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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Apr 28. 2016

죽음을 기억하라

<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시골의사>는 카프카의 유명작 중 하나이다. 오히려 이 작품이 <변신>이나 <학술원에의 보고>보다 어려웠던 점은 텍스트가 짧기 때문이다. 시골의사는 마을에 중환자가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가 환자에게 가려고 하나 그의 말은 죽어 있었고, 눈보라가 그의 앞길을 막는다. 이때 그의 마굿간에서 한 마부가 등장해 의사에게 말 두필을 준다. 대신, 마부는 로쟈를 취하게 된다. 로쟈는 의사에게 가지 말라고 하지만 의사는 그녀의 부탁을 뿌리치고 환자에게로 말을 몬다. 환자의 집에 왔을 때, 가족의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는 젊은 환자를 진찰한다. 하지만 그가 건겅하다는 것을 결론 짓는다. 하지만 밖에서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의사는 가족들에 의해 옷이 벗겨지면서 젊은 환자 옆에 누이게 된다. 시골의사는 그때, 환자의 옆구리에 꽃과 같은 상처가 있는 것을 본다. 그는 더 이상 그 환자를 손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옷도 입지 않고 말을 몰기 시작한다. 그러나 두 마리의 말들은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고 목적지 없이 뛰기 시작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의사의 고독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두려움을 준다. 그 이유는 죽는 다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 뒤에 내 존재가 무의 세계로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시골의사>는 이런 불안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로쟈의 주인이지만 마부에게 로쟈를 빼앗기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의사, 의사지만 죽음으로부터 환자를 살릴 수 없는 의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말을 끌지만 그 말들은 말을 듣지 않고 정처 없이 떠도는 의사... 이처럼, 우리의 두려움은 현실에서 발생한다. 시골의사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현실 속에서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 즉 무(無)적인 존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두려움은 죽음 뒤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내가 이 세계에 실존하지만 실존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이다. 




카프카에게 있어 죽음과 삶이란?


카프카에 있어 구원은 바로 죽음이다. 시골의사 어린 환자를 진찰하면서 자신도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시골의사는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이 세계 그리고 현실 속에서 무(無)를 느끼는 이 세계에서 구원을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실존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그는 구원을 받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말들을 타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구원되지도 못하고 더 이상 절망도하지 못한다. 그와 더불어 그는 길을 잃는다. 그러나 이런 길을 잃는 다는 것은 삶이며 희망이다. 시골의사는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생각하며 홀로 고민에 빠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카프카의 소설은 언제나 죽음의 이미지를 품고 있고 어떻게 그런데서 희망의 이미지를 품을 수 있냐고 물을 것이다. 그렇다. 카프카의 소설은 언제나 죽음의 의미를 극단으로 끌고 간다. 그러나 모든 개념을 극단으로 끌고 갈 수록 그 그 극단은 반대 의미를 긍정하게 된다. 시골의사는 자신의 무력감에 젖어 죽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모든 것이 그가 통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시골의사는 살아 있다. 바로 이것이 카프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삶에 대한 긍정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


카프카에게 있어 죽음은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기준점이었다. 그는 죽음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삶을 조명했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의 괴로운 삶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신앙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이 죽음을 선택할 수 없듯이 죽음을 대체한 것이 바로 문학이다. 카프카에게 있어 문학은 죽음을 언제나 상기키는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언제나 죽음과 가까이 살면서 자신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문학이다. 그는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이 죽고 난 후에 대해 생각하곤 했을 것이다. <시골의사>에 나온 의사가 마지막 장면에서 고민을 하는 것처럼 사는 것이 바로 고민하는 것이라면 카프카는 죽음 뒤에도 인간은 실존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죽은 다음에 아무 것도 없다면 우리는 지금의 삶 속에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고민하고 애를 쓰는가? 그것은 바로 죽음 뒤에 우리의 실존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카프카에게 있어 죽음이 구원이었다면 삶이란 희망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카프카가 바라보는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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