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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Aug 20. 2019

고등학생의 논문을 보고 감동해서 자괴감이 든 석사생

대한민국의 엘리트, 386세대는 어떻게 권력을 승계하는가.

고등학생이 대학원 석사생보다 낫다!


최근 조국 전 민정수석의 딸의 학력 및 논문 제 1저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매우 많이 분노를 했는데 고등학생이 논문에서 제 1저자로 의학 논문을 썼다는 것이다. 논문을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논문 제 1저자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를 말이다. 대학원에서 종종 학회지에 논문을 낼 때 누가 1저자가 될 것인지 매우 민감한 사항인데 고등학생이 그것도 어려운 의학 논문을 썼다는 것은 수많은 학계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나도 이번에 정말 부끄러운 석사 학위 논문을 썼지만 논문이라는 것이 2주 인턴 과정을 한 고등학생이 쓸 수 있다면 그 친구는 정말 아인슈타인이나 뉴턴급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을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참 수많은 석박사들의 마음을 힘들게 할 것이다. 논문을 쓸 때 수많은 논문을 읽어서 선행논문 연구에서 자신의 연구가 어느 계보에 속하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보여줘야 하며, 가설을 만들고, 연구 설계를 하며 데이터를 열심히 가공해서 결과가 잘 나올지 못 나올지 모르는 상태로 연구에 집중을 해야 논문이 나오게 된다. 나와 함께 논문을 준비했던 동기들 모두 교수님들의 수많은 크리틱을 받으며 논문을 수정하고 연구 모델을 변화시키고, 데이터를 더 모으는게 일상 다반사였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2주 인턴을 하고 논문의 제 1저자가 되었다는 것은 참 나를 슬프게 만든다. 논문을 지도했다는(?) 교수는 조국 전 민정수석의 딸이 아주 열심히 인턴을 해서 논문의 제 1저자로 선택했다는 매우 바보같은 대답을 했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럼 나도 대학교 연구에 인턴 연구원으로 참여해서 열심히 하면 교수님들이 참 잘했다고 논문 제 1저자로 선택해준다면 나는 석사를 때려치고 그 연구실 인턴만 할 것이다.



386세대라는 엘리트가 계급을 승계하는 매커니즘


사실, 지금 매우 분노를 해서 더 쓰고 싶지만 조금 냉정을 찾아서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386세대라는 한 때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세대가 엘리트로 등극해 엘리트 계급을 어떻게 형성시키는가'이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은 불법을 저지른 적은 없다. 다만, 법을 잘 이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한 것 뿐이다. 즉, 편법을 어떻게 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지금까지 조국의 딸 학력 사건에서 문제될 것은 없지만 지식인과 엘리트들이 어떻게 법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잘 하여 자신의 자식에게 엘리트 계급을 계승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자신의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할 때 수시로 대학을 갔는데 당연히 학생부에 논문 저자로 등기된 것을 썼을 가능성애 매우매우 높아 보인다. 대학 입학을 할 때 학생부가 매우 중요한데 논문을 썼다면 적어도 다른 학생보다는 더 탁월해 보였을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강화되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은 누구일까? 대치동 엄마들의 자식들, 의사의 자식들, 변호사의 자식들... 아니다. 제일 유리한 것은 바로 부모를 교수로 둔 교수집 자제들이다. 교수들은 서로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알 수 있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학생부 전형에 대한 내부 정보를 상대적으로 빨리 손 쉽게 획득할 수 있다. 그냥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 만약 조국 전 민정수석의 딸의 아비지가 조국 교수가 아니었다면, 논문의 제 1저자가 되고, 명문대에 수시를 입학을 했을지 매우 의문이 든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진짜용?????


우리는 이런 편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지식인과 엘리트들은 수많은 학연지연을 통해 자신들의 이너써클을 만들고 정보를 독점하며 법에 위반되지 않을 정도로 법의 경계선을 넘을 듯 말 듯 하여, 자신의 권력과 엘리트 계층을 자식에게 승계한다. 참 재밌다. 민주화 운동을 이끌며 정의감에 불탔던 386세대가 이제는 권력을 잡고 보수에게서 비판했던 그것을 자신들이 하고 있다니 모순이다. 386세대는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고 하지만 이미 386세대를 이끌었던 공동체와 조직의 기본 베이스는 바로 캠퍼스와 학연 지연이었다. 민주화와 학연 및 지연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 바로 386세대다. 그런데, 그들이 권력을 잡고 공정성을 외치며 정의로운 심판관을 자처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심판할 때 이미 문제는 존재했다. 바로 그들이 완전히 100% 선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를 지지해주는 힘은 바로 '공정한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었다. 그런데, 멍청하고 무식하며 법을 어기며 정유라를 대학에 입학시켰던 최순실을 비판했던 조국 전 민정수석은 그 당시에 과연 선한 인물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살며 자신은 도덕적으로 남들보다 우위에 서있고 우리가 우매한 국민을 심판하겠다는 '선한 심판관'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매우 독단적이고 엘리트적인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연설문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그동안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로 괴로워 하던 청년들의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이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던 공정성은 어디로 갔는가? 이번에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내정을 강행한다면... 정부의 근본을 자신이 부정하는 일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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