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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Mar 11. 2018

2014. 07. 11.

썼다 지운다.

뉴욕에 온지 6일. 
오늘은 저스틴 공연보고 호텔방에 드러누웠다. 
좋아하는 누나 생각이 많이 난다.
난 짝사랑을 항상 폄하해왔다.  
자기 안에서 상대방에 대한 부질 없는 환상만 만드는 짝사랑 따윈 빨리 그만둬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런 내가 짝사랑을 시작하나보다. 
아직 믿기지도 않아 '한다'라고 쓰고 지웠다 '하나보다' 라고 쓴다.
사랑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맴돈다.
내 말이 맞다니깐, 짝사랑은 쓸 데 없이 감정만 심화시킨다. 
그 사람은 나를 원하지 않나보다. 사실 명백히 원하지 않는데 인정하기 싫어서 또 '하다'를 지우고 '않나보다' 라고 고친다. 
불쾌한 기분이다. 나는 항상 나를 비극의 주인공인 양 스테이지 위에 세워놓고 연기를 했다.  이제는 더이상 연기가 아니다. 

그 사람이 날 단순히 외로움 해소용으로 집어삼켰다는 나쁜 그리고 불길한 생각만 든다. 혹시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자기혐오로 이어지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전사람 이후 내가 가장 생각하는 사람이다. 외로워서 그 누나가 생각났는데, 이젠 그 누나가 생각나서 외롭다. 아직 사랑이 아닌건 알지만, 나도 모르게 '사랑'이라 썼다 지우고 '생각'이라 고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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