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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Jul 20. 2018

'소확행' 뒤에 가려진 진실

힐링사회에서 YOLO 그리고 소확행

요즘, 20-30대 사이에서 일명 '소확행'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트렌드다. 자신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행복에 빠지는 것은 어떤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소확행은 한국형 YOLO의 변형된 형태로 보인다. 그렇지만, YOLO와 소확행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YOLO의 소비지향적 태도에서 소확행은 중산층 소비 행태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소확행의 이면에는 미래가 보이지도 않고, 상향화된 소비패턴이 부담스러운 20-30대의 지향점이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먼저 YOLO에 대해 생각해보자.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준말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유행하던 이 말이 한국에서는 소비행태를 가리키는 말로 변질되었다. 한국에서 YOLO는 '당신의 인생을 한 번 사니까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하고 그 돈을 너를 위해 써라'라는 말로 변했다. 사실, YOLO가 갑자기 튀어 나온 것은 아니고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서는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했었다. 힐링이라는 말은 취업이 되지도 않고, 실패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나, 갑질 당하는 나,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힐링은 맛있는 것을 먹고, 술을 먹고, 노는 것을 통해 나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즉, '힐링'에서 소비적 성향이 강화된 것이 바로 YOLO이다. YOLO의 확산에 큰 힘을 실어준 것은 바로 SNS 중,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많은 사람이 토로하는 것은 가끔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스타그램을 보면 여행 사진, 옷 사진, 비싼 음식을 먹는 사진들이 범람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사는데, 남들은 돈도 잘 쓰면서 행복하게 지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도 질 수 없는 행태에 이르고 나도 여행을 가고 맛있는 음식점을 가서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으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게 된다. 즉,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계속 올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소비행태를 지적한 것은 르네 지라르였다. 르네 지라르는 욕망 이론을 통해 사람들이 타인의 욕망을 모방한다고 보았다. 가령, 우리가 어떤 맛집을 간다고 할 때, 어떤 정보를 통해 맛집을 선택하는가. 당연히 우리는 그 집이 맛있는지는 모른다. 우리는 맛집을 찾을 때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사진, 멋지게 음식을 찍어 놓은 사진, 다른 사람의 경험담, 미디어, 뉴스기사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된다. 우리가 맛집을 가는 이유는 그곳이 진짜 맛있는지 없는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타인이 맛있게 먹는 모습,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모방하는 것이다. 한 때, 쉑쉑버거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맛은 모르지만 언론에서 떠들고,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도 줄을 서있는 모습을 보고 쉑쉑버거를 소비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면, 어린 아이들이 어떤 대학에 가고 싶냐고 묻냐면 서울대학에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서울대학에 대해 얼마나 알까. 한 아이가 서울 대학에 가고 싶다는 욕망은 어머니가 서울대에 가야한다는 말, 서울대를 간 사람의 모습, 혹은 옆 자리 친구가 서울대에 가고 싶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아 서울대는 좋은 곳이구나 나도 가야겠다' 라는 모방심리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르네 지라르의 욕망이론을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할 때 거리의 개념이 들어가게 된다. 삼성의 이재용 사장이 비싼 시계를 샀다고 하자. 그런데, 우리는 그와 전혀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와 나의 재력 차이는 넘사벽이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가 욕망을 모방하는 상대는 주위의 만만한 상대다. 내 친구가 벤츠나 명품백을 사면 나도 사야한다. 내 친구가 해외 여행을 가면 나도 해외여행을 가야한다. 즉, 우리는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의 욕망을 모방하며 갈망한다. 지금은 가까운 친구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결된 모든 사람들이 보여주는 소비행태를 모두 모방하고 싶어한다.



YOLO가 우리의 소비행태를 극단적으로 끌어 올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싼 음식을 먹고 해외 여행을 간다. 그런데, 이런 소비행태는 중산층의 소비 패턴을 모두 '상향화'시켰다. 해외 여행을 가는 것, 맛있고 비싼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기분을 주지만 그만큼 돈은 많이 들게 된다. 중산층 내에서 소비패턴이 상향화되면 당연히 도태되는 사람들도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지라르의 욕망이론을 가져와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중산층의 소비패턴은 나의 옆에 있는 사람들을 모방했지만 이제는 내 옆 사람 혹은 주위 사람의 소비패턴을 모방하기 힘든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행을 가는 것이나 주말마다 특별한 음식을 먹고 소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당연히, 하루 이틀은 이런 소비행태를 모방할 수 있지만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상향화'된 소비 패턴을 부담하기가 여간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내 옆의 사람들의 욕망을 모방하거나 소비패턴을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소비패턴으로 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런 소비패턴의 변화는 중산층 내부에서 조차도 소비의 양극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조다. 하지만, 이런 양극화가 되는 것을 보여주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언론이나 회사들은 소확행이라는 단어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하여 틈새 시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치인들의 경우 소확행에 대한 공부를 별로 하지 않고 단지 사람들이 '소확행', '소확행'을 외치니까 소확행을 국민들의 바람이라고 생각하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이용할 뿐이다. 사실, 자신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다만, 우리가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소확행이 가려놓은 사회 현실의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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