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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Mar 16. 2016

교대역 : 재수생들의 세상

서울을 거닐다 (3)


교대역은 나에게 있어서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지금은 강남대성학원이 강남역 1번 출구로 이사를 가서 좋은 시설이었지만, 몇 년전만해도 대성학원은 교대에 있었습니다. 매일 9시까지 학원을 나가서, 3시 50분까지 수업을 듣고, 4시부터 10시까지 자습을 하는 것이 재수생의 일상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수능시험을 한 번 더 공부하게 되고, 수능시험 한 번 떨어진 것이 무엇이 대수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솔직히, 지금 나이가 들어서 보았을 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대한민국에서 고3에게 시험을 망친다는 것은 정말로 큰 문제인 것이며, 어쩌면 하늘이 무너지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즉,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고민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재수 생활이 첫 날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교제를 받고, 대학을 간 다른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과 감옥같던 학원의 그 풍경을 보며 어떻게 적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때의 감정을 어떻게 글로 표현현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기나긴 수험 생활을 마치고, 공교육과 사교육을 굳이 나눌 필요가 있는지 말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에는 저는 오히려, 학원을 다니면서 더 많은 공부를 배웠고, 선생님들로부터 인성적으로 더 기억에 남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학교를 세울 때, 학교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학교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교육의 본질이기도 한데, 교육자는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내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이끄는 역할을 도와야 합니다. 즉, 학교라는 곳은 학문하는 사람과 연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던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그때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면 공교육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초중고 교육을 보면 우리는 숫자에만 집중을 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1등을 하는지에만 고민이 있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누룰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잘 풀수 있으냐에 대한 것만을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뉴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때 감명 깊게 보았던 것은 학대받는 아이들을 그 담임 선생님이 찾아가서, 그들을 구하고 자신의 집에서 보호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입니다. 그때 인터뷰를 하던 분이 학대받던 아이에게 왜, 선생님께만 자신의 진실을 이야기했는지 물었는데, 그때 아이는 선생님만이 자신의 말을 믿어준다고 대답했었습니다. 저는 이런 그의 말에 자못 감동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번도 초중고를 지나며 이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재수생활의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로 불투명한 미래를 보며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나의 시야는 세상을 보기 보다는 자습실 책상에 갇혀 큰 것을 보지 못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도와주셨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사회를 가르치시던, 심연식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마 제가 처음 보았던 스승이랄까요? 왜냐하면, 다른 선생님들이 다 퇴근하실 때, 심 선생님은 남아 계셨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반 아이들이 자습하는 것을 감독하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중에 깨달았지만, 정말로 선생님은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시고 가르침을 주셨고, 학생들이 홀로 공부하지 않게 같이 우리를 기다려 주셨던 것입니다. 저는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때의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라는 분은 교단에 섰을 때, 자신에게 몰입하여, 그것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정말 때려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저를 막으시고, 이 괴로움을 버텨내는 법을 가르쳐 주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제가 모의고사를 망치고 상담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거의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배운게 뭘까? 그래, 노력한다고 해서 그 노력이 성공한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아, 하지만 노력하는 사람은 절대로 실패를 하지 않아"


선생님의 이런 말씀은 언제나 제 가슴 속에 남게 되었습니다. 힘들 때면, 이 말을 곱씹으며 노력을 합니다. 그때는 정말 따뜻했습니다. 저는 공교육이나 사교육에서 이런 사랑 많은 선생님들이 많이 나타나셔서 우리 나라의 교육제도를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혹시 재수를 준비하시는 독자분들이 있다면 재수를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보지 못했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8시까지 학원을 가고 조회를 하고, 수업을 듣고 자습을 하면서, 정말 좁은 강의실 안에서 가축들이 사육당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내 앞에 안개처럼 드리운 나의 미래를 보며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겪고 눈물이 날 때,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내가 누군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나 홀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기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또한 많습니다. 정말 괴롭고 힘들고 타인들의 공감 못하는 동정을 들으면서 그것을 하나 하나 버틸 때, 당신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일 껍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재수생활은 일종의 추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 나라의 고등학생들은 극도의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생각하는 공부를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하면, 문제를 풀 때,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쉡게 말하면 문제를 많이 풀면서 틀리지 않는 스킬을 연구하는 것이 우리가 자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객관식 문제를 무작정 찍어 내려가는 것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등수 세우기를 하기 위해서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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