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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Apr 27. 2018

트위터리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분에 부쳐

 나는 트위터리안이다. 저 트위터리안이라는 단어 앞에 '파워'가 붙여지고 싶은,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그냥 '' 트위터리안이다. 트위터를 한 지도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 21살 말 때 쯤에 시작해 꾸준히 해온 것을 보아하니 나는 트위터와 내 20대를 같이 보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20대에 많은 일이 있듯이 내 트위터 생활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프로텍트 계정이며 팔로워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내 과거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썼더랬다. 그런데 과거의 사람들을 시내버스 좌석에 다 앉힐 수 있는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참으로 많은 여자의 이름을 내 타임라인에 가져다 썼다. 아마 내 오랜 팔로워 분들은 꽤 오래 전에 누가 누구고 누가 누군지 감을 잡으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내가 누가 누구고 누가 누군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 트위터 친구들은 뭐가 뭔지 그냥 '아 저 ㅅㅋ ㅄ이네'라고 생각하실 게 분명하다. 뭐 트위터에서 만난 여자는 오죽하겠건냐만...


 여자만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크고 작은 사건을 나는 트위터에 소상히 기록했으며 넘쳐나는 내 이고를 술취한 손가락으로 타임라인에 털어버린다. 그러다보니 트위터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나는 페이스북은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한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래머지만, 인스타그램에도 애정을 가지는데, 트위터에는 비견할 바가 못된다.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트위터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심지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보다 트위터가 더 짱짱sns라며 다른 sns를 까내리고 "너희는 허세, 나는 진짜!"라며 우월감을 가지는 모습도 보인다.


 마치 홍상수 영화 같다. 흔히 쉽게 '찌질하다.'라고 표현될 수 있는 행동들을 그리며 '사실 이게 우리 모두의 실상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말이다. 자신을 깎아내리거나 훤히 비추어 보임으로 인해 많은 트위터리안들은 매우 큰 자기만족을 얻는 듯 하다. 나는 모르겠다. 나는 홍상수 영화의 등장인물들처럼 찌질하게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트위터를 함으로 인해 자기만족 까지는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을 훤히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의문감은, 계정에 외모나 신분에 관련된 정보를 하나도 올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제일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트위터이며 그래서 우월하다는 자들이라고 무조건 사진을 올려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자신의 그것들을 공개하는 '허세타그램'과 맥락이 살짝 맞지 않는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금 말한 트위터리안의 특징 중 하나, "솔직하고 꾸밈없는게 허세보다 멋져."라는 상상 외에도 여러가지 특징이 있을 수 있겠다. 여기서 꼽고 싶은건 PC함에 관련된 것이다. 어디서보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을 내포한 말과, 프로파간다를 함의하는 말들, 비판적 사고를 찾아볼 수 있는게 바로 트위터라는 sns이다. 아무렇게나 막 뱉는 것 같지만 은근히 쓰기 전 한 번 더 고민하는 트윗들,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정말 좋은 순기능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있다. 뭐 고민을 했건 안했건, 뭔가가 터진다. 그럼, 달려든다. 그게 트위터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가장 멋진 트이벤트 '조리돌림'이다. 


 요즘은 조리돌림도 좀 덜하는 듯 하다. 아니 내가 팔로우를 많이 줄여서 그런 사람들이 적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이 어떤 사람들의 말, 글, 트윗을 인용하며 비아냥거리고, 헐뜯는다. 물론 대부분 그 물고씹고즐기는 분들이 PC하신 것은 맞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내 타임라인은 타인에 대한 비아냥으로 가득 차고 있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타인을 영어로 번역하면 others인가? 어쨌든 본인이 자신 하나라면 타인은 rest of all이다. 진짜 너무 많다. 그 많은 생명체 중에서 PC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아니, 존재하기는 할까? 과연 그 본인인 트위터리안은 PC할까? 모든 면에서 PC하지 않다는 것이 가능할까? 누군가를 정치적으로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런 것들 만으로 자신의 타임라인을 구성한 자들이 참으로 구려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도 참 이것 저것 많이 까고 다닌다. 하지만 내 타임라인을 타인에 대한 비판과 비난으로 가득 채우지는 않겠다.


 결국 이 '솔직이짱인인형'과 '모두까기인형'의 퓨전은 괴물의 형상을 한 트위터리안을 만든다. 모두를 까다 보면, 결국엔 자신이 남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사람은 자신을 까내리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다보면 결국 완전무결한피씨의왕이 한분 탄생하신다. 옆에는 그 친구로 트위터-이고 폭발왕이 자리하고 계신다. 둘이 합쳐 힘을 모으면 인스타의 포르쉐 차 키, 신상 구찌 백도 뛰어넘 는 나르시시즘이 모습을 드러내신다. 


 어쨌든 자기가 인스타나 페북보다 더 리얼하고 더 '유저 본인'스러운 것이 트위터라고 자랑하는 트위터리안들이라면 작작 까내리자. 아니 까내리는 것은 좋은데 까내리며 자신이 뭐 대단한 자인줄 안다면 인스타 허세일상과 뭐가다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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