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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Dec 30. 2020

Bright Side


  취직을 하자 귀신같이 유튜버가 되고싶더니, 이제는 정말 월요병이란 것이 뭔지를 알게 되었다. 취직 첫주차 주말에는 새벽근무를 하였으니 논외이고, 둘째 주에는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겼으니 내가 밑에 쓴 "여전히 Blue"는 다가오는 월요일에 대한 나의 헌사였다. 정말, 정말 기분 더럽더라. 그런데 이렇게 화요일이 오니 나는 또 그럭저러 살만한 것이다. 아마 다가오는 일요일에 나는 또 신세 한탄을 하는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누나 말로는 절대 익숙해질 수가 없다는데, 걱정이 크다.


 그 신세한탄 글의 댓글로 내 글에 어떤 일정한 감정선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하였다. 글 읽는 것은 그 글쓴이를 알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라는데, 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하긴 맞는 말이긴 하다. 알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글쓴이가 보여주고 싶어했거나, 보여줘도 상관 없는 자신의 특성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나는 아름다운 글을 쓰며 토악질 나는 행위를 했다는 사람들을 봤다. 몇은 정도가 다르지만 겪어보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오픈해보기로 마음 먹는다.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까지는 아니고, 내 인생의 밝은 면을 비추어보려는 글이다.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회사가 좋다. 회사 분위기도, 하는 일도 다 마음에 든다. 천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난생 처음 출세욕을 느끼는 요즘이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 의견이 더 관철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내 뜻을 더 펼칠 수 있으면 좋겠어서 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너무 좋다. 금전적으로나 이런 성질의 안정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커피를 테이크아웃 후 사무실 컴퓨터를 키는 일은, 마치 연인과의 아침 인사 같다. 아침에 출근 준비하느라 바빠 보통 출근 후에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하는 편이니 나는 내 직장과 아침을 먼저 나눈다. 6시 30분이 되면, 슬슬 눈치를 보며 노트북을 덮는다. 안녕 잘자. 내가 학생 때는, 연애를 하지 않았을 때는 그렇게 이런 대화를 필요로 했더랬다. 생활을 같이 공유할 사람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는가. 그런데 졸업을 하고 연애를 하니 직장이 필요하더라. 어쨌든 나는 직장이라는 정부를 얻었으니 좋은 일 아니겠는가. 거기다 꽤 마음에 드는 직장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도 선은 지킨다. 사랑해는 여자친구에게만. 내가 직장에게 하는 말이라곤,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정도이다. 하지만 그정도도, 꽤나 의미가 있단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애정전선은 여자친구의 바쁜 사정으로 인해 조금 슬픈 와중이지만, 조만간 다시 자주 하하호호 하며 사랑을 속삭일것이다. 내 삶은, 적당히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 더 적당하게 유지할 것이다. 오늘은 나에게 약간의 위로와 강한 다짐을 주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회사 얘기는 처음 길게 쓴 것 같다. 나도 이제 직장인이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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