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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Mar 16. 2016

프롤로그

서울을 거닐다 (1)


2013년 6월 즈음에 동경대에서 교수로 있으신 강상중 교수의 '도쿄 산책자'를 읽었다. 그는 도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생각을 적고 동네 마다의 자신의 감정을 적었다. 이 책을 보고 나도 한번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학업과 일때문에 계속 미루다가 이렇게 펜을 들었다. 


대학교 때, 영어 수업 시간에 외국인 교수님이 서울에 대한 이미지를 발표해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발표를 했을 때, 서울은 바쁜 도시이며, 모든 사람들이 웃으면서 돌아다니기 보다는 대부분이 무표정이며, 많이 현대화되었다고 하였다.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서울은 분주하고 특색이 별로 없다는 쪽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이런 의견에 동의를 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그렇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의 의견들은 서울을 너무나 크게 본 것이고, 동네를 하나하나 분리해서 보면 재미가 있고 각자의 개성이 있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곳은 도시 대부분이 한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나는 서울에서 낳았고 20년이 넘게 서울에서만 살았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한 발짝 거닐 때마다 가끔은 과거의 나와 조우할 때가 있다. 우연히 길을 걷다 신사동 카페를 거닐면 그곳에서 책을 읽고 혼자 글을 쓰던 내 모습을 보기도 하고, 강남역에서는 교회 친구들과 교회 수련회를 가는 것에 기대에 부풀어 웃고 떠들던 것도 생각이 나며, 교대역을 걸으면 재수학원에서 8시간씩 공부했던 내 모습도 보이곤 한다. 이처럼, 서울이라는 도시에 나는 나만의 발자취를 남겼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던 아니던 간에 이 기억은 마치 몇 백년을 버틴 비석처럼 생생하게 남아있다. 


서울이라는 곳은 나의 여러가지 자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20대 초반에 나는 크나큰 방황을 했었다. 그때 나의 고민은 바로 '나'라는 존재가 왜 하나의 존재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시간에 따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즉, 내 안의 내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 딜레마였다. 특히나 그 당시에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독일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에 심취해 있을 시절이었다. 내 자신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그런 고민은 바로 내가 진심으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초중고등학교 때 재미없는 수업을 들으며, 한 번도 내가 왜 이런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없었으며, 대학 입시에 떨어져서 재수학원에서 죄수처럼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생각을 하는 것은 사치였다. 초등학교때부터 재수학원까지 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놀랍고 신비한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내가 입학할 당시에 대학은 더이상 캠퍼스의 낭만은 없었고, 대학이 아니라 그냥 취업양성소였을 뿐이다. 이런 충격 때문에 나는 혼자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읽지도 못하는 어려운 책을 보면 끙끙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나의 고민은 3년 정도 갔었던 것 같다. 끝없는 방황을 하다가, 어떤 만화책을 보았는데, 그 책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너무나 미워하고 괴로워 했다. 그 주인공이 어느 방에 들어가 갇히게 되었는데, 바로 과거의 자신이 그의 앞에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 어떤 방법으로해도 그를 넘어가지 못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안고 사랑해 주었다. 그러자 그를 막던 과거의 주인공은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깨달았다. 나의 방황은 과거의 나를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고 과거의 나의 찌질했던 내 모습도 나였다. 고민의 끝은 내 안에 수없이 많았던 내가 있었기 때문에 그 수없이 많았던 나를 사랑해주는데서부터 시작을 해야했던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나는 수없이 많은 '나'들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수없이 많은 '나'들이 이 서울 속에서 숨어있으니까 말이다. 수없이 많은 '나'들을 찾으며, 그 당시에 그 지역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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