 소망을 듣고 나에게 전달하기 위해 때때로 귀하에게 문의할 겁니다. 본관은 되도록 귀하에게 친정을 베풀 수 있도록 늘 준비를 갖추고 있을 겁니다. 본관에게는 일하는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성, 팽귄북스, p.41)


K는 어떤 영주의 측량사로 마을로 오게 된다. 하지만 마을에 오게되자 성에서 고용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K를 측량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성>은 K라는 인물이 성과 마을로부터 측량사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K는 성에 고용을 받았지만 마을에서는 측량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의 공식적인 성의 관리 클람을 만나려고하지만 매 번 실패하고 성에 도달하지도 못한다. 성에서 온 편지는 어이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문서가 오게 되면 당연히 K의 이름이 써 있지만 '귀하'라는 말로 나오고 이 편지가 K에게 정확히 온 편지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직속 상관인 촌장은 K가 측량사로 불렀는지 알지를 못한다. 하지만 의무는 있다고 하고 감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K는 자신이 성의 측량사로 고용당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위기에 몰리게 된다. 카프카의 <성>을 몇 번 읽었지만 이 번에 다시 본 것은 왜 카프카는 K의 직업을 측량사로 정했을까. 측량의 역사를 찾아보면 측량은 성경의 에덴동산부터 그 개념이 나온다고 한다. 마치 K의 모습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돌아 약속의 땅인 가나안 땅에 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성>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K는 노력을 해도 우연의 일치로 성에 가지 못한다. 그것이 매 번 똑같은 일을 카프카는 각 챕터에 따라 변주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마을 속의 감시와 처벌


그러나 곧 우리는 편지 일로 인해 사방으로부터 질문 공세를 받았고, 친구와 적,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우리를 찾아왔어요. 그렇지만 그들은 오래 있지는 않았어요. 가장 친한 친구들이 가장 서둘러 떠났어요. 평소에 언젠나 느리고 점잖던 라제만은 안으로 들어와서 마치 방 크기를 살펴보려는 듯 한 번 둘러보았는데 그게 다였어요. (성, 팽귄북스, p.297)


K에게 클람의 편지를 전해준 바르나바스의 가족은 마을로부터 배제를 당했다. 그것은 바르나바스의 누이인 아말리아가 소방 축제에서 성의 한 관리를 만나는데 다음 날 그 관리가 30분내로 나오라는 명령의 편지를 받는다. 그러나 누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오라고 해서 나가나. 아말리아는 편지를 거절한다.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바르나바스 가족을 무시한다. 마치 성과 관리들이 시킨 것처럼 말이다. 성의 관리가 아말리아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사랑의 편지도 아니고 단지 명령 뿐이다. 마치, 하나님의 천사의 명령과 같다. 그런데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 명령을 어기는 것과 같다. 성에서 바르나바스 가족을 배제하라고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미쉘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 떠오른다. 감옥의 현대화 버전은 바로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K가 오기 이전 성과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로 바꾸면 누군가가 살이 조금 찌면 그 사람에게 왜 살쪘냐고 지적질을 하고 집에 와서 지적질 한 사람은 자신의 몸무게를 걱정하는 모습 말이다. 국가나 천국에서 우리에게 살을 빼라고 한 적은 없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을 검열한다. 나중에 가보면 알겠지만 성은 알 수 없는 곳이다. 어쩌면 성에서는 마을에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성이 언제나 자신을 감시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검열하고 타인을 배제시킨다.



모호한 성의 본질


멀리서 서류를 실은 작은 수레를 끌고 하인 한 명이 천천히 다가왔다. 또 다른 하인이 수레와 나란히 걸어왔는데, 손에 목록을 들고 방문의 번호와 서류의 번호를 비교해 보는 것 같았다. 수레는 대부분의 문 앞에 멈추었고, 그러면 보통 문이 열리고 관련 서류들이 -가끔은 그냥 종이쪽지 한 장일 때도 있었으며, 그런 경우에는 방에서 복도로 간단히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마 하인을 야단치는 소리 같았다. - 방 안으로 건네졌다. 문이 계속 닫혀 있으면 서류를 문지방에 조심스럽게 쌓아놓았다. (성, 팽귄북스, p.397)


