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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Dec 31. 2017

<2017년 마지막 책 리뷰> 나의 20대를 돌아보며

<마음의 힘> 강상중


오늘은 2017년 12월 31일이다. 내일이면 나도 30살이 되기도 하니 복잡한 심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강상중 교수의 <마음의 힘>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20대를 되돌아 보았다. 나의 20대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끝없는 방황의 연속이라고 하겠다. 20대 초반부터 현실의 벽에 부딛혀 나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내가 누군지 몰라서' 계속 내 자신에 대해 생각했던 10년이었다. 어쩌면 나의 방황을 잘 보여주고 압축한 책은 <마음의 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나 자신을 잃어 버렸을까.


그러면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려운 말로는 자아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메이지라는 새로운 시대와 함께 서양의 문명이 들어와 근대화가 노도와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사람들은 이전의 봉건시대와는 크데 달라진 사회를 살게 되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변화 때문에 정신적인 병을 얻는 사람도 늘어갔습니다. <마음의 힘, 사계절, P.39>


강상중 교수는 지금 젊은이들이 자신을 잃은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 속의 끝없는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서점을 점거한 책들을 보면 <미움받을 용기>, <아프니까 청춘이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 에세이들이다. 나는 이런 책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주기 보다는 마음을 위로하는 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책들이 흥행하는 이유의 이면에는 많은 청년들이 마음이 우울하고 괴롭고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으며, 획일적인 삶을 살아야 하며,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신호가 있다고 본다. 나를 제일 불안하고 무력한 존재로 여겨진 시간이 있었다. 바로 1년 동안 집에 틀어 박혀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고 책만 쓸 때였다. 그때의 기분은 참 도태되어 간다는 느낌이었다. 친구들은 취직을 하고 스펙을 쌓고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한 번도 멈춰서 본 적이 없는데 인생의 퍼우즈(Pause) 상태로 지냈기 때문이었다. 강상중 교수가 지적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경쟁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를 한국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모두 멈추지 않고 열심히 살기'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말은 쉬는 날인데도 무엇인가를 배우지 않고, 글을 쓰지 않고, 생산적인 일, 효율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것 자체가 현대인의 지병이며 이는 우울증으로 연결된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경쟁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수능 시험 자체가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답을 찍어 내려가야 하며, 대학도 학점을 잘 따야 하며, 취직을 하기 위한 경쟁, 입사를 해도 짤리지 않고 취직하기 위한 경쟁이 우리를 기다린다. 내가 놀란 것은 한국에서 제일 우수하다고 여기는 대학 내의 학부생들이 알게 모르게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끝없이 공부하지만 학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했는데 대학 또한 또 다른 전쟁터라는 것이었다. 지금 현대 사회의 기저에 깔려 있는 불안의 본질은 마음 즉 자아를 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벌레같은 삶을 살 던 20대의 나


모라토리엄이라는 말은 주로 우유부단, 나태, 결단 회피 같은, 어쨌든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분명 사회적으로 보면 직업이 없는 사람, 재수생, 니트족이 여기에 속할테지요. 현실적으로는 그다지 훌륭하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도 주눅 들어 있을 테고, 필요 없다고 하면 필요 없는 존재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히키코모리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생산성이나 합리성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는 세계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 결코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는 마음의 성장기이며 충전 기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힘, 사계절, PP.103-104>


내가 20대에 제일 사랑하는 작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프란츠 카프카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내 자신이 벌레같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재수를 할 때, 제일 나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은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은 한 번에 대학을 가고 신입생 OT에 들어가고 행복해 보이는데 나 홀로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학부를 졸업하고 잠시 놀 때도 나를 괴롭게 했던 것은 '멈춰있음'이었다.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에서 그레고르를 아무 이유 없이 벌레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처럼 열심히 쉬지 않고 일하는 그레고르는 벌레가 된 순간부터 무능력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레기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카프카의 묘미는 바로 이런 벌레가 오히려 자신의 실존 즉 잃어버린 자아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시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벌레가 되면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신체 부위의 촉감에 대해 느끼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한 번 눈여겨 봐야한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내가 겪은 '멈춰있음'에 대한 기억은 결코 유쾌하지는 않다. 끝없이 도태되는 것에 대한 악몽으로 가득찬 하루, 하루였다. 나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생활을 못하기 때문에 너무 바보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이 시기는 나 자신에 대해 한 번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사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의 답이 나온 것도 있지만, 아직도 물음표 상태로 남은 것도 많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멈춰있음'이 비록 유쾌하지 않은 느낌일지 몰라도 인간이라면 이런 순간을 한 번은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하여!


젊은이들의 특별한 목표 없이 자신의 마음을 탐구하거나 흥미가 생기는 대로 지적 관심을 따라가 볼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대학이야말로 '마의 산'이 되길 꿈꾸는 것입니다. <마음의 힘, 사계절, P.102>

진지하기 때문에 고민합니다. 그 속에서 고민하는 힘이 자라납니다. 이 고민하는 힘이야말로 '마음의 힘'의 원천입니다. <마음의 힘, 사계절, P.187>


인생에서 고통스러운 일은 모두에게 찾아온다. 강상중 교수의 <마음의 힘>이 내 눈을 적시우는 것은 그의 고민이 진지하기 때문이다. 제일교포로 일본에 살게 되어 정체성의 혼란으로 시작해서, 최근에 아들의 죽음을 보는 강상중 교수의 고통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그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한 마디로 이렇다. '마음의 힘을 기르고 싶으면 진지한 태도로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라'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끝없는 경쟁의 전쟁터 속이다. 모두가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로라는 말은 어쩌면 일종의 마약이다. 언제나 위로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심연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서점을 점거한 위로와 관련된 책들은 자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민을 막아 버리는 역할을 한다. 지금 현대사회는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듯이 '신 앞에선 단독자'의 모습을 취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책임을 져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이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존재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서 두 발로 설 수 있는 힘은 바로 '고민하는 힘'이다. 나는 나약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한다. 그것이 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굿 바이 2017 그리고 나의 돌아오지 않을 20대여!


마지막은 2017년에 제일 사랑하는 음악으로 마무리!

https://youtu.be/PQIH5CJmP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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