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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Aug 21. 2019

조국 교수님께, 저는 환경대학원 학생입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이 별로 좋지 않은 이유로 검색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2019년  8월 29일이면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게 됩니다.


2016년  떨리는 마음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 기 입학원서를 넣었습니다. 그때 저는 낙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지원을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현실은 참 답답했습니다. 주위 친구들은 하나 둘 취업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을 때 저는 책을 집필한다는 명목으로 쪽팔림을 겨우겨우 무마시켰습니다. 그때 매일 고민하던 것의 저의 미래상이었습니다. '다음에 대학원에 지원해서 떨어지면 나는 무엇을 먹고 살지?' 만약,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아이가 묻는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괴롭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5월 쯤, 버스를 타고 환경대학원에 다시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2017년 7월 인가 8월에 입학 통지서를 받아 보았을 때 그동안의 힘듦이 스르르 녹아 내렸습니다. 저는 학부 때 인문학을 전공했었고, 도시계획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는데 많은 고충이 있었습니다. 용어부터 생소했고 통계 공부를 하느라 잠을 설쳐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나, 나 같이 하찮은 사람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국 교수님과 따님에 대해 분노합니다. 지금 세간에 떠돌고 있는 뉴스를 보면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대학원을 다니는 것이 꿈만 같고 영광으로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국 교수님과 따님을 바라 볼 때 우리 환경대학원을 '수단'으로 이용한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최 학점을 받아도 환경대학원 동창회 장학금의 최고 액수가 100만원 정도인데,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장학금을 받으며 한 학기 등록금을 받았다는 것은 공부도 잘하며, 집안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학생이여야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국 교수님의 집안 사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수많은 학생이 점심 값을 아끼려고 저렴한 학식을 찾아 다니며, 편의점 도시락을 통해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을 보았습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열정을 다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국 교수님과 따님의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눈문 관련해서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인턴을 열심히 하면 논문의 제 1저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놀랍고 신비한 대한민국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요. 저는 누구도 별로 쳐주지도 않는 석사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1년 정도를 고생했습니다. 석사 학위 논문을 쓰면서 느낀 것은 학문의 길은 참 어렵고 제 보잘 것 없는 논문 하나를 위해서 수많은 외국 저널을 읽고, 연구 설계도 하고, 통계 공부도 하고, 프로그래밍도 공부했습니다. 사실, 논문을 쓰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랑스러운 동기들이 서로를 위로해 주며, 가끔은 고민을 토로하며 서로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 만큼 논문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대학원 공부를 해도 쓰기 어려운 것이 바로 논문입니다. 그런데, 그 논문을 고등학생이 2주 인턴에 열심히 참여했다고 해서 제 1저자가 되었다는 것은 제 상식에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생각과 함께 갈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논문과 함께 4학기를 보내며 논문을 함께 쓰는 동기들을 보았습니다. 모두 힘들어하고 방황도 했지만 모두 그 과정을 이겨냈습니다. 논문 통과가 되고 제본소에 논문 원고를  논문이 배달오고 그 논문을 대학교 도서관에 냈을 때, 그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정말 고생해서 논문을 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주 인턴을 잘했다고 논문 제 1저자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참 많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016년 10월이 생각납니다. 그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나왔을 때, 저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시위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한 켠으로는 두려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매운 시민들... 비록, 나 자신은 하찮은 한 시민일 뿐이지만 그곳에 나가서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변화시키는데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제가 들은 연설 중 제일 감동적인 연설이었습니다. 그 연설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면 그만큼 노력받고, 사회적 약자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는 국민들이 느끼는 대한민국의 공정성에 대한 열망 위에 세워진 정부입니다. 조국 교수님은 최순실과 정유라를 호되게 비판하셨습니다. 최순실과 달리 조국 교수님은 전혀 법을 어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의 경계선을 잘 아셨던 것 같습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조국 교수님께 묻습니다. 그리고, 조국 교수님을 옹호하는 진보 지식인들에게 묻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공정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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