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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Oct 15. 2018

싸이에게는 없고, 방탄소년단(BTS)에게만 있는 것은

세계를 움직인 방탄소년단의 7분

방탄소년단의 UN 연설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사실, 나는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며,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 그룹이 존재하는 것은 알았지만 그들의 노래를 들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UN 연설을 듣고 참 훌륭한 그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을 보면서 동시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싸이였다. 방탄소년단과 싸이의 공통점이라는 한국인 중에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라고나 할까. 그러나, 방탄소년단과 싸이가 비록 전세계 사람들에게 큰 인지도를 받았지만, 질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강남스타일 VS Love Yourself


싸이를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던 것은 강남스타일이었다.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던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본질이 '이색적인 경험'에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의 눈으로 빙의해서 싸이를 보면 동양 사람인데, 독특하게 뚱뚱한 남자가 웃긴 뮤직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음악적으로 보았을 때, 박자의 중독성이 있다. 그 당시, Ylvis의 The Fox라는 노래가 싸이의 노래에 이어 인기를 끌었던 것을 보면 이는 자명하다. 그 당시의 트렌드를 보았을 때, 미친 것 같은 뮤직비디오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한 요소였다. 이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Ylvis의 The Fox는 음악의 메시지 보다는 그냥 소비되는 느낌의 콘텐츠가 강했다. 그런데, 재밌었던 점은, 대한민국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들, 그리고 언론인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한류의 시대가 왔다고 좋아했으며, 모든 행사에 싸이가 등장하며, 심지어 싸이의 말춤 동상이 코엑스 앞에 덩그러니 등장하게 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당연히, 싸이가 셰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는 강남 사람들에 대한 희화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으나, 전세계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싸이의 메시지 보다는 그의 독특함에 열광한 것이다. 그 당시,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외치는 한류라는 것이 알맹이 빠진 문화의 느낌이 강했다. 




위의 그래프는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과 싸이의 구독자수와 조회수를 비교한 것이다. 당연히, 단위를 보면 싸이나 방탄소년단이나 대단하지만, 경향성을 보면 둘은 다르다. 싸이는 한 번에 폭발적으로 튀어오르고 그 인기가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에 비해, 방탄소년단은 한 번에 폭발하지는 않지만 차근 차근 팬층을 쌓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방탄소년단이 이렇게 차곡차곡 팬층을 쌓아간 이유는 무엇인가.

한류를 통해, 소녀시대나, EXO같은 그룹이 선전을 했지만 오늘날의 방탄소년단 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아이돌이 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름다운 외모, 칼 군무와 같은 외적인 요소를 근거로 든다. 당연히 이것은 소녀시대나, EXO나 방탄소년단이나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요소다. 그런데, 그 중에서 방탄소년단이 다른 아이돌들과 다르게 가지고 있었던 것은 바로 '메시지'였다. 그동안 한국 음악 산업 특히, 아이돌 산업에서 우리가 잃었던 것은 바로 '메시지'의 부재였다. 우리가 사랑의 민족이라는 것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사랑하고 깨지고, 자포자기 했다가, 다시 사랑을 찾는 내용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가수들의 레퍼토리 아닌가. 또한, 음악은 점점 추상 미술같이 변해서 가사의 내용은 이해할 수 없고 오히려 형식 즉 리듬만 남게 되었다. 즉, 최근의 트렌드는 사랑이야기 아니면 신나는 비트만 있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음악에 내용을 넣었고 그 음악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이 무슨 메시지를 들려주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너 자신을 사랑해!


사실, 미국에서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인기를 보면 놀랍다. 10년 전에 방탄소년단이 미국에 등장했다면, 이런 인기를 끌었을까. 이것은 미국에서 혁명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에 Netflix에서 에일리어니스트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1897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다. 미국 역사를 텍스트로만 배웠을 때는 느낌이 오지 않았는데, 100년 전의 미국 뉴욕은 어땠을까. 티어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욕의 경찰청장으로 있었던 시절, 그 도시는 빈민들로 넘쳐나고, 여성들은 참정권도 없었으며, 유대인들은 차별 받으며, 고아 소년들은 여자로 분장해 성매매를 하는 도시였다. 이런 미국은 <위대한 게츠비>의 시대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성장을 했었다. 그러다, 세계 대공황이 오고, 미국은 망하기 직전까지 가버린다. 그러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통해, 미국은 강인한 남자들, 마초 남자들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와 동시에, 미국에 가족주의가 자리잡게 되면서 말이다. 나는 미국의 주류는 바로 마초 남자라는 생각을 한다. 말을 타고, 럭비를 하며, 시가를 물고, 개척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의 6.25 이후, 경제 발전 시기를 지나며 형성된 기성 세대의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아이를 들들 볶는 정도는 다르지만 미국이나 한국이나 젊은이들은 끝없이 달려야 한다. 끝없는 경쟁을 한다. 기성세대들은 무너진 국가를 일으키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며, 일을 했다. 그 다음 세대인 젊은 세대는 할아버지나 부모 세대의 가르침에 따라 성공하기 위해 끝없이 경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잃어 버린 것은 '나 자신'이었다.