다만, 딱 한 장의 서류가, 실은 메모철에서 떨어진 한장짜리 쪽지가 조수의 잘못으로 수레에 남아 있었느ㄴ데, 이제 그것을 누구에게 전해 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중략) 그 쪽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것은 K가 이곳의 업무 처리에서 본 최초의 규칙 위반이었다. (성, 팽귄북스, p.403)


사실 카프카의 소설이 정신이 나갔지만 주점에서 관리들의 각자의 방을 차지하고 업무를 본다는 것 또한 이해가 될 수 없다. 주점에서 서류를 배분하는 하인들이 관리들에게 문서를 배분을 하는 장면은 성의 본질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인들은 서류를 관리들과 고군분투하며 겨우 겨우 넘겨주지만 마지막에 한 장의 서류가 남게 된다. 우연적인 실수였다. 하인들은 서류를 잘못 배분한 것이다. 한 관리의 문서를 빼먹게 된 것이다. 카프카는 <성>을 절차가 지배되는 세계로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에서 하나만 맞지 않으면 전체가 혼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로봇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나사 하나가 빠지게 되면 그 로봇이 오작동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카프카가 말하는 <성>이 국가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하늘 나라를 말하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나 천국이라는 것이 오차가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며 필연성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서 카프카가 보여주려는 것은 국가나 운명이나 필연적인 것은 없고 모든 것이 혼돈과 우연의 일치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성>은 종교적 색체가 강하게 풍기는데 기독교의 기본 원리 중 '인간은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며 삶의 목적을 붙이며 하나님이 그 목적으로 인간을 창조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카프카의 눈에서 이는 답 없는 이야기고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수많은 우연의 일치로 세상에 태어난 것 뿐이다. 카프카는 필연성과 이성의 세상을 망치로 부셔버리고 있는 것이다.



K와 바르나바스 가족의 몸부림


그러나 물론 마을 사람들은 그(클람)의 외모를 알고 있고, 몇몇은 그의 모습을 보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는 다들 들었지요. 눈으로 보고 소문으로 듣고 여러 가지 잘못된 저의가 더해져 클람의 상이 만들어졌는데, 대략 맞는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대략 맞는다고 할 수 있을 뿐이지 그 밖에는 가변적인데, 그래도 클람의 실제 외모만큼은 아닐 거에요. 그는 마을을 올 때와 떠날 때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고 그래요. 맥주를 마시기 전과 후가 다르고, 깨어 있을 때와 잠을 잘 때가 다르며 혼자 있을 때와 대화를 나눌 때가 다르다고 해요. (성, 팽귄북스, p.261)


아버지가 나가서 촌장, 비서들, 변호사들, 서기들에게 부질없는 탄원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들은 대체로 아버지를 만나주지 않았어요. 술수를 써서 또는 어쩌다가 우연히 아버지를 만주었다 해도... (성, 팽귄북스, p.311)


마을에 측량사로 왔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K, 마을 사람들에게 배제받는 바르나바스와 아말리아 가족, 죄가 없다고 해도 죄를 씻기 위해 노력하는 아말리아의 부모, 성의 하급 관리를 몸을 팔아서라도 만나려는 올가를 볼 때 모두가 무슨 이유 없이 성에 가려고 하지만 모두가 실패한다. 바르나바스가 K에게 전해준 편지가 K를 위한 편지인지도 확실하지가 않다. 바르나바스가 성에서 쭉 기다리다가 클람인지 아닌지 다른 관리인지 정확히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으면 바르나바스는 집에서 쉬다가 편지를 K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소설을 보면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다. 특히, K의 상관인 클람이 한 개인을 이야기하는지 성의 관리 집단을 지칭하는지도 모연하다. 성은 허무와 희망이 없는 곳이다. 그곳을 향해 K나 아말리아의 가족은 무의미한 행동을 계속 할 뿐이다. 카프카를 기독교 신앙과 맞물려 생각하면 카프카는 우리가 인격적이라고 하는 하나님은 다 뻥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를 하고 헌금을 하고 그러면 하나님이 보실 것이라고 믿지만 카프카는 그것이 아니라고 비웃는다. 모든 세상의 원리는 우연의 일치로 만들어 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그러나 카프카는 실존주의자 답게 인간이 계속 삽질을 하더라도 자신을 소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것은 인간을 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프카의 삶과 문학


