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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Feb 14. 2019

세월호를 잊지 마세요

본 글은 세월호 2주기 전 학교에 게시한 저의 대자보입니다. 가끔 잊고 싶지 않아 봅니다. 그냥 한번 올려봅니다. 세월호를 잊지 마세요.


 저에게는 가슴 쓰라린 감상 없이는 듣기 힘든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삼풍백화점에 관련된 것인데요. 제가 어릴 때 두부(6면체에 간장 올라간)를 부시며 "삼풍백화점 붕괴다!"라고 했던 기억이 그것입니다. 어린 저에게도 그 사건은 큰일이었나봐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에게 크게 혼났던, 그 시대를 극명히 드러내는 씁쓸한 기억입니다. 그래도 삼풍백화점의 기억은 저에겐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태의 중함도 수많은 사람의 죽음도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제 버젼의 삼풍백화점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세월호입니다. 택시에 타고 있는 제가 들었던 첫소리는 모두가 구조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오보를 저는 믿었고 종로에 평안히 냉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식당 TV에서 추가 보도를 듣는 순간, 저의 세월호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정부는 방관하고 일반 시민마저 세월호 이야기가 이제는 지겹다고 짜증 냅니다. 모두가 세월호를 잊었다기 보다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의 태그를 바꾸고 싶을 정도군요. 도대체 이 악몽이 지겹다고, 피로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뭔가요. 악몽이 지겹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지만, 더 놀라운 일은 이 사람들이 세월호의 악몽에서 깨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악몽은 더는 그들의 것이 아니니 지겨워졌나 봅니다. 어쩜 이럴 수 있습니까. 전 아직 이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분노와 절망으로 점철된 제 세월호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마치 악몽에서 깬 후 아무런 고통 없이 그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주까지 내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정부는 어떠한가요. 여당은 세월호를 교묘히 사용해 선동을 하고 있고 대통령은 그래도 모두 꾸어보았음은 확실한 악몽조차 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악몽을 방지하는 편한 베개와 두 눈을 가리는 안대를 낀 채 편안히 잘 그녀를 생각하니 분노가 치밉니다. 뿌리부터 썩은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을 세월호가 드러냈습니다. 그런 세월호가 그들에게는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에 불과할 뿐인가요. 개인적인 차원의 애도는 누구나 했을 거라 생각해도, (그녀는 빼고 싶습니다.) 그들이 해야 할 구조적, 제도적 대처와 행동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덮으려고 하는 그들의 행태에 인면수심을 느낍니다. 분노합니다. 저주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심지어 오늘 먹었던 인도음식은 최고였습니다. 악몽에서 깨었나 봅니다. 저는 저를 위한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악몽을 꿨습니다. 이 기꺼운 악몽을 위해서라면 저는 오늘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그 맛있었던 인도음식을 다 토해내도 괜찮아요. 젠장할 정부와 외면하는 사람들의 악몽까지 제가 다 맡아 꾸겠다고 다짐합니다.


P.S. 맘이 무겁습니다. 과연 없는 제 글 주변으로 이러한 글을 써도 되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하며 첫음절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내가 오버한다고, 누가 지목도 안 걸었는데 글을 쓴다고 뭐라 할까 봐 하는 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주저하는 제가 참을 수 없이 한심해서 이 글을 쓰는 용기를 냈습니다. 하지만 과연 무엇에 대한 용기일까요. 제가 위에 열거한 두 요인은 말했듯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정말 멍청한 생각입니다. 잠깐 그런 생각을 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하지만 저는 짐작합니다. 세월호에 대한 글을 써볼까, 집회에 나가볼까 하다 관두었던 사람들은 실제로 행동에 옮긴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이고 그 중의 상당수가 저와 똑같은 생각에 망설였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용기도 뭐도 아닙니다. 그저 실천일 뿐이에요.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한 명이라도 더 세월호에 대한 글쓰기, 집회 참여에 동조해줬으면 해요. 우리가 해요. 우리가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요. 알리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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