지금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자본주의의 게임 규칙은 끝없이 '나를 사랑할 수 없는 구조'를 생산한다. 내가 한 경쟁에서 1등을 하여도 다음 경쟁에서는 꼭 나보다 잘난 경쟁자가 등장한다. 소비를 할 때도, 끝없이 옆에 사람과 경쟁을 한다. 이런 것이 계속될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며 자존감을 높이기 보다는 나 자신을 바보같이 생각하고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은 미국이나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모두가 끝없는 경쟁에 지치게 된 것이다. 도대체 나를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방탄소년단이 '너 힘들었지, 그래 떡볶이 먹고 힘내!, 아픈 너를 내가 위로해줄께!'라는 허깨비 같은 힐링 콘텐츠를 들고 나왔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이 말한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무엇일까'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는 용기


방탄소년단의 연설이 훌륭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철학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목소리와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피부색은 무엇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말하세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의 이름을 찾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굴까'라는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그런데,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떤 인종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우리는 태어날 때 이 모든 요소를 선택할 수 없다. 우리에게 덩그러니 주어진 것이다. 이런 요소에 대해 비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못생겼지?, 왜 나는 잘 살지 못하지?"라는 질문 말이다. 그에 대해 방탄소년단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객관화시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내가 이 세상의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절대로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의 시작점이다. 나를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글로는 쉽지만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를 볼 때, 찌질하고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게 바보 같은 과거를 합리화시켜 좋게 포장하려고 한거나 잊으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자신을 객관화하지 않으면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과거에 바보같은 짓을 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고 실패를 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현재 모습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좋은 모습과 추한 모습 모두를 사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만 나아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언제나 성공만을 외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사람이 성공을 한다고 해도 그 결말은 공허감에 잠길 뿐이다. 왜냐하면, 그 성공 안에 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 더 많이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아티스트들이 되길 기도한다. 그리고, 이제는 한류가 세계에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화가 되었으면 한다. 


------------------------------------------ 이하 방탄소년단의 UN 연설문

(김용 총장의 소개에)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김남준이며 RM으로 알려져 있고, 방탄소년단의 리더입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이야기하는 중요한 자리에 초대되어 매우 큰 영광입니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은 유니세프와 함께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캠페인입니다.  유니세프와 파트너로 함께했던 End Violence 프로그램은 모든 폭력으로부터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팬들은 행동력과 열정으로 이 캠페인의 메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정말로 세계 최고의 팬들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서울 근처에 있는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강과 언덕과 매년 열리는 페스티벌까지 있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정말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했고, 세상을 구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초기 앨범 인트로 중에 9~10세 정도에 제 심장이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때가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 인식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 저 자신을 보기 시작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밤하늘과 별을 바라보는 것을 멈췄고, 꿈꾸는 것을 멈췄습니다. 대신에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시선에 저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이어 저는 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췄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조차도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제 심장은 멈췄고, 제 눈은 감겼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령이 됐습니다. 이때 음악이 작은 소리로 "일어나서 너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저의 진짜 이름을 부르는 소릴 듣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방탄소년단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때조차 많은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일부 사람들은 가망이 없다고 얘기했죠. 때때로 저도 전부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에 정말 행운이고 감사하다고 여깁니다.




저는 계속해서 잘못 딛거나 넘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수백만 장의 티켓을 파는 아이돌이지만, 저는 여전히 24세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제가 성취한 모든 것은 다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저희의 팬인 아미 여러분이 저희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는 실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제의 저도 여전히 저입니다. 오늘의 저는 과거의 실수들이 모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내일, 저는 지금보다 조금 더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저입니다.

그 실수들은 제가 누구인지를 얘기해 주며, 제 인생의 우주를 가장 밝게 빛내는 별자리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이고 싶은지를 모두 포함해 나를 사랑하세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앨범이 발매된 이후, (유니세프의)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우리는 전 세계의 팬들로부터 중요한 메세지들을 듣게 됐습니다. 인생의 시련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에 대해서죠. 이 이야기들은 저희에게 책임감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봅시다.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라고 촉구하고 싶습니다.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와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피부색은 무엇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말하세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의 이름을 찾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저는 김남준이고, 방탄소년단의 RM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돌이며,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 온 아티스트입니다. 많은 사람처럼 저는 제 인생에서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은 두려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저 자신을 북돋고 있습니다. 조금씩 더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세요. 

감사합니다.


출처 http://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5117&Newsnumb=201809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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