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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Apr 07. 2021

Where You at?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모르겠다. 내가 이 글을 올릴 곳이 어디인지도 아직은 잘모르겠고, 누가 읽을 것인지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다.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에 올릴 글이지만, 이번엔 괜히 멋들어진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도 올려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하는 것도 좋겠다. 그냥, 이번 글이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동안, 읽는 사람이 한정되어있는 글들을 많이 썼다. 사랑하는 사람, 혹은, 내 글을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 아니면 그냥 기계적으로 라이크를 누르는 사람이라던가. 내가 쓰는 긴 글은 대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모두에게를 대상으로 글을 쓰고 싶다. 말하자면, 나를 외치고싶다. 외치는 것이란 장소를 동반하는데, 나는 그러니까 모든 플랫폼을 동원해 외치고자 하는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읽히고 싶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전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냥 나는 모든 장소에서 외치고 싶은 것이다. 당신은 이 글을 쉬이 넘기겠지만, 나는 간절함을 가지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말이여. 울려퍼져라. 최대한 소리 높게. 내 슬픔, 회한, 허무, 좌절 다 날아가도록. 


 나쁘지 않은 삶일 것이다. 누릴 것 다 누리고, 가질 것 다 가졌다. 당신은 아마 내가 두려울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토록 외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술기운과 함께 내 분함은 다 날아가 버린지 오래다. 이제, 정연해질 차례다. 내가 나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은 내 판단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도 내가 나쁘지 않은 삶을 산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람이 으레 그렇듯이, 힘들고 다운되고 위험한 날이 있지 않나. 그래서 나는 지금 두렵다고 외치고 싶다, 도와달라는 말은 아니다. 그냥, 외마디 사자후와 함께 이 불안이 날아갔으면, 오늘 밤에 깊은 숙면을 취했으면 하는 것이다. 당신들의 공감 따위를 바란 적은 내 인생에 많지 않다. 


 나를 만난 사람이라면, 내가 다정한 사람이란 것을 알 것이라고 짐작한다. 매우 자랑스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이토록 독선적인 것은 왜일까? 나는매우 쉬이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니, 확신할 수 있다. 나는 이중적이다. 당신들의 공감 따위를 바란 적이 많지 않다고 말했지만, 아니, 말했듯이 나는 아주가끔 당신들의 공감을 바랬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해보자, 사람이 어떤 것을 항상 바란다면, 그런데 그 사람의 생이 영속하려면 그 어떤 것은갖기 쉬운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매우 이따금씩 바란다는 것은, 그것을 얻기를 이미 포기한 상황에서, 가끔 때때로 울분에 차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나는 당신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외롭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세상에 많았지만, 가까이 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그 사람들의 대다수는 나를 떠나갔다. 그리고 그 사람들조차 나의 전부를 알지는 못했다. 나의 전부를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 사람이 사람을 면밀히 파악한다는것이 가능할까? 아니라고 본다. 나는 최근 또 한 사람이 나를 떠나갈 것만 같다고 되내이는 와중이다. 그 사람에게도 내 모든 것을 들어내보일 수는 없다. 사람이 사람을 전부 알 수 없다는 것은, 축복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나를 전부 공개하면 그건 이별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이렇게 나는 외치고 싶다고 말하면서 일장 연설을 하지만, 알맹이는 빠져있다. 그래, 나는 외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많은 글을 써왔지만, 내 불안을 그릇에 담아 데코하려고 노력했지만 예쁜 그릇을 찾는데 힘쓰는 나머지, 데코의 완성도에 집중한 나머지 언제나 일을 그르쳤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당신에게 보이는 내가 좋아보일 필요성은 딱히 없지만, 연기를 하는 데는 탁월하다. 나는 그냥, “씨발 좆같네”를 못하는 사람이다. 내가 “씨발 좆같네”를 할수 있는 유일한 친구인 정진상에게 박수를. 그는 내 모든 것을 안아준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뭐 병신아”를 가볍게 시전한다. 나는 지금 그래서 그 육두문자를 그릇에 넣고 플레이팅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씨발”이 필요했으니, 내 기분은 지금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나 보다. 


 그래서, 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팔자 좋다고 생각하는가? 가질 것 다 가졌다 생각하는가. 바라건대 나를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없이 만만하게 봐주기를. 나를 제일 욕하는 유일한 친구인 정진상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나는 말했듯이 연기에는 이골이 났다. 앞으로도 미스터 굿 가이. 예스맨.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넵! 안녕하십니까. 허허 하는 바보같은 웃음만 지으면 된다. 나는 그 정도면 된다. 나는 나를 인정해줄 두 사람만 있으면 된다. 만날 있던 우리의 판타지스타 정진상 말고도, 나는 한 명을 더 바란다. 그런데, 그랬던 그 사람이 나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나는 요즘 마음이 어지러워 저잣거리 길가는사람 하나하나 붙잡고, “씨발 내가 좆같냐” 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게 버티기 힘든 것이다. 모든 것을 가진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나를 알아줄 그 사람이 없으면, 젠장할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인정과 공감을 얻고 싶은 것이다. 이 글은 그럴듯 했나? 아무래도 상관 없다. 라면 끝났을 이 글이, 당신의 마음을 울렸으면 좋겠다. 의미 없는 공감이나 라이크를 받고 싶지 않다. 힘내, 이 말 한 두 마디 해줬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왜냐면, 나는 더이상 낼 힘이 없다. 건전지가 바닥이 났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조금은 외친 것 같다. 그런데 어디에서?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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