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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an 19. 2021

서사무엘

 서사무엘을 처음 안 것이 2016년 초반 즈음이니, 나는 그가 알앤비 가수로 전향한 후 거진 무명이었을 때부터 좋아했다고 볼 수 있다. 리드머의 리뷰를 통해 접한 1집의 Make Up Love를 뮤직비디오로 봤을 때, 천재성 까지는 아니지만 뭐랄까 번뜩임을 느꼈다. 사실 서사무엘의 음악을 들은 사람은 느낄테지만 Make Up Love는 1집의 또다른 Pop Number, New Dress Girl과 마찬가지로 서사무엘의 진중함과 음악적 깊이를 담아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나는 Make Up Love를 처음 듣고 리핏에 리핏을 반복하다가 1집의 모든 노래에 하나씩 빠져들었다. 


 어릴 적 어떤 매거진에서 본 기억이 나는 임진모 평론가가 말한 음반을 나눌 때의 기준, 5곡이 좋으면 수작, 10곡이 좋으면 수작, 모든 곡이 좋으면 명반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Nirvana의 Nevermind 앨범을 얘기할 때 언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커트코베인의 열반에 도달한 경지가 만든 Nevermind의 명반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준은 당시 중학생인 나도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명반의 기준은, 아니 수작의 기준부터 시작하자. 모든 노래가 좋은 것은 기본이다. 한 두개가 아쉬운 정도면 봐줄만 하다. 일단 그렇게 된 다음부터는, Best Single이 리핏을 반복할 때마다 바뀌는 음반이 진정한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CB Mass의 2집이 그랬고, Drake의 So Far Gone이 그럤으며 Warren G의 Regulate… G-Funk Era가 그랬다. 그런 나의 리스트에, 서사무엘의 1집이 추가된 것이다. 


 리드머도 그렇고 보통 사람들은 서사무엘의 2집 Ego Expand (100%)를 더 쳐주는 것 같다. 그들의 평가 논리에 동조를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논리를 확장시킨다면 이제는 UNITY II를 서사무엘 최고의 앨범으로, 한국 알앤비 역사의 최고 명반으로 기록시켜야 한다고 본다. UNITY II는 실로그러하며, 내가 최근 가장 리핏하고 있는 앨범이다. 새로운 지평을 연 앨범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서사무엘의 1집 Frame Works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최고인 앨범이자, 서사무엘을 가장 잘 담아낸 앨범이고, 내 11월 중의 한 꼭지를 담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추운 밤에 친구와 서사무엘의 공연을 보러 지금은 없어진 명월관을 갔던 기억이 난다. 파라솔이라는 밴드가 먼저 공연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는 서사무엘을 보러 온 사람보다 그들을 보러온 사람이 많았다. 나에게는 조금 시시하다고 느껴져 밖에 나와 담배를 피는데, 서사무엘도 그 때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나는 팬이라고 말을 했고 서사무엘은 감사하다며 나보고 옷을 잘입는다는 덕담도 해줬더랬다. 공연의 셋리스트는 내 취향대로 앨범의 순서를 통째로 따왔으며, 정말 죽여줬다. 끝나고도 담배를 피며 내가 술이나 마시자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그 때의 나는 누구에게나 일단 만나면 술 마시자고 했다. 심지어 진중권에게도.) 그 후 공연장을 잘 가지 않는 나는 서사무엘의 공연은 꽤나 챙겨 보러 가게되었고, 그가 2집의 타이틀로 만든 그의 Ego Expanding 또한 느꼈다.  


 그 추운 밤 서사무엘은 조금은 수줍은 느낌이었다. 팬이 있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1집의 가사 또한 그랬다. 10번 트랙 G O Y O는 앨범에서 서사무엘이 드러내는 캐릭터를 대표하지만, 일부이기도 하다. 3번 트랙 Somebody’s 에서 나는 그동안 한국 흑인음악 씬에서 느끼지 못했던 따듯한 온기를 느꼈다. 뭐랄까, 따듯하고 멋지고 감싸안는 가사라면 개코가 그런 가사를 쓸 때 정도가 떠오른다. “I Livin in the cold world,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은 걸” 를 예로 들수 있겠다. 그런데 개코의 가사는, 참으로 계산적이다. 나쁜 말이 아니다. 계산을 통한 엄청난 표현으로 최고의 감흥을 이끌어내는 것이 개코의 가사라면, Somebody’s의 서사무엘은 정서적인 접근방식을 택한다. 아니, 난 이것이 서사무엘의 진정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개코가 내게 일어나는 불의를 보며 위로해주고 같이 싸우자고 하는 것만 같다면, 서사무엘은 옆에서 내 손을 꼭 잡아주는 것만 같은 것이다. 


 서사무엘의 보컬 소화력과 구성 능력은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하지만, 그가 공유하고 싶은 철학을 말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서사무엘은 일찍이 UNITY I 에서 밴드 음악과 화합을 노래했고, UNITY II의 타이틀 곡 ‘굴레’에선 이 깊어진 Corona-Blue의 시대의 우리에게 “어떻게든 굴러갈 테니까.” 라고 말한다. 서사무엘은 화합의 가치를 아는 자이자, 개개인의 미약함을 Adore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이 GOYO하다고 말하는 자가, 이렇게 거인 같은 재능을 가졌는지는 참으로 모를 일이다.  


 서사무엘을 내가 이렇게 아끼는 이유는 그가 내 한 살 동생이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나보고 형이라 부르고, 내가 술주정을 부렸던 대상이었던 적도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그와 호흡했다. 그가 서른을 노래하면 나는 나의 김광석을 보게 되고,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그의 말에 내 친한 후배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공연도 드물고, 서사무엘의 인기도 높아진 지금 나는 더이상 공연을 가지는 않게 되어 그를 본 지도 오래되었다. 그가 나를 기억할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내가 지금 서사무엘의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고맙기 때문이다. 오늘은 회사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의 Blue도 점점 짙어진다. 하지만 서사무엘이 오늘 나에게 “어떻게든 굴러갈테니까.” 라고 말해줬다. 약간의 눈물을 닦고 나는 고마움에 받쳐 제목이 서사무엘인 글을 쓴다. 서사무엘에 대한 헌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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