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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May 26. 2019

100분 토론에 나타난 반지성주의

게임중독 빌병인가 100분 토론을 보고


이번 <100분 토론>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김윤경 국장이라는 분의 토론 태도를 보면서 한 숨이 나왔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김윤경 국장의 토론 태도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김윤경 국장의 토론 태도를 비판하는 것은 이해는 가지만 본질적 문제는 토론 태도가 아니다. 바로 김윤경 국장이 보여준 반지성주의가 이번 <100분 토론>에 나온 커다란 문제다. 종편에서는 반지성주의를 띈 평론가들을 보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중파에서 그것도 토론하는 방송에서 반지성주의를 무작정 송출한 것은 아이들의 게임 중독보다 어른들의 반지성주의 중독이 더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반지성주의를 보여준 김윤경 국장


김윤경 국장 : 일반인은 굳이 논문 보지도 않고도 알 수 있다.


학문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말은 매우 거북스럽다. '일반인은 굳이 논문 보지도 않고도 알 수 있다.'라는 말은 학자들은 논문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학계에 있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말이다. 학문 세계에서 논문을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하나의 논문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논문들을 읽고 자신의 연구의 계보를 찾으며  그 계보 속에서 미약하지만 학문의 발전을 기여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이다. 학문이라는 것은 수많은 선배 학자들이 쌓아올린 연구들을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며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다. 즉, 아카데미아는 홀로 모든 것을 안다고 우길 수도 없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업적이 하나하나 쌓아 올려진 거대한 탑과 같다. 그러나 김윤경 국장의 발언은 오로지 자신이 보는 관점만 옳으며 타인의 이야기에는 귀를 닫아 버리는 반지성주의의 극치다. 일본의 지성인 우치다 타츠루가 엮은 <반지성주의를 말하다>에서 반지성주의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반지성주의란 지성의 부족함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지적인 활동이나 상상력이 낳은 합리성보다 현장 체험의 축적이나 생활의 지혜로 얻은 판단력을 더 신뢰할 만하다고 여기는 보수 이데올로기를 가리킨다.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이마, P.144)


반지성주의의 핵심은 자신이 세상을 보는 관점만이 옳으며 누군가가 비판을 해도 자기쇄신이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는 것이다. 반지성주의는 들을 귀가 없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편이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적으로 간주한다. 이번 토론에서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은 참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게임중독을 과연 질병으로 볼 것인가'라는 토론에서 토론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토론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왜 게임중독에 빠지는지 그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원인을 고찰했어야 했다. 사실, 이번 토론에서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패널들의 구성은 이 토론을 파국으로 몰고갈 수 밖에 없었다. 김윤경 대표는 반지성주의자였고 의대 교수님은 게임에 빠진 학생들을 병자라고 무의식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미쉘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대 의학은 비정상인을 정상인으로 만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미 게임중독에 빠진 학생들을 비정상으로 보는 순간 그들은 치료를 해야할 대상이지 학생들이 왜 게임에 빠지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미 이번 토론 자체는 학생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원인에 대한 고찰자체가 불가능 한 토론이었다.


공중파에 나타난 반지성주의자


이번에 김윤경 국장이 심각한 어그로를 끌어서 그렇지 대한민국에도 반지성주의는 만연했다. 종편에 나온 정치 패널들들, 인터넷에서 댓글로 싸우는 사람들, 오로지 자신의 방식만 옳다는 정치인들과 학계 인물들... 그런데 이번에 걱정이 되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공중파에 반지성주의의 극치를 방송으로 송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100분 토론>에서 우리가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게임 중독보다 어른들의 반지성주의다. 오히려 학생들이 게임중독에 걸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어른들이 반지성주의 중독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중파에 나타난 반지성주의자에 대해 소위 말하는 지식인들은 비판을 가하지 않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역사 픽션 드라마의 고증문제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하지 않은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는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왜 우리는 반지성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이번 <100분 토론>을 계기로 우리나라 사회에서 반지성주의에 대해 토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반지성주의를 가진 정치인들이 존재하는데 미국의 트럼프는 반지성주의자이며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전 오사카 시장이었던 하시모토 도루 또한 반지성주의자다. 한 개인이 반지성주의자라고 한 다면 그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고 피해버리면 끝이다. 그러나, 반지성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반지성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이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반지성주의자가 말하는 것은 자극적이며 이분법적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적으로 잘 이용된다. 문제는 사람들이 반지성주의적 포퓰리즘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회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면 사회가 고생을 하게 된다. 김윤경 국장 같은 반지성주의자가 공중파에 나타난 것은 대한민국의 방송에서 얼마든지 수많은 반지성주의자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전조하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에서 반지성주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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