카프카의 소설을 보다보면 주인공들은 언제나 무능력한 존재들로 나오면 죽음을 맞이한다. 성이라는 권력구조는 카프카의 아버지일수 있으며 사회체제의 부조리일 수도 있고 신일수도 있다. 카프카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으며 그를 이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실패로 돌아갔고 그는 차선책을 선택한다. 그것은 바로 여자를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여자들을 이용하여 아버지의 권력을 무너트리려 했다. 하지만 카프카는 여자들의 조언을 듣지 않고 그들을 이용하지만 그 방법 또한 실패로 돌아간다. 프리다가 성에서 거주하지 않고 외국으로 떠나자고 제안하자 K가 이를 거절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카프카가 선택한 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문학이라는 것은 근대 이후 아무런 금전적 이익을 주지 못한다. 문학이라는 것은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답일 뿐이지 돈의 영역과는 무관하다. 카프카의 주인공들이 모두 무능력하게 보이는 것은 바로 사회에서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유용성이 없다는 것은 바로 근대 시대의 문학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카프카는 유용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곧 세상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이상향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문학이라는 것은 사회 속에서 일시적 구원일 뿐이다. K가 프리다가 말했듯이 이민을 가자는 것을 거부한 것은 사회체제는 도망쳐도 어디든 끝까지 쫓아온 다는 것을 염두한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탈출구는 무엇인가? 그것은 죽음이었다. 카프카는 비록 이 소설을 끝마치지 못했지만 그가 쓰고 싶었던 소설이 이런 <성>처럼 문학과 함께 그 또한 죽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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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김민성입니다.

제가 책을 냈습니다. 서울을 돌아다니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을 책으로 엮게 되었습니다.

 5월 모든 서점에 <서울 르포라이터 도전기>가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는 목차입니다!!!!!!!!!


오늘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어쩌면 어제였나, 나는 모르겠다. 

서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12 압구정동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중입니다 
22 강남대성학원 : 답을 잘 찍는 사람이야말로 승자다 
30 N타워 : 나는 죽지만… 너는 살아… 왜냐하면… 
38 신촌 : 아프니까 왜 청춘이냐 
46 강남역 : 아침에는 영어 학원으로 
54 경복궁 : 설현은 안중근 의사를 몰라서 눈물을 흘렸어 
61 대학로 : 김제동의 농담 
68 한국은행 : IMF 이후 한국에 등장한 근대적 인간들 
75 KBS 방송국 : 셀카 찍는 사람들의 고독 
83 광화문 교보문고 : 1년에 한권도 읽기 힘든 당신에게 

서울 속의 우리에 관하여 
94 강남역 : 무차별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102 K-Star Road : 대중들은 아이돌을 고르느라 샤샤샤 
109 종로 3가 : 어느 개저씨의 죽음 
116 잠실 롯데월드 : 헬리콥터 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124 쉑쉑버거 강남역점 : 힐링사회의 그늘 
132 청담동 유흥업소들 : 강남패치와 희생양 
140 홍익대학교 : 홍대 앞에 나타난 거대한 일베 조각상 
147 서울시립미술관 : 이게 미술이냐 
153 선릉역 : 결국엔 무엇이 남을까 
162 광화문 광장 :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을 보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174 서울대학교 : 대학은 학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181 구룡마을 : 인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나라 
188 삼성동 한전 부지 :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195 JTBC 방송국 : 직업으로서의 기자, 소명으로서의 기자 
202 여의도 국회 의사당 : 시인이 정치인이 되는 사회 
209 여의도 증권가 :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217 서초동 사랑의 교회 : 사랑의 그 무게 
225 서초동 대법원 : 나의 위선의 가면이 진실된 가면이 되길 
232 신림동 : 국민을 광인이라고 배제시키지 말라 
240 서울시청 앞 광장 : 나에겐…… 우리에겐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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