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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Mar 11. 2018

2013. 06. 04.

김밥

갑자기 엄마가해준 김밥생각이나

 초등학교 3학년때였을거야 아마
우리학교는 어딘가로 소풍을 떠났지. 보물찾기하고 뛰어놀고 햇빛을 맞으며 행복히 뒹굴었어. 
나와 썸탔던 다해는 내가 축구하는걸 흠모의 눈길로 바라봤고 나는 그 눈길을 의식하며 폭풍드리블로 골을넣고 다해에게 윙크를했지. 

 기다리던 점심시간이왔어, 우리엄마는 직장에 다니셔서 그동안 식생활은 준비 하지않으셨어. 아줌마가 해결했지. 그런데 김밥을 저녁에 아줌마가 싸놓고 두고 아침에가져갈순없잖아. 엄마가 처음으로 두팔을 걷어부치고 새벽부터일어나 김밥을 만드셨어. 부엌에 있는 엄마의 뒷모습이 어찌나 고우시던지. 

 기대하며 김밥을 꺼냈어. 직사각형의 통안에 3분의1부분에만 15개의 김밥이 찌부러져있었어. 어린이들이 으레 그렇듯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나는 얼른 뚜껑을 닫았지. 내가 잘못들고온탓이야 라고 하며 위안을 가졌지만 너무슬퍼서 한쪽구석으로가 김밥을 한입 베어물었지. 

 갑자기 내 입에서 뻑!이란 소리가 나왔어 나는 이게 무슨소린가 했지. 생각해보니까 집에서 외국물 먹은 아빠가 가끔쓰면 엄마가 애들앞에서 욕하지마라했던 뻑이었어. 아 이런의였구나. 좆같다는거구나. 

 으레 어린이들이 그렇듯이 서로서로 김밥을 나눠먹기 시작했지 유부초밥을 싸온애는 인기폭발이었어. 난 한구석에서 걔들이 다가오지않길 빌었지. 왜 나쁜예감은 빗나가질 않는걸까. 그들이 오고있어. 너무 무서웠어. 도망가고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지. 

 그들은 나의 김밥을 잔인하게 먹어치웠어. 그것도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의 그 미소는 오래가지않았어. 갑자기 표정은 썩어들어갔지. 나는 울고싶었어. 그들의 다음 말이 두려웠지. 

나에게서 등을돌리더라. 차라리 욕해주면 싶었지. 그러다 자기자리로가서 다시 돌아온 그들은 나에게 이거먹어 이거먹어하며 동냥을했지. 비참했어. 

"너희 엄마가 만든거야??"
절대로 그렇다고 대답할수없었어
차라리 내가 뒤집어써야겠어. 엄마를 지키겠어. 
"이거 내가 만든거야~ "
갑자기 친구들의 표정이 변했어 나를 존경의 눈빛으로 보고있었지. 

다시 혼자남은 나는 김밥을 남겨두고 하늘을 바라봤어. 담임선생님이 오셨어. 갑자기 나에게 민성이꺼 한번 먹어볼까? 하시더라. 나는 뻑오프!! 소리쳤어. 내 영어실력은 갈수록 일취월장하고있었어. 

아직도 그김밥 생각이 나
내가만들었는지 엄마가만들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 그 김밥
그 후로 내 소풍김밥은 아줌마가 저녁에 싸고 아침에 내가 가져갔지

따뜻한 김밥이 먹고싶다
아줌마가 해준 김밥이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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