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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Feb 07. 2016

'갑'의 위치에 서면 누구나 '을'을 억압하는 사회

<베테랑> 헬조선을 바꾸려면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부터 시직하자!


영화는 은근 가벼운 느낌에 중간 중간 무게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면 뭔가 세상이 되게 무거워보이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 <배태랑>은 형사 서도철이 화물트럭 운전사인 배기사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가 임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 당하자 신진그룹에 일인 시위를 하다 재벌 3세 조태오에게 폭행과 모욕을 당하고 신진그룹이 배기사를 자살로 위장해 그를 살해하려고 했다. 기적적으로 배기사는 살아나지만 혼수상태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서도철이 조태오와 신진그룹을 상대로 싸우고 정의를 실현하는 스토리다. 



재벌3세의 막장 스토리


<베테랑>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갑질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재벌 3세의 이야기는 적나라하다. 마약을 하고 막장짓을 하고 사람 알기를 개떡같이 알며,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것을 어떤 논설 위원은 픽션이라고 하였는데, 어떻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는가? 한국에서 재벌이라는 존재는 정말 막강한 존재들이다. 영화에서 경고하는 것은 이런 재벌가들의 3세들이 곧 사회의 리더층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벌구조는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구조이다. 일본에도 재벌이 있었지만 일본이 전쟁에서 패전하고 미국은 일본의 재벌들을 해체해 버렸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들은 한국 전쟁과 배트남 특수들을 통해 돈을 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나라의 재벌 1세들이었다. 재벌 2세들은 이런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았고, 처음부터 재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벌 3세들은 이런 어려움을 모르며, 처음부터 태어났을 때부터 선택받은 사람들이었다. 재벌 3세인 조태오는 모든 재벌 3세들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재벌 3세들이 막장은 아니지만, 조태오같은 3세들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막장 3세들이 나이가 들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리더들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갑과 을의 약육강식


<베태랑>의 놀라운 점은 재벌과 권력자들과 보통 사람들의 이분법적인 갈등을 보여준 것이 아니다. 이런 갑과 을의 횡포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즉, <베테랑>은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것이다. 아버지와 형제들의 권위에 밀리는 재벌 3세인 조태오, 회장에게 두들겨 맞는 조태오의 심복인 최 상무, 신진그룹에게 굽신 거리는 전 소장, 부패한 경찰들은 모두가 강자에게는 머리를 숙이고 약자들을 착취하려고 드는 사람들이다.. 즉, 모두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며, 약한 사람들의 밥그릇을 훔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세상에서 당한 것을 자신 보다 약한 사람에게 권위를 행사하며 굴복시키는 것은 너무나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베테랑>은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당신도 두들겨 맞는 을일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권력이 생긴다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의 횡포를 부릴 수 있다' 라고 말이다.



무기력한 시민들에 대한 조소


영화를 또 잘 뜯어보면 눈에 보이는 재밌는 장면이 있다. 첫번째로 조태오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려고 병원에 가서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한다. 이때 경호원들은 평범한 환자들이 엘레베이터를 못 타게 막는다. 하지만, 조태오가 같이 타도 된다고 하자, 환자들을 '감사합니다'라는 대사를 한다. 또한, 마지막, 형사 서도철이 조태오와 명동에서 싸움을 하자 시민들은 그들의 싸움을 말리거나 개입하지 않고 해드폰만 켜서 그 장면을 찍기만 한다. 조태오가 서도철을 거의 실신을 시키고 자리를 뜨려고 하자 아트박스 사장님이 조태오를 막아선다. 류승완 감독은 갑과 을의 횡포에 대해 꼬집기도 하지만 이런 장면에서 권력자에 대해 투쟁하거나, 싸우지 않고 방관자적이며, 순응적인 시민들의 모습을 꼬집고 있다. 형사 서도철이나 일인시위를 하는 배기사, 서도철의 마누라는 정말로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산들의 소신이 있다는 것이다. 서도철은 부당한 권력에 무릎을 꿇지 않으며, 배기사는 자신이 두들겨 맞더라고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서도철의 마누라는 돈의 유혹을 받았지만 그것을 거절했다. <베테랑>은 수동적이고 방관자적인 시민들에게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세상에 잘못된 것에 대해 '아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이런 부당한 사회 속에서 시민들은 개개인이 약하지만 한 사람의 용기있는 사람의 행동에 점점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참여를 한다면